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태를 씹는 게 담요의 포근함을 씹는 것 같다.

바삭한 김보다 포근한 감태의 식감이 새롭다.

by 글쓰엄

TV에서 감태가 나왔다. 빽빽한 김보다 엉성해 보이는 모양이 초록색 실을 펼쳐 놓은 것 같아 보여 눈길이 갔다. 감태는 일식집에서 봤던 식재료로 평소 즐겨 먹진 않았지만 맛이 기억나지 않았다. 맛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은 건 많이 먹어보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갑자기 궁금해진 감태맛에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고 다이어트와 뼈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다른 해산물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자연식품들은 알칼리성이라 몸에 좋은 성분들이 많다고 하니 영양가의 여부보다 특유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다.


마트 김코너를 둘러봐도 감태가 보이지 않았다. 쉽게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중적인 식재료는 아닌 것 같아 핸드폰을 열어 검색을 시작했다. 생감태와 구운 감태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조미된 감태가 좋을 것 같아 구운 감태를 주문했다. 귀한 재료라 그런지 20장에 택배비까지 19,000원이 들었다. 감태 한 장에 천 원에 가까운 금액이라니 고급 식재료가 맞긴 했다.


배송된 감태는 김밥 김의 크기와 같았다. 다른 요리를 한다면 몰라도 조미된 상태라 김처럼 싸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초록색 바탕에 하얀 소금 알갱이들이 보이는 감태를 4등분으로 자르고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감태를 자를 땐 부스러기가 많아 식탁을 정리할 때 귀찮았지만 양이 적어 힘들진 않았다.


야채와 고기를 준비한 식탁에 쌈채소 대신 감태를 올렸다.

밥에 싸서 먹으니 감태의 씁쓸한 맛이 기분 좋게 느껴지고 야채를 싸서 먹으니 뾰족한 녀석들의 식감을 아우르는 따뜻함이 씹혔다. 고기는 두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지만 씹을수록 느껴지는 것은 바다의 담요를 씹는 듯한 포근함이었다. 담요를 씹는다는 게 음식에 비유되기 거북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포근한 식감의 강렬함은 담요로 밖에 표현되지 않았다.


바삭한 김과는 다른 감태의 포근함은 입안에서 솜사탕을 바짝 누른 듯한 진득한 느낌도 주었다. 바다가 주는 따뜻한 맛이랄까. 감태를 이용한 다른 요리를 먹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김처럼 음식을 싸서 먹는다면 포근한 식감이라 말할 수 있었다.


감태는 비싸지만 자주 찾게 될 음식이 될 것 같다. 냉동실에 소분하여 먹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니 간편하다.




바다향이 나는 쌉쌀한 맛

엉성한 초록실 같은 모양이

씹을수록 담요같이 느껴진다


바다실을 엮어 바다천을 만들었나

입안에 감태를 품으니

바다의 포근함이 느껴진다


모든 것을 감싸주니

차가운 바다가 아니라

따뜻한 바다가 느껴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