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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가격과 인터넷가격은 다릅니다.

인터넷가격과 비슷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by 글쓰엄

"이 제품은 인터넷에 이 금액이던데 여기는 왜 이렇게 비싸요?"

매장에서 일하다 보면 인터넷과 다른 가격에 불만을 표현하는 손님을 만나게 된다. 일단 당황스러워지면서 할 말이 없다 보니 가만히 서 있게 된다. 인터넷 최저가는 우리가 구매하는 매입가격이거나 그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따라갈 수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손님에게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기에 손님의 볼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인터넷에는 있는데 왜 여긴 없어요?"

이 역시 웃음이 나고 가슴이 갑갑해지는 질문이다. 세상의 모든 물건을 한 매장에 담을 수 있을까? 그런 큰 매장을 운영하는 유지비용과 인력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인 걸까? 공간적인 한계가 있는 매장에서 저런 질문을 하시다니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허무한 대답만 전달한 깊은 한숨을 쉬게 된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한눈에 보이는 공간이 아니라 검색을 통해 여러 물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매장에서 구매할 수 없는 물품들이 많다. 같은 제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으니 매장과 비교하는 자체가 처참할 지경이다.


문구점도 본사가 있기에 본사에서 측정하는 단가가 있다. 물건 매입가와 판매가가 정해져 있어 바코드를 찍으면 포스에 자동으로 찍히게 된다. 본사에 없는 제품인 경우라도 매입가 기준에서 판매가를 등록해 두는데 인터넷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들어가는 모든 비용과 인건비를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에도 들어온 가격에서 매장운영비를 포함한 가격은 매장의 판매가였다.


매장에서의 직접 구매와 인터넷으로의 구매에 대해 여러 가지 장단점은 알고 있지만 인터넷에 비해 매장판매가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영향은 매장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경쟁력이 약하니 매출감소는 차치하고 매장의 존폐여부를 걱정하게 되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 인터넷으로 홍보하고 유통시키면 모를까 지금 방식으로는 힘들다는 걸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으니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인터넷의 낮은 가격과 다양성에 감탄만 하고 있다.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무인 결제기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린 적이 있었다. 높아진 인건비로 마트 계산대 포스 직원 수는 2명. 이제는 무인 결제기 앞에서 결제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어 무인 결제기에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줄이 길어지고 계산을 하려는 손님이 많아지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가 들렸다.

"아니 계산대에 직원이 없으면 직원을 더 늘려서 세워 놓던가. 왜 기계 앞에서 사람을 기다리게 해?"

갑자기 깊은 한숨이 쉬어졌다.


규모와 품목은 다르지만 같은 판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웃음이 났다. 그리고 저분은 분명 자영업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이라 판단되었다. 자기 가게를 운영하고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분이라면 저런 말은 나오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사실 저분의 말씀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매출은 떨어지고 인건비가 올라 직원을 늘리고 싶어도 늘리지 못하는 매장의 입장에선 힘 빠지는 소리임은 분명하다.


높아지는 물가와 인건비는 매장 운영에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다. 그리고 때마다 내야 하는 세금은 또 어떠한가. 그런 점들을 보고 있으면 가게 운영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마음에 꽂힌다. 고객이 불편하다고 해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적으니 안타까운 마음에 깊은 한숨만 쉬어진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로 매장의 매출이 상승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특색 있게 체험형 매장을 꾸민다 해도 비용이 들어가니 함부로 지를 수 없는 노릇이다. 오프라인이 온라인과 사이좋게 지내며 상생할 수는 없을까? 고민스럽지만 뚜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으니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발을 구르고 눈알만 굴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때는 온다라는 희망만 가지고 매장을 지켜야 하니 깊은 한숨만 쉬어진다.




적당히


너무 힘주어 살지 말고

너무 힘내어 살지 말자


힘 내려다

힘 빠지니


적당하게

꾸준히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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