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이야기
어서 오세요
왜 안 웃어주노
예?
누군지 쳐다본다
전화할 때는 웃어주더니 얼굴 보면 안 웃어 준다는 손님
돌아서고 기억나는 전화 목소리
오랜 단골이긴 하나 얼굴 본 건 두 번
전화 목소리는 기억하나 실물기억은 무지
물건을 계산하는 와중에도 웃음을 팔라는 손님
자꾸만 거슬리는 웃음타령에
잎쌔가 생각난다
내가 전화할 때 웃는지 우는지 모르겠지만
전화할 때 짜증 내는 점원이 세상에 어디있누
그런데 자꾸만 나오는 웃음타령에
잎쌔가 생각난다
이곳은 물건을 판매하는 곳
웃음은 매장에 판매하지 않는다
웃음은 각자의 숨은 영역
바람이 불어야 잎쌔는 흔들린다
손님의 황당한 웃음타령에
얼굴표정 굳어지고
부실한 나무에 튼실한 벽만 높아진다
돈 버는 시간
뇌 놓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