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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Sep 19. 2023

여름휴가! 강화도 보문사와 양양 낙산사 묵주기도여행

절로 떠나는 묵주기도여행 3

7월 말에는 휴가기간이었다. 올해 안에 묵주기도여행을 마무리하자는 게 목표였지만 여행을 다니다 보니 나에게 힐링이 되었다. 휴가기간에 갈 기도여행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아이들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거부했기에 혼자여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랑 여행 가는 게 뭣이 재미있겠는가. 나도 혼자가 편했다.

 

전날 근무를 마치고 4시간만 잔 상태에서 강화도로 출발했다. 거제에서 강화도 보문사까지는 6시간 넘게 걸린다. 대전 고속도로를 가는 길엔 졸음이 쏟아져서 너무 힘들었다. 2시간마다 휴게소를 들렀고 화장실만 갔었다. 휴식이라는 여유보다 기도여행의 목적이 컸었기에 빨리 도착하고 싶었다.


5시 40분에 출발해서 12시쯤 도착했다. 햇빛이 쨍쨍한 대낮에 도착했지만 비가 오지 않아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좋았다. 입구에서 주차비 2,000원을 계산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대구 팔공산을 다녀온 뒤로는 웬만한 등산길이 두렵지 않았다. 그보다는 훨씬 수월한 곳이었 때문이다.


10분 정도 오르자 각각의 기도처가 나오는데 너무 좋은 곳들이 많았다. 제일 처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묵주팔찌를 꺼내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여기서 기도하게 해 주시고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원하는 삶이 펼쳐지기를 기도드립니다. 우리 아이들도 잘 되게 해 주세요.'


첫 번째 묵주기도를 마치고 두 번째는 바위 밑에 유명한 기도처에서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세 번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묵주기도 5단을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기도가 잘 되는 느낌이었다. 집중도 잘 되고 기도를 하는데도 편안하고 힘들지 않았다. 한 번에 10분에서 15분이나 걸리는 묵주기도를 3번이나 했는데도 말이다.


강화도 보문사의 기념품들을 사고 내려오는데 밀랍이 있는 벌꿀을 파는 것이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꿀이라서 사고 싶었다. 큰 통은 너무 비싸서 작은 꿀만 사서 내려왔다. 그 먼 곳까지 차를 타고 갔었지만 기도를 끝냈기 때문에 여기서는 벌꿀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양양 낙산사를 가야 했다.

한여름 더위에 오래 운전하다 보니 옷이 다 젖었고 에코백을 메고 등산했던 대구 팔공산의 기억으로  배낭을 메고 돌아다녔다. 덕분에 등에는 땀띠가 나서 가려웠다. 땀이 마를 새도 없이 차에서 앉아 운전을 하고 가야 했으니 등짝은 젖은 물통을 계속 메고 있는 상태였다.

 

땀띠로 등이 너무 따가워서 휴게소에 들러 기본티를 구입했다. 2022년에는 내 옷을 사지 않으리라는 계획이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휴게소에서 옷을 갈아입고 김밥만 먹은 채로 출발했다.


강화도 보문사에서 양양 낙산사까지는 4시간 10분이 찍혔지만 차가 너무 많이 막혔다. 춘천을 지나 양양고속도로를 지나는데 엉덩이가 너무 아파왔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길었지만 6시 넘어서는 양양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사히 도착한 게 어디인가. 하지만 숙도예약도 하지 않고 낙산사를 갈 생각으로만 왔기에 계획이 없었다. 낙산사도 갈 수 없는 상태였고 나는 피곤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차를 타고 밖을 나가기도 귀찮아서 주변에 보이는 펜션에 전화해서 방을 구하게 되었다.


양양 해수욕장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펜션은 오래되어 보였지만 사모님은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15만 원을 계산하고 낙산사에 가고 싶어서 거제에서 왔다고 했더니 낙산사 티켓을 선물로 주셨다. 나는 거제에 살기 때문에 바다는 늘 보며 산다. 차를 타고 나가기만 해도 바다가 보이는 곳이니 양양 해수욕장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모래가 엄청 많았고 관광시설이 좋은 넓은 바다였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먹고 씻으니 잠이 저절로 왔다. 언제 잤는지도 모르겠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고도 잘 잤던 것 같다. 중간에 해수욕장 앞에서 들리는 폭죽소리가 시끄러웠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다행히 아침 5시에 눈을 떠 옷만 갈아입고 준비한 뒤 낙산사로 올라갔다. 양양 해수욕장이 앞에 있어서 관광객이 많았기에 조용한 시간에 다녀오고 싶었다. 비가 살짝 내리기는 했지만 우산을 써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해변을 지나 3분에서 5분 정도 올라가니 매표소가 바로 나왔다.

 

양양 낙산사에서는 조용하게 다니면서 묵주기도를 했다. 예전에 수학여행으로 왔던 기억이 있었는데 큰 불상 주변으로 시원한 바다가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묵주기도를 2번 했던 것 같은데 편안하게 이길 저길 다니며 사진을 찍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도 제가 기도를 하게 허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희 가족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게 해 주세요'


양양 낙산사를 내려오면서는 기념품매장이 오픈하지 않아 기념품을 살 수는 없었지만 서운하지 않았다. 내겐 벌꿀이 있으니까.


펜션에서 집으로 갈 준비를 마치고 나가면서 이런 여행을 통해 좋지 않은 것들이 다 빠져나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 때문에 여행들을 다니는구나.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이번 여행은 앞으로의 내 취미생활을 알려 준 것 같았다.


거제로 출발하기 전에 양양해수욕장의 데크길을 걸었다. 길게 뻗어지는 데크길을 걸으며 해수욕장의 모래를 보고 넓은 바다의 풍경도 눈 속에 담았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출발한 나는 휴게실마다 들러서 휴식을 취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차들이 많아서 운전하는 게 힘들었다.

각 기도처마다 밝은 얼굴로 맞아주시고 기도하게 허락해 주신 하늘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사히 묵주기도여행을 할 수 있었고 내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여행을 했음에 너무 뿌듯했다.


그 당시 내가 보고 있던 책은 손웅정(손흥민 아버지)씨의 책이었는데 '운기칠삼'이 생각났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며 내가 할 일들을 묵묵히 해내다 보면 하늘이 알아서 좋은 상황들을 주실 거다라는 뜻이었다.


그래! 앞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천천히 해내면서 겸손하게 감사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참으로 좋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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