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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Sep 25. 2023

아들의 공연을 계속 보고 싶다.

거제시민의 날 무대

10월 1일 토요일 거제시민의 날 행사기념으로 청소년문화마당 공연을 하게 되었다. 또다시 큰 무대에 서게 되어 설레고 좋았다.


공연당일 아침에도 나는 아침해를 보며 묵주기도를 했다. 아들의 공연에 임하는 엄마의 자세라고나 할까. 이런 무대를 경험하게 해 주신 감사함과 아들이 공연을 잘 해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렇게 기도를 해 주어야 내 마음이 편하기에 의무적으로 해야 했다.


거제공설운동장에 가보니 자동차와 사람들이 엄청났다. 시민의 날 행사에 걸맞게 많은 행사들이 진행 중이었다. 공연시간에 맞춰 공연자들이 모였고 나는 아들의 짐을 지키며 멀리서 지켜만 보았다.

'누구 없소'를 부르는 보컬리스트가 있어서 아들의 공연 순서가 갑자기 바뀌게 되었다. 같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있다는 사실에 긴장되었다. 공설운동장크기에 맞는 엄청난 무대크기와 운동장을 메우고도 각 벤치에 앉아 계신 사람들로 나는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는 아들도 설레면서 떨린다고 했다. 그런 아들과 일부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관객석에 서서 무대정면을 바라봤다.


학생들의 공연과 초청가수들의 공연이 지나며 태권도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태권도팀의 힘찬 움직임과 합판을 깨며 날아다니는 발차기에 관객들의 호응도는 최고치에 달했다. 태권도팀이 끝나면 시작하는 아들의 순서에 살짝 긴장이 됐다.

"아니! 뒷사람은 어쩌라고" 사회자도 걱정이 되셨는지 한 말씀해 주셨다. 그 정도로 태권도팀의 관객호응도는 최고였다.


아들은 '누구 없소'를 불렀다.

나는 관객석에 있었는데 다른 학생들이 유튜브로 봤었는지 알아봐 주었다. 아들은 약간 긴장한 듯했고 중간에 한 번의 작은 삑사리가 있었지만 무난하게 불렀다. 오히려 관객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이번엔 두 번째 곡인 '비와 당신'을 부를 차례였다. 첫 번째 곡을 부르고 두 번째 곡을 소개하는 시간부터는 관객들의 호응도가 엄청나게 좋았다.

"잘생겼어요~~"

"너무 멋져요~~"

"사귀어 주세요~~"


기타 연주가 시작되고 노래를 부르자 내 옆의 남학생들은

"와~~ 여자친구랑 같이 왔어야 했다."

"와~ 분위기 좋다."

"와~ 멋있다."

라며 감탄해 주었다. 그러면서 많은 관객들이  핸드폰 액정의 빛을 보여주며 흔들어 주시기 시작했다.


"크게 될 것 같아요~~"

"가수 해도 되겠다."

"있어봐라. 데뷔한다니까"

"빛나는 거 흔들어주면 되나"

"사진 찍어놔라"

"잘하네~"


주변에서 들리는 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너무 기뻤다. 관객들 모두가 핸드폰을 흔들며 아들을 응원해 주시는데 눈물 나게 감사했다.


이날 공연에서 나는 오열하면서 아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누구 없소를 부를 때부터 관객분들의 호응도가 좋았고 공연의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아들의 공연에 반응을 해 주시는 관객들에게 감동한 나머지 마스크에 얼굴을 반쯤 가린 채로 오열하며 공연을 봤다.

이날 공연에서 아들은 완벽한 무대를 보인게 아니라 많은 실수들이 있었음에도 관객들의 반응은 최고였다. 관객들이 보여주시는 호응도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아들의 실수가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오히려 순수했던 아들의 모습을 이쁘게 봐주셨던 것 같다. 유튜브에서 뜬 공연도 주변에서 보여주었던 학생들의 반응 덕분에 재미있었다. 아들의 노래에 엄청난 반응을 보여주었던 학생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아들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나는 아들에게 달려갔다. 아들은 엄청나게 떨렸다면서도 너무 재미있다며 좋아했다.

"너무 신나요"

"그래 잘했다. 수고했어. 안 떨렸어?"


무대에서 내려온 아들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설레어했고 상기된 얼굴이었다. 

"너무 재미있어요."

"엄청 떨렸는데요. 그래도 가슴까지 오지 않고 다리까지만 떨려서 다행이었어요. 그래도 비와 당신 2절부터는 괜찮아져서 발성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핸드폰 액정영상들을 흔들어 주시는데 너무 감동받았어요. 너무 감사해서! 무대에 계속 서고 싶어요."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신나 보였다.

무대체질인가 보다. 나라면 그 무대에 서 있지도 못하겠다.


이날 불렀던 비와 당신의 영상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침마다 보고 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감동적인 영상이었다. 학생들의 반응만 봐도 재미와 감동이 있었고 아들의 노래에서 위로받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나는 이 노래를 좋아한다. 아들아! 고맙다.


아들은 공연준비를 하면서 입시준비도 계속했었는데 음색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였다. 노래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이한 음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음색을 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 무대를 계기로  발성의 중요성과 기본에 충실한 보컬부터 다져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무대에서 떨려도 흔들리지 않는 발성을 유지하며 노래를 부르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래! 엄마는 너의 공연을 계속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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