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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Nov 21. 2024

상수를 알아요?

수학용어로 변하지 않는 값이라네요.

퇴근 후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TV를 켰는데 '프리한 19'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프리한 19는 프리랜서를 선언한 전직 아나운서들의 특급 랭킹쇼로 매회마다 다른 주제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한석준, 전현무, 오상진 씨가 기자로 나오며 세상의 희한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믿음직스럽게 전달해 주시니 가끔씩 보게 되는 프로였다.


그날의 주제는 한국을 거치면 같은 물건이라도 다양한 종류로 재탄생된다는 K파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중 한국에서 술을 마시기 전에 먹는 숙취해소제에  내용이 나왔다. 숙취해소제는 술자리에 가기 전 편의점에서 작은 알약을 말하는데 가끔 먹던 것이라 반가웠다. 누구나 로 힘든 속을 음주 전이든 음주 후든 숙취해소제로 달래고 있다는 소리니 말이다. 그러다 오상진 기자의 한 마디가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술을 마시는 것은 상수죠."


응? 술과 상수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려 해도 그 뜻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에게 생소한 단어였던  '상수'를 인터넷에 찾아보니 수학용어로 변하지 않고 항상 일정한 값을 갖는 수를 다. 그러면 오상진 씨의 말은 술을 마시는 것은 변하지 않는 상황이니 숙취해소제는 필수라는 뜻이 되는 거였다.


학교에 다닐 때 수학을 제대로 공부했더라면 알아들었을 단어를 40대 중반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동의어들이 다는 생각에 흥미로운 단어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무엇보다 상수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대화에 흘려보내는 오상진 씨가 멋져 보였다.


새로 알게 된 감탄의 단어인 상수를 매장에서 공유하고 싶었다. 굳이 나의 무식을 뽐낼 필요는 없었지만 같이 웃고 싶었다. 그래서 아따씨에게 먼저 말했다.

"아따씨야. 수상에 대해 알아요?"

"수상요?"

"어? 이상한데 수상이 아닌 것 같아요. 잠깐만요."

한 번 봤다고 내 머릿속에 기억될 단어가 아니었나 보다. 핸드폰을 열고 검색을 해보상수였다.


(과장)"아! 상수요."

(아따씨)"그게 뭔데요?"

(과장)"수학용어던데 사장님도 알아요?"

(사장님)"상수요?"

다행이다. 퍼뜩 대답하지 않는 걸로 보아 일반적인 단어는 아니었고 몰라도 살아가는데 지장 없는 단어였다.


(과장)"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던데 변하지 않는 값이라고.

(사장님)"아! 상수~"

(과장)"어제 TV를 보는데 오상진 아나운서가 "술을 마시는 건 상수죠"라고 말하는데 얼마나 고급스럽고 멋져 보이는지 감탄스러워서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따씨)"아니. 항상성이라는 단어도 있는데 왜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써요."

(과장)"항상성은 익숙한 단어라 새로워 보이지 않잖아요. 그런데 상수는 내가 모르는 단어였어요. 그리고 그런 단어가 자연스럽게 대화 중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멋져 보였어요. 세상에는 수학용어도 있고 과학용어도 있을 텐데 얼마나 많은 동의어들이 있을까요."


쓸데없는 감탄이 계속해서 나왔다. 정신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나. 왜 이리 작은 것들호들갑을 떨고 있는지 나도 나를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호기심이 생기고 단어 하나에도 감탄을 하게 되니 내 안에 순수한 아이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호기심을 갖고 그 뜻을 찾아보며 감탄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학용어를 모른다는 무지보다 모르는 게 많아서 알아가고 채워가는 기쁨이 더 크니까 말이다. 오늘 저녁에 아이들에게도 물어봐야겠다.

"아들! 너 상수 알아?"




의외로 재밌더라


상수

누구 집 아이 이름인가

수도관 관련 용어인가

모르겠다


알고 보니 수학 관련용어

나의 무식이 탄로 나고

내 지식으로 입력되는 순간


세상을 향한 감탄이 발사된다

내가 아는 것보다

내가 모른다는 게

생각보다 기분 나쁘지 않다


세상 모든 음식

한 배에 넣을 수 없듯

세상 모든 지식

한 머리에 담을 수 없다


무지해도 괜찮으니

배우려는 자세 잊지 말자

감탄하는 자세 잊지 말자


알아가다 궁상떨고

자존심을 버리는 게

외의로 기쁘더라

의외로 재밌더라

의외로 괜찮더라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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