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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

by 글쓰엄

꽃 한 송이 책상에 놓는다

갓 떼어낸 싱싱한 꽃잎 한 장

떼내어 붙이면 그곳에 정착한다

썼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 꽃잎


정해진 수량만큼 복제된 꽃잎

자신의 무늬를 지우고

꽃잎의 신선함을 드러내

자신의 용이함을 자랑한다


네모 모양의 꽃잎

동그라미 꽃잎

하트에 별모양 꽃잎까지


종이마다 정성의 표시

페이지마다 알록달록

자신의 싱싱함을 자랑한다


표시 나게 해 주는 꽃잎

표시 내게 붙어지는 줄기


붙이고 떼어낼 때마다

줄어드는 꽃잎은

손가락에서 놀다 싱싱함을 잃고

파리한 이파리가 된다


마지막에 남은 꽃잎 한 장

어딘가로 숨어버린 이파리

버려진 이파리 될까 두려워

어두운 곳으로 숨어버리고

그렇게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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