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말랑이

시간을 뺏기게 된다

by 글쓰엄

하얀 호빵같이 생긴 그것에

요것은 뭔가 했다

햐얀 가래떡같은 폭신함에

이것은 뭔가 했다


손에서 뭉개져 없어지지 않고

손에서 붙어 진뜩거리지 않고

모양 그대로 끝까지 놀아준다


말랑한 감촉은 같아도

투입된 재료가 달라져

퇴장과 등장을 반복하니

아직도란 말이 나온다


없어지는 듯 하다 매대 하나를 차지하니

없어지지 않고 늘어나기 위해

그들의 영역을 자랑한다


한창 딱딱한 세상일 때

동그랗고 말랑하게 등장한 그것

딱딱한 세상에서

마음만이라도 말랑하라고 등장했나


뭉개져도 유연한 그것을 보니

망가져도 괜찮다는 마음이 들며

장난스럽고 요상한 말랑이에

유연한 생각이 주물러진다


높은 시선에선 희안한 물건이란 생각이 들지만

낮은 시선에선 그것을 찾는 손길이 가득해

늘어나는 걸 두고볼 수 밖에 없다


말랑이를 뒤집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 어린 날 문구점 문턱이 생각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