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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전화로 하지 말고 폰으로 전화해 주세요.

전화벨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by 글쓰엄

2층으로 물건을 챙기러 간 아따씨에게 추가로 납품할 물건이 있어 전화를 했다.

"아따씨야. LED초 노란색 50개 수량 되는지 확인해보고 있으면 들고 와주세요."

잠시 후 매장으로 전화가 왔다.

"과장님! 노란색 초는 수량이 부족한데 어떡할까요? 그냥 내려갈까요? 챙겨갈까요?"

"그냥 가지고 와요."


손님응대와 전화업무로 바빴던 사이 매장으로 아따씨에게 한번 더 전화가 온 모양이었다. 그 전화를 사장님이 받았지만 알려주고 싶은 말이 생각나 아따씨를 기다리게 됐다.

"아따씨야! 앞으로 매장으로 전화하지 말고 폰으로 전화해 주세요. 바쁠 때는 매장 전화받는 것도 힘들어요. 그리고 폰으로 해야 그대인 줄 알고 못 받으면 다시 전화합니다."

"그래요? 나는 매장번호로 전화가 와서 그대로 누른 것뿐인데." 목소리에 태평함이 묻어 있는 아따씨다.

"그게 말입니다. 카운터에 있는 사람을 생각해줘야 합니다. 매장으로 오는 전화는 무조건 이쁘게 받아야 해요. 신경 쓰인다는 말이죠. 또 카운터에서 혼자 계산하고 전화도 받아야 하면 힘이 듭니다. 거기다 당신까지 매장으로 전화하면 어떻겠어요."

"아. 힘들겠네요. 생각을 못했어요. 다음엔 폰으로 전화할게요."

"전화 안 받으면 카톡으로 문자 남겨요. 잠시 바쁘다는 거니까."


혼자서 카운터에 있으면 손님을 응대하고 물건을 계산하며 전화도 받아야 한다. 특히 매장으로 오는 전화는 이곳이 어디라는 말도 덧붙여야 하고 목소리톤도 다르게 나와야 한다. 아는 번호라도 수화기를 잡으면 나도 모르게 출처를 밝히고 목소리 톤을 달리하게 되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멀리서 전화벨소리가 나면 내가 받아야 할 것 같고 뛰어가서라도 받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그만큼 전화로 많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매장에서 울리는 전화 벨소리만 들려도 가던 길을 멈추게 된다. 직접 받지 않는 전화라도 나를 찾으면 받아야 하니 전화공포증이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카운터에 가만히 서 있다고 해서 하고 있는 일이 없는 게 아니다. 전화를 받고 업체가 요구하는 견적서를 만들며 손님도 응대해야 한다. 정신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이 결합된 매장 파수꾼 역할에 감정적 소모가 많은 서비스직이다. 그런 중에 언제 울릴지도 모르는 전화는 카운터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가끔 카운터에서 멀어져 물건을 재배치하는 평화로움을 누릴 때면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없이 다른 일을 하다 보면 마음에 안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의 평화를 깨는 것은 여전히 나를 찾는 전화. 그래서일까 전화업무가 많은 날에는 일찍 자야 한다.


울리는 전화량도 예전 같지 않아 많은 것도 아닌데 매장 전화는 여전히 편하지 않다. 아무래도 추측할 수 없는 일들에 대응해야 하고 모르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라 그런 것 같다. 아따씨에게 폰으로 전화하라고 말한 것도 추측할 수 있는 사람의 전화를 받고 싶어서이니까 말이다.

일터란 공간에서 뿜어매는 긴장감.

그 긴장에 양쪽 어깨를 올리게 되는 전화벨소리.

어쩔 땐 반갑고 어쩔 땐 두렵다.




일하는 중

울어대는 전화기

여보세요 하고 싶다


여긴 회사고

집이 아닌데

여보세요 하고 싶다


정신없이 시작된 하루

어린애 같은 목소리가

주위를 당황케 하지만

여보세요는 폰으로만


침을 삼키고 숨을 고른 후

높아진 목소리로

출처를 밝혀야 하는 통화

업무관련된 매장 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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