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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줄어든 예산이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

by 글쓰엄

매장에서 필요한 준비물을 구매하는 선생님이 계신다. 보통 전화로 주문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선생님은 매장으로 오시는 편이다. 아이들이 쓸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를 하고 싶어서였다. 수업에 사용할 물건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지 않고 매장에서 찾으시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게 되면 생각했던 물건보다 사이즈가 작거나 질이 떨어져 버리는 게 많다는 거였다. 사용하지 않을 물건을 방치하는 것보다 번거롭지만 매장을 방문하는 게 낫다는 말씀이셨다.


요즘 학교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입한다. 한 사이트에서 원하는 물건들을 담아 한꺼번에 결제를 하신다. 물건의 다양성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이 있으니 그렇겠지만 가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도 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장으로 주문을 요청하시는 선생님들적어지는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 정해진 예산을 어디에서 구매하느냐는 선생님의 자유니까 말이다. 하지만 일반 매장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인터넷과 경쟁해야 하니 앞이 깜깜하다.


학교 행정 업무와 수업 준비. 그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생각하고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번거롭다.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학교 행정실에 제출해야 하는 업체 견적서와 여러 절차는 선생님들의 시간을 뺏는 업무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매장을 방문하셔서 준비물을 챙기시는 선생님들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교육청이나 시청에서 오시는 주무관님들을 보면서도 느끼는 점이 있다. 자신의 부서에 책정된 예산을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여 물건을 고르신다. 목적에 맞는 물품만을 고르시며 예산에 맞춰 사무용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 돈 쓰는 것도 쉽지 않음을 느낀다. 다른 업무로 신경 쓸 일이 많은 상황에서도 동네상권을 살려야 한다며 일부로 매장을 방문하시는 장학사님도 계시는데 감사하다.


예산이 반으로 줄어들어 예년보다 적은 예산으로 1년을 지내야 하는 주무관님들의 소비에도 한계가 있다. 필요한 물품이 있어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미수금이 늘어나면 구매를 망설이신다. 정확한 계산을 원하시는 선생님들과 주무관님들의 성향상 미수금이 많으면 불편해하신다. 갚아야 할 돈이 있는데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미뤄지고 있으면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미안해하신다.


인터넷가격과 차이가 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에서 구매하시는 분들은 선생님들과 주무관님들이 대부분이다. 이 모든 것이 예산에서 사용하는 것이라 가능하다. 개인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었으면 저렴한 곳으로의 방문을 막을 수 없었을 텐데 말이다. 결국 나라에서 책정된 예산에 따라 매장의 매출도 달라지는 듯하다.


생각해 보니 예산이 반으로 줄어든 그 시기부터 매장의 고요함은 시작됐다. 그만큼 나라 예산의 정도와 사용처에 따라 동네 사장님들의 희로애락이 결정된다니 허투루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매장에 일하면서 예산에 따라 달라지는 매출을 보며 나라 예산에 대한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그만큼 생존에 필요한 공기가 나라예산에서부터 불어온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이해되니까 말이다.


각 부처에서 정해진 예산은 1년 살림이다. 이 살림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동네 상권의 목숨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의 씀씀이를 통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지역 상권을 살리는 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예산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모두를 위한 분배라면 그 사용처까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부여된 살림의 사용을 인터넷보다 지역소비로 돌린다면 다수의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매장을 운영하며 돈을 많이 번다는 생각보다 이걸로 먹고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높은 요즘 폐업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은 슬픈 이야기다. 겪어보지 않은 이는 강 건너 불구경이겠지만 불구덩이 속에 있는 이들은 생과 사가 결정될 생존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먹고사는 문제니까 말이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나가는 것이 귀찮아졌고 그것이 습관화되고 있지만 매장이란 존재는 사람들이 나와야만 운영될 수 있다. 코로나 때는 나라지원금이 있어 소비가 이렇게까지 줄어들진 않았다. 나가긴 힘들어도 쓸 수 있는 돈이 있어 이 정도로 매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사람들의 지갑이 비어 쓸 돈이 없다고 난리다.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고 모든 지출을 아껴야 하는 실정이니 소비하기 힘들다는 말은 당연하다.


매장에서 일하며 손님들의 소비성향으로 달라지는 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인터넷의 편리함과 다양성, 가격경쟁력은 일반 소매점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니 머지않아 변화가 필요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매점이 버틸 수 있는 건 나라 예산이 있어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정해진 예산과 적절한 분배는 많은 이를 먹고살게 하는 처방전과 같다. 현명한 처방전으로 지역상인들이 튼실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일하는 매장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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