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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대학은 하루에 1시간만 수강하는 게 아니었다.

과목당 2시간. 4과목이니 8번

by 글쓰엄

경희 사이버 대학교에 입학하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수강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사이버 대학에서 내가 제일 궁금했던 건 정말 하루에 1시간만 들으면 될까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 1시간은 아니었다.


학점을 목표로 사이버 대학교를 간 게 아니었기에 기본 과목만 선택했다. 최소 과목인 4과목을 신청했고 한 주에 과목당 2개의 수업이 열렸다. 총 4과목이니 8번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일주일에 주어진 8개의 수강.

하루에 한 수강씩 들으면 1시간이 비기에 7일 중 하루는 2번을 들어야 했다. 뭐 1시간이야 한 번에 두 번 들으면 되는 것이고 또 꽉 찬 1시간이 아니라 36분짜리도 드물게 있었다. 대부분 50분 안으로 이루어진 수업들이라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저 내가 생각한 하루 1시간이 아니었던 것이지 비슷했다. 오히려 정확한 시간으로 따진다면 하루 1시간보다 적을 수 있다. 공부에 욕심을 부려 7과목을 선택했다면 한주에 14번을 수강해야 하는 것이었으니 하루에 한 시간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문구점의 3월은 신학기를 맞아 신경 쓸 게 많았다. 경기가 좋지 않아 작년보다는 수월하게 일했지만 그래도 최고로 바쁜 3월이었다. 그런 때 공부를 시작했기에 아주 계획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침 6시 50분에 수업을 들었다. 손님 중에 사이버 대학교에 수강하시는 분이 많은데 퇴근 후 저녁에 수업을 듣는다고 하셨다.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나에게 저녁은 지치고 피곤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중할 수 있는 아침 시간이 좋다.


매일 아침 컴퓨터에 앉아 배우고 싶은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의외로 괜찮은 시간이었다. 수강 전에는 하기 싫어서 몸을 비틀었는데 책상 앞에 앉으니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됐다. 특히 시 창작 기초라는 과목이 좋았다. 시를 배우고 싶어 문예창작과에 온 만큼 시를 수강하는 시간을 기다렸다. 멋모르고 했던 끄적거림이 시적 영감이었고 시인의 중요한 자질이라는 사실에 감탄했다. 배울 수 있는 것과 배울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 자체는 놀라움이었고 정해진 틀에서 내 마음대로 언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쾌감이었다. 이제껏 내가 하고 있던 모든 것이 창작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었다는 사실에 내가 시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느꼈다.


소설론,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까지 글을 쓰는데 필요한 기술을 배워주는 수업이라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학교 다닐 때 이런 이해도를 가졌다면 이렇게 살고 있지 않았을 거란 생각과 함께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 어떤 때보다 흥미롭게 공부하고 있고 제대로 음미하며 공부하고 있다. 역시 자신의 관심사를 배워야 한다는 건 만국 공통의 진리인가 보다.


시수업을 들으며 내가 쓴 시들을 다시 고쳐 쓰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썼던 것들이 짧은 글이었지만 확실한 씨앗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과 시를 쓰는 방식을 알고 쓰는 것이 창작의 기쁨이라는 걸 느낀다. 교수님이 짚어 주시는 시의 내용을 들으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는 것도 재미있다.


달 동안 수강하고 보니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관심사를 배우는 것은 삶의 활력이었다. 물론 과제와 토론, 퀴즈를 풀어야 하는 귀찮음도 있지만 그 덕에 과제조차 정성스럽게 해내고 있다. 읽었던 책의 내용을 상기하기 위해 그 책을 다시 읽는 것과 영화의 내용을 쓰기 위해 영화를 다시 보는 노력말이다. 중간고사로 인해 주어졌던 일주일간의 공강은 달콤했다.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니 아침 시간이 여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취를 하는 덕분에 조용해진 집안은 집중력을 배로 올려주었고 심심해진 시간은 책상 앞을 앉게 했다. 내 몫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이제야 해내는 느낌이랄까. 내가 생각한 수강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훌륭한 배움의 시간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좋은 취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중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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