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봄샘이 위치한 눈 점막을 짜는 건 아프다.
매장에서 보는 PC화면, 집에서 보는 TV와 스마트폰은 눈을 피곤하게 만든다.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게 많은 요즘 눈동자에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듯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눈동자도 사막화되어 가는지 눈이 건조해지면서 시리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는 제품에 붙어있는 글자가 겹쳐 보여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화면을 늘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 어느새 글자가 멀어져야 보이는 노안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눈이 쉽게 피곤해지는 이유는 뭘까?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눈을 깜빡이지 않아 눈동자가 건조해지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눈물샘에서 생성되는 눈물이 눈동자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눈물의 분비도 저하되면서 안구건조증이 생긴다. 스트레스와 수면부족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눈이 건조한 게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매장에 있으면 보이지 않는 먼지들과 건조한 환경으로 눈이 더 피로해진다. 특히 겨울철 따뜻한 바람의 난방기는 눈동자의 수분마저 뺏어가는지 자꾸만 뻑뻑해진다. 추위보다 눈이 건조한 게 싫어 난방기를 일찍 끈 경우도 있다.
건조해지지 않기 위해 눈을 자주 깜빡거리고 있지만 컴퓨터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그것도 잠깐이다. 가끔 매장 유리창 너머 액자같이 보이는 나무 숲 풍경을 찾게 되는데 축소된 동공을 확장시켜 주어 그런지 눈이 편안해진다.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넣는 인공눈물도 괜찮더니 올해부터는 소용이 없었다. 생각날 때마다 넣고 싶어도 뺨으로 흐르는 인공눈물은 화장을 고쳐야 하는 눈물 자국을 만들어 내니 귀찮았다.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눈 마사지와 두 손을 비벼 따뜻해진 손으로 눈을 덮어주는 행동도 했었다. 하지만 말이 쉽지 꾸준히 하기 힘들었다. 생각날 때마다 눈을 좌우로 돌리며 눈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좋은 음식도 챙겨 먹었다. 비타민A가 듬뿍 들어간 당근, 블루베리는 기본이지만 그조차 부족해 눈건강에 좋다는 루테인을 먹었다. 유일하게 먹는 건강보조식품인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작은 알약에 너무 큰 믿음을 부여하는 건 아닐까 싶다.
역시 이 모든 노력은 안과에 가는 귀찮음을 지연시키는 발악이었다. 진짜 불편할 때는 안과를 찾아야 한다는 걸 알기에 버티다가 날을 잡았다. 건조하고 시린 눈이 불편해 안과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안구건조증. 이미 예상한 상태라 처방전만 받고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간호사님은 안구건조증 치료실로 나를 안내했다. 마사지실과 같은 느낌에 침대와 소파가 있는 아담한 공간이었다. 침대에 누워 안마를 받고 따뜻한 눈 찜질팩을 올리는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눈 점막에 면도칼로 긋는 듯한 아픔이 느껴져 불안했다.
'이게 뭐지? 많이 아픈데. 언제 끝나는 거야?'
위아래 눈 점막을 꼼꼼하게 손질하며 안약을 넣는 듯한 행동은 몇 차례 계속되었다.
"다 되었습니다"
간호사님의 말씀에 쓰라린 눈의 통증을 한 얼굴과 늘어진 몸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멍한 아픔을 느끼고 침대에서 일어선 순간 눈이 마주친 대기손님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뻘게진 눈동자와 화장이 지워진 눈가의 모습은 호러영화에 나오는 악귀 얼굴이었을 텐데. 당황스러워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분의 눈에선 기괴함이 섞인 황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당했던 고통은 몇 분이 지나면서 괜찮아졌지만 내가 받은 치료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내가 받은 치료는 안구건조증 치료로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유분이 막히지 않도록 눈 점막의 기름샘을 짜주는 것이었다. 피부의 피지선처럼 눈에도 피지선 같은 기름샘이 있다는 건 처음 안 사실이었다. 그 기름샘을 마이봄샘이라고 부르던데 눈의 점막을 가리킨 말이었다. 한마디로 눈 점막을 짜주면서 기름샘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거였다. 우리 피부의 피지를 짜 주면서 여드름을 빼내는 것처럼 말이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눈물층을 보호하는 기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눈이 건조한 것이니 눈 점막에 위치한 마이봄샘의 청소는 중요한 것이었다. 다래끼나 눈꺼풀에 생기는 염증도 마이봄샘이 막혀서 생긴 염증이니 눈 점막을 짜주는 일은 안구건조증 치료의 첫 번째였다.
자주 방문할 수록 좋은건 알겠지만 문제는 너무 아프다는 거다. 한 달에 두 번 방문했고 2주마다 받은 안구건조증 치료는 눈 점막을 짜는 고통을 주는 곳으로 기억된다. 눈 점막을 짠다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안구건조증 치료를 받고 온 다음날부터 편안해진 눈은 그날의 고통을 합리화시켜 주었다. 뭐 인공눈물과 각막재생에 도움이 되는 안약을 하루에 4번씩 넣는 게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2주 뒤에 뵙자는 의사 선생님과의 말씀을 지워냈지만 눈이 건조해져 힘이 드는 순간 기억해 낼 것이다. 치과에 가는 것처럼 안과도 그래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고 살아야겠다. 안과를 다녀오고 늘 먹었던 루테인을 먹지 않고 아침마다 한 번만 넣는 인공눈물로도 하루가 편안해졌다. 이 정도면 눈 점막을 짰던 두 번의 고통으로 1년이 수월해질 것이라 믿고 있다.
오랫동안 책을 읽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챙겨야 하는 눈건강은 운동만큼이나 중요해졌다. 갈수록 챙겨야 하고 신경 쓸 게 많아지지만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게 늘고 있다. 멀리 있는 글자가 갑자기 잘 보일 수는 없겠지만 보였던 글자가 더 멀어지지 않도록 눈 점막을 짜는 고통도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