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에는 휴가기간이었다. 올해 안에 묵주기도여행을 마무리하자는 게 목표였지만 여행을 다니다 보니 나에게 힐링이었다. 휴가기간에 갈 기도여행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아이들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한사코 거부했기에 혼자여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랑 여행 가는 게 뭣이 재미있겠는가. 나도 혼자가 편하다.
전날 근무를 마치고 4시간만 잔 상태에서 강화도로 출발했다. 거제에서 강화도 보문사까지는 6시간 넘게 걸린다. 대전 고속도로를 가는 길엔 졸음이 쏟아져 힘들었다. 2시간마다 휴게소를 들렀고 화장실만 다녀오는 식으로 정신을 차렸다. 휴식이라는 여유보다 기도여행의 목적이 컸었기에 빨리 도착하고 싶었다.
5시 40분에 출발해서 12시쯤 도착한 보문사. 햇빛이 쨍쨍한 대낮에 도착했지만 비가 오지 않아 돌아다니기에는 좋았다. 입구에서 주차비 2,000원을 계산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대구 팔공산을 다녀온 뒤로는 웬만한 등산길이 두렵지 않았다. 그보다는 훨씬 수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오르자 각각의 기도처가 나오는데 너무 좋은 곳들이 많았다. 제일 처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묵주팔찌를 꺼내 기도를 시작했다.
'여기서 기도하게 해 주시고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원하는 삶이 펼쳐지기를 기도드립니다. 우리 아이들도 잘 되게 해 주세요.'
첫 번째 묵주기도를 마치고 두 번째는 바위 밑에 유명한 기도처에서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세 번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묵주기도 5단을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기도가 잘 되는 느낌이었다. 집중도 잘 되고 기도를 하는데도 편안하고 힘들지 않았다. 한 번에 10분에서 15분이나 걸리는 묵주기도를 3번이나 했는데도 말이다.
강화도 보문사의 기념품들을 사고 내려오는데 밀랍이 있는 벌꿀이 보였다. 아들이 좋아하는 꿀이라 사고 싶었다. 큰 통의 꿀이 생각보다 비싸서 작은 통의 벌집만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먼 곳까지 차를 타고 갔지만 기념할 게 꿀밖에 없다니. 하지만 무사히 기도를 마칠 수 있었기에 벌꿀만으로도 감사했다.
이제는 양양 낙산사를 가야 했다.
한여름 더위에 오래 운전하다 보니 옷이 다 젖었고 에코백을 메고 등산했던 대구 팔공산의 기억으로 배낭을 메고 돌아다녔다. 덕분에 등에는 땀띠가 나서 가려웠다. 땀이 마를 새도 없이 차에서 앉아 운전을 하고 가야 했으니 내 등짝은 젖은물통을 계속 메고 있는 상태였다.
땀띠로 등이 따가워지자 옷을 바꿔 입어야겠다는 생각에 휴게소에 들렀다. 갈아 입을 기본티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2022년에는 내 옷을 사지 않으리라는 계획이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땀띠를 진정시키기 위해 새옷으로 갈아입고 휴게소를 나섰다.
강화도 보문사에서 양양 낙산사까지는 4시간 10분이 찍혔지만 차가 막혔다. 하루종일 운전을 하니 허리가 뻐근했지만 춘천을 지나 양양고속도로를 지나자 엉덩이까지 아파왔다.예상했던 시간보다 길었지만 6시가 넘어서는 양양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사히 도착한 게 어디인가. 하지만 숙도예약도 하지 않고 낙산사를 갈 생각으로만 왔기에 숙소가 없었다. 늦은 저녁시간이라 낙산사를 갈 수가 없었고 나는 피곤했다. 새벽에 일어났고 운전만 해도 12시간이니 그럴 만도 했다. 차를 타고 밖을 나가기도 귀찮아서 주변에 보이는 펜션에 전화해서 방을 구하게 됐다.
양양 해수욕장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펜션은 오래되어 보였지만 사모님은 좋았던 기억이 난다. 카운터에 계산하면서 낙산사에 가고 싶어서 거제에서 왔다고 했더니 낙산사 티켓을 선물로 주셨다. 숙소에 티켓까지 안심이 됐다.
나는 거제에 살기 때문에 바다는 늘 보며 산다. 차를 타고 나가기만 해도 바다가 보이는 곳이니 양양 해수욕장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모래가 많았고 관광시설이 좋은 바다였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먹고 씻으니 잠이 저절로 왔다. 언제 잤는지도 모르겠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고도 숙면을 취했다. 중간에 해수욕장 앞에서 들리는 폭죽소리가 시끄러웠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다행히 아침 5시에 눈이 떠지며 정신이 말똥해졌다. 양양 해수욕장이 앞에 있어서 관광객이 많았기에 조용한 시간에 다녀오고 싶었다. 비가 살짝 내리기는 했지만 우산을 써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해변을 지나 3분에서 5분 정도 올라가니 낙산사 매표소가 나왔다.
양양 낙산사에서는 조용하게 다니면서 묵주기도를 했다. 예전에 수학여행으로 왔던 기억이 있었는데 큰 불상 주변으로 시원한 바다가 보여 기분이 좋았다. 낙산사 구석구석을 돌며 마음 속으로 묵주기도를 마친 뒤 감사인사를 했다.
'이곳에서 기도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희 가족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게 해 주세요'
양양 낙산사에서는 기념품을 살 수는 없었다. 아침 일찍 기념품 가게에 문을 열지 않아서였지만 서운하지 않았다. 내겐 벌꿀이 있었으니까.
펜션에서 집으로 갈 준비를 마치고 나가면서 이런 여행을 통해 좋지 않은 것들이 빠져나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 때문에 여행들을 다니는구나.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이번 여행은 앞으로의 내 취미생활을 알려 준 것 같았다.
거제로 출발하기 전에 양양해수욕장의 데크길을 걸었다. 길게 뻗어지는 데크길을 걸으며 해수욕장의 모래를 보고 넓은 바다의 풍경도 눈 속에 담았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출발한 나는 휴게실마다 들러서 휴식을 취했다. 내려오는 길에도 차들이 많아 운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각 기도처마다 밝은 얼굴로 맞아주시고 기도하게 허락해 주신 하늘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사히 묵주기도여행을 할 수 있었고 내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여행을 했음에 뿌듯했다.
'운기칠삼'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며 내가 할 일들을 묵묵히 해내다 보면 하늘이 알아서 좋은 상황들을 주실 거다라는 뜻인데 여행을 통해 이 단어를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천천히 해내면서 겸손하게 감사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기도여행. 나에게 참으로 좋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