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니어도 괜찮아!

다른 거 해도 돼!

by 글쓰엄

우리 둘째 아들은 큰아이 따라쟁이다. 일반고로 진학하라는 말도 무시한 채 형이 갔던 산업고로 진학했다가 등교 이틀 만에 일반고등학교로 전학을 외쳤다. 그렇게 말했건만 형이 간 학교를 다녀보고 싶었던 것일까? 이틀 만에 외친 아들의 말에 담임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일반고로 전학하기 전 뜨게 된 형의 유튜브 동영상으로 이미 학교에서는 노래하는 잘하는 형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주변의 시선과 큰아이의 영향으로 둘째 아들도 노래를 배우고 싶어 했다. 음악학원선생님께서도 형의 목소리와 비슷하다며 발전가능성이 많다는 말씀을 해 주셨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달랐다.

노래를 부르는 이가 표현하는 분위기가 있다. 큰아이의 노래는 내가 설명할 수 없는 감동과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자식이기에 더한 감동도 있겠지만 내가 모르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둘째 아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냥 '어느 정도 하네'란 느낌이다. 저음에서의 목소리는 좋지만 특정음에서부터는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잘 부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노래에서 묻어나 과한 힘도 느껴졌다. 물론 연습하고 노력하면 발전할 수는 있기 때문에 음악학원은 다니게 했다.

큰아이처럼 둘째 아들도 5월에 열리는 학교공연에 나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잘 부를 수 있는 곡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부르고 싶은 곡을 선곡했고 그 마저도 수시로 바뀌었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공연에 아직도 정확한 곡명이 정해지지 않았다니. 그 순간부터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연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이 틀려먹었다 생각했다. 한 곡을 한 달 내도록 연습해서 공연에 임해도 잘할까 말까인데 일주일 전에 곡명도 정해지지 않고 연습을 하다니 불안했다.


공연 전주 일요일에는 노래방에 가서 둘째 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큰아이와 전화하면서 평가해 달라고 했다. 큰아이의 의견을 듣고 싶었고 둘째 아들의 노래를 공연 삼아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아~음이 맞지 않네요."

"엄마! 제가 대학 와서 느낀 게 많은데요. 일단 학교공연은 나가더라도 노래로 진로를 정하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둘째 아들 몰래 우리는 의견을 나누었다. 큰아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취미로 하겠다면 괜찮겠지만 자신의 진로로 도전하겠다면 말려야 한다고 말이다.


학교 공연날이 되었다. 둘째 아들은 주변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며 자신의 공연을 망쳤다고 했다. 무대 위에 서 있으니 너무 떨렸고 2절부터는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며 크게 삑사리를 냈다고 했다. 공연을 망친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아들의 상심이 컸기에 위로만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이 날의 경험으로 둘째 아들은 노래에 흥미를 잃는 듯했다. 연습을 하지 않는 날도 많았고 일주일에 2번 있는 레슨만 겨우 받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런 아들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공연을 망친 것은 속상했을 것이다. 공연을 하기 전부터 주변에서 노래 잘하는 형의 동생이니 엄청 잘할 것이다라는 기대를 받아왔기에 더 긴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했다. 큰아이도 학교공연을 위해 석 달 전부터 준비했는데 말이다.


나는 아들에게 말했다.

"제대로 노력하지도 않고 성과도 없으면 음악학원을 다니는 것은 생각해 봐라. 엄마도 계속 지원을 해 주기에는 부담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속상했을 텐데 쓴소리 하기 미안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소리였다. 작은 아들은 이번 망신의 경험으로 차선책을 생각한 것 같았다. 노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이 길 말고 다른 길도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방송게임 편집에 대해서 알아보더니 이번에는 게임영상을 열심히 찍어놓는 것이었다. 게임은 늘 해왔었기에 어렵지 않은데 편집은 할 수 없는 상태라 힘들다고 토로하기에 내가 쓰고 있는 '블로'라는 앱을 알려 알려줬다. 작은 녀석은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편집을 쉽게 따라 했고 게임하고 편집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학교 공연이 끝난 지 2개월이 지나고 음악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러면서 영상편집하는 것에 더욱 열중하며 대학진로를 그쪽으로 정하며 고등학교 2학년을 보내고 있다. 대학진로체험이 있었는데 영상편집학과로 대전에 형의 학교에 1박 2일로 다녀오기도 했다. 진심인 건 알겠지만 대학진로체험마저도 형의 학교라니. 완벽한 형따라쟁이다. 물론 작은 아이의 진로는 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현재 시간에 집중하고 매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목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큰아이의 목표는 여전히 확실하다. 둘째 아이는 어렴풋이 정해졌지만 그 길이 아닐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아이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두 아들의 목표와 삶의 열정에 주변분들에게 부러움을 사곤 한다. 아직 열매를 맺지는 않았지만 두 아이 모두 무언가 열중하고 있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가며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서 잘 키웠다는 말을 듣는다. 아이들과 공부성적으로 대립하지 않으면 사이좋은 관계로 살아갈 수 있다. 공부는 자신이 좋아하는 진로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시작하는 것이기에 공부에 늦음은 없다. 대신 아들들의 진로에 관심이 많은 엄마이기에 시작하려 하는 그들의 공부에 신경을 쓰고 있다.


내가 포기한 아이들의 학교성적 대신 자신의 진로를 찾아서 기쁘게 사는 법을 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로서 아이들의 무력감과 게으름을 견뎌야 하고 주변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과 비교당하는 말에도 끄떡없어야 한다.


인생은 길고 해야 할 것이 많다면 지금 당장의 학교성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는 게 좋겠지만 그보다 아이의 마음그릇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인내를 배워야 한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말해주기 전까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강요하지 않고 싶다.


지금 각자의 시각에서 목표 있는 인생을 이야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맞는지 아닌지는 살아봐야 알기에 우리는 늦어도 단단한 길을 가자고 말한다. 서두르다가 자빠지는 경험을 한 나로서는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늦어도 되고 이 길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일단 가보자!

기분 좋게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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