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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투명한 목숨

by 글쓰엄

웃음패턴 눈물패턴 잘라 포개고 덧댄다

가느다란 색깔실 궤인 바늘이 좁은 구멍을 확인한다

구멍사이 봉합된 공간에 구름솜 욱여넣는다

바늘 찔린 손가락에 붙여진 눈알이 생명을 완성한다


이야기 솜을 품은 단 하나의 덩어리

세상에 단 하나의 숨결을 넣었지만

그 손길을 떠난 순간 여러 개의 눈길을 거쳐야 한다

그 하나의 선택이 간절한 형체들 눈동자에 광이 난다


네모나고 투명한 상자 안에 갇힌 인형

네 손가락 은색 갈고리 아래 묻힌 인형


선택받은 인형이 소유되고 여러 곳으로 날아간다

단 하나의 형체가 여러 개의 같은 인형으로

만든 이는 하나 소유한 이는 여러 명


가진 이의 지식에 따라 달라지는 대우

박물관 케이스에서 대접받거나

방구석 바닥에 버려지거나

만든 이의 숨소리와 다른 인형의 목소리가 불손하다


변하지 않고 썩지 않을 솜에 영생하는 조각들

만든 이가 죽어도 끝까지 버틸 인형들

옷자락 주시하며 실밥까지 경호할 투명한 목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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