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쌍꺼풀테이프

필요해졌다

by 글쓰엄

눈두덩이에 붙이는 투명한 파스

가늘게 눈을 뜬 모양을 나를 쳐다본다


어릴 땐 신기했다

어릴 땐 지나쳤다

어릴 땐 필요 없었다

나완 상관없었으니


시간이 지나고

아래로 흘러내리는 양쪽 눈두덩이

전봇대 중간에 떨어진 전기선 같이

눈이 슬퍼 보인다

눈이 피로해 보인다


짱짱하던 눈두덩이 선

수평을 잃고 속눈썹을 덮고 있다

서글픈 시간이 지났음을 말해주나

늘어진 선들이 거울을 통해 보인다


눈두덩이에 붙이는 투명한 파스

가늘게 눈을 뜬 모양을 가만히 서서 바라본다


선을 올려 줄 투명한 파스를 눈두덩이에 붙여야겠다

시간을 올려줄 투명한 선을 만들어야겠다

잠시만 붙여도 달라지는 거울 속의 눈

전봇대 전선을 다시 고친 듯


눈두덩이 선이 올라가니 기분도 올라간다

우와 생기 있어 보이니 신기하다

처진 눈꼬리를 올려준 투명한 파스 반쪽


필요 없었는데 필요해졌다

지나치다 붙잡으니 쓸만하다

처진 시간을 올리고 늘어진 선을 올려주는 시간의 선


거울에 지난날이 보이고

싱싱해 보이는 상태로 착각하게 하니

가늘게 웃고 있는 투명 파스가 격하게 필요해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