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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코코아빨 저녁엔 잠빨

높은 텐션에 지친 그대 나를 피한다.

by 글쓰엄

아따씨가 오전에 출근하면서 예전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전엔 일만 하느라 손님응대 외에는 말이 없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아침부터 보이는 아따씨표 실수들에 잔소리 폭탄을 던져야 하니 말하는 에너지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퇴근 후 8시쯤이면 잠이 쏟아진다.


아침엔 코코아 한잔으로 에너지를 올리더라도 저녁까지 이어지기엔 부족했다. 넓은 매장에서 3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평소에 하던 말보다 2배 이상 해서일까. 일주일 동안 아따씨와 에너지를 맞춰가다 보니 젖 먹던 힘까지 꺼내 쓰는 느낌이었다.


"당신의 출근이 오전으로 바뀌면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아니. 집에 가면 뻗어버립니다. 아따씨는 피곤하지 않습니까?"

"나는 괜찮은데요. 어제는 강아지 산책도 시켰어요."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에너지가 남아 있다니 그녀가 대단해 보였다.

"대단한 체력입니다. 사장님! 체력이 튼튼한 직원을 뽑았어요. 아주 든든합니다."

진심으로 부러웠다. 나는 일주일간 헤맸는데 아따씨는 괜찮았다니. 강아지 산책은 물론이며 아이들 밥까지 챙기려 마트에도 다녀왔다는 말에 무한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아따씨가 오전부터 출근한 지 2주째 되는 목요일이었다. 출근한 아따씨 얼굴에서 피곤함이 묻어났고 눈동자가 충혈된 걸 발견했다.

"나는 적응이 되는지 몸 상태가 괜찮아지는데 당신은 어째 피곤한 얼굴이 되어갑니다."

"네. 과장님이랑 같이 일하니까 기가 빨리는지 힘이 듭니다."

"제가 뭘 어쨌다고요. 저는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는데요. 어제 몇 시에 잤어요?"

"새벽 2시쯤 잤어요." 한숨을 쉬는 아따씨의 다크서클이 뺨까지 늘어나 보인다.

"예? 그럼 몇 시에 일어나는데요?"

"7시엔 일어나야 애들 학교를 보낼 수 있어요."

"아이고. 그럼 5시간만 잤다는 말입니까? 그러면 피곤하지요."

"아닙니다. 당신의 높은 텐션에 기가 빨려서 그렇습니다."

잠이 얼마나 중요한데 내 탓이라니 잔소리 폭탄을 던질 수밖에 없다. "당신이 적게 자서 그렇다니까요. 잠 좀 많이 자요."


금요일까지 이어진 아따씨의 피곤한 얼굴. 충혈된 눈과 갈수록 노랗게 변하는 얼굴을 보고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아! 저 2층 청소 좀 하고 오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는 아따씨가 오후에 한 말이었다. 피곤해 보이니 가만히 계시라 당부했지만 거부당했다. 오히려 한 시간 동안 2층 정리와 청소를 하고 온 아따씨가 괜찮아 보여 신기한 눈으로 물었다.

"어? 이제 눈이 멀쩡해 보입니다."

"과장님한테 도망쳐서 청소를 하고 왔더니 괜찮아졌어요. 아~ 기가 세. 기 빨려서 그렇잖아요."

"아니. 그럼 나를 피해 2층으로 도망을 갔다는 말입니까?" 놀란 토끼눈으로 물으니 편안해진 눈빛의 아따씨가 말한다.

"그렇지요. 당신의 높은 텐션을 따라갈 수가 없으니 피해야지요."


나름 높은 텐션을 유지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기가 세서 그런 게 아니다. 쉽게 지치는 저질 체력인 것을 알기에 당분의 힘침대의 힘으로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아침에 마시고 오는 코코아로 당과 카페인을 채우고 저녁에 일찍 자는 잠으로 체력을 충전하는 것이다.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컨디션을 위해 내 시간과 몸을 관리하고 있는데 억울한 소리를 듣는다. 그래도 에너지가 높아 보인다니 다행이지만 금요일쯤이면 나도 지친다. 쾌활하고 힘들지 않은 척하는 것뿐인데 아따씨가 힘들어한다니 왠지 미안해진다.


힘없이 처져 일하는 것보다 활기차게 일하는 게 좋다. 집에 가서 뻗을지언정 일에서 만큼은 씩씩한 사람이고 싶으니까 말이다. 그러려면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튼튼해져야 하는데 걱정이다. 갈수록 힘에 부치니 해마다 커지는 숫자가 무서워진다.




매장에서 3명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바이오리듬은 춤을 춘다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지고

기운이 있었다가 없어지니

정신을 차리기가 힘이 든다


아침엔 코코아로 당빨을 채우고

저녁엔 침대에서 잠빨로 채운다.


당빨은 에너지 원천

잠빨은 에너지 충전

생존하려 신경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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