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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본

책을 만드는 일

by 글쓰엄

품에 안겨 오는 종이들

맡기는 이에겐

혼이 들어간 글씨들의 문자 쟁반

각자 정리된 생각들의 종이 아령


만드는 이에게는

한 묶음의 종이 뭉치

종이 안의 흑백은

맡긴 이의 비밀들

들추지 않고 뭉쳐 쌓는다


종이뭉치를 덮을 한 장의 무늬 색종이

문자쟁반을 쌓아서

흩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과정이다


뜨거운 열기와

제본 본드의 메케한 냄새를 향수 삼아

만드는 이의

고독을 녹여내는 일


두 손으로 잡았던 문자 쟁반이

두 손가락으로 잡히면

예리한 재단날을 거쳐

맡긴 이의 품을 기다린다


들인 시간과 쏟은 정성에 비해

수많은 책들 중 하나가 된 종이 아령


어쩌면

특별히 애정이 가는

넓고 네모난 아령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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