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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Oct 17. 2023

브런치 인기글이...

친정이 불편하다를 올린 후!

수요일 아침에 ‘친정이 불편하다’를 발행했다. 이 글을 쓰고 언제 발행할지 늘 고민이었는데 아침에 발행을 누름으로 내 마음을 세상에 던져버렸다고 생각했다.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조회수가 늘어난다는 알람을 받았고 왠지 이상했다. ‘어디에 뜨지 않고는 이럴 수는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넘겼다. 하지만 점심쯤 브런치 인기글에 내 글이 올라간 것을 보게 되었다.

‘세상에’ 아들들에게 이 사실을 카톡으로 남기고 즐겁게 밥을 먹었다. 내 글이 인기글에 올랐다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신났다. 내가 쓰는 글들이 괜찮다는 피드백이었으므로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날부터 밤잠을 설쳤고 알 수 없는 피로로 힘든 한 주를 보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보통 자신의 글이 인기글로 올라갔다면 기쁜 일인텐데 아직 소화시키지 않은 주제로 공감을 얻다 보니 내가 체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주제로 올라가는 조회수와 공감의 댓글들을 받을 때마다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가지 않아서 괜찮았는데 그 주제로 친정을 계속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왜 맏이들은 내 것을 챙기는데도 죄책감이 들까요. 왜 가족들이 상처받을까 눈치를 보게 되는 걸까요. 맏이들은 왜 그럴까요.’


라는 댓글을 읽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쓴 글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는 건 너무 좋았지만 왠지 친정을 욕보이게 하는 것이어서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런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주신 댓글로 죄책감이라는 게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맏이병은 심각하다. 내가 아픈데도 다른 가족을 걱정하고 죄책감을 느끼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거리를 두며 나를 보호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글을 쓸 때도 나는 엄청 고민했었다. 제일 처음 쓰고도 몇 번을 고치며 한 밤중에 일어나서도 글의 반을 지우고 간추렸다. 발행을 하기 직전에도 극단적인 단어들을 지워가며 올린 글이었는데 많은 분들의 공감을 받았다. 놀라우면서도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가 됐었다. 하지만 이 글은 나의 상처이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하고 있을 뿐 완벽한 치유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글이 뜨면서 다시 아파오고 있었다. 뜨거운 감자로 내 마음이 지저 지는 것 같이 말이다.


예전과 같이 심한 염증은 아니었고 나도 평온한 상태였기에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 글에 깊은 공감을 해 주시고 댓글들을 달아주시는 것에 큰 위로가 되어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었구나!'


하지만 이대로 덮어두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소화시켜야 했다. 소화시키려면 나의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했다.


그러다 쉬는 일요일에 영화를 몰아서 보게 됐다. 영화 중에 아깝게 죽은 젊은 영혼이 현실세계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을 풀어야 천당을 간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일찍 죽음으로서 부모님 친한 친구에게 못한 말들로 풀어가는데 그 끝이  '용서한다. 괜찮다 ‘ 말이었다. 댓글을 보며 눈물을 훔치던 내게 필요한 단어였다.


내 치유의 다음 단계는 용서하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단어가 이제는 내 마음의 문 앞에 있었다.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고민했다.

머리로는 용서하지만 마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상처를 계속 덮을 수는 없는 일이고 만져도 아프지 않을 정도의 치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가 힘들지 않으니까.


용서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왔고 알고 있었지만 상대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만 진정한 용서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은영 박사님의 '화해'라는 책을 읽고 '나를 용서해야 한다'는 구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용서한다는 것은 나를 편하게 하기 위한 일시적인 처방전으로 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그냥 용서한다는 생각의 마취제로 그 마음을 덮어두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나를 용서한다.' 그래! 이제 나는 나를 용서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나는 다시 용기를 내야 했다. 하늘은 내게 이번 일로 다음에 행해야 할 주제를 던져 주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마음의 병명을 ‘맏이병'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제 맏이병이라는 주제로 내 과거를 돌아보며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글을 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또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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