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뺏기게 된다
하얀 호빵같이 생긴 그것에
요것은 뭔가 했다
햐얀 가래떡같은 폭신함에
이것은 뭔가 했다
손에서 뭉개져 없어지지 않고
손에서 붙어 진뜩거리지 않고
모양 그대로 끝까지 놀아준다
말랑한 감촉은 같아도
투입된 재료가 달라져
퇴장과 등장을 반복하니
아직도란 말이 나온다
없어지는 듯 하다 매대 하나를 차지하니
없어지지 않고 늘어나기 위해
그들의 영역을 자랑한다
한창 딱딱한 세상일 때
동그랗고 말랑하게 등장한 그것
딱딱한 세상에서
마음만이라도 말랑하라고 등장했나
뭉개져도 유연한 그것을 보니
망가져도 괜찮다는 마음이 들며
장난스럽고 요상한 말랑이에
유연한 생각이 주물러진다
높은 시선에선 희안한 물건이란 생각이 들지만
낮은 시선에선 그것을 찾는 손길이 가득해
늘어나는 걸 두고볼 수 밖에 없다
말랑이를 뒤집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 어린 날 문구점 문턱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