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엄 Oct 12. 2023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었다.

나비인 걸 인정한다.

아이가 있어 기를 쓰고 어둠 속을 탈출하려 했다. 내 아이와 밝은 세상을 살아가고 싶었다.

두 아이를 내 양쪽 어깨에 올리고 발목에는 갖은 의무와 책임들을 차고서 빠져나가려 노력했다.

보이지도 않는 빛을 향해서 올라가고 있다고 믿오르다 보니 흰점 보였다.

흰 점만 보고 올라가니 그 점이 점점 커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내가 너무 힘들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쓰러졌다.


다시 미끄러져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내가 가진 욕심들을 버리고 다시 올랐다.

다시 미끄러졌다.

내가 가진 자존심들을 버리고 다시 올랐다.

다시 미끄러졌다.

뭐가 문제란 말인가!


아프고 좌절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내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다시 가야 했다.

이번엔 아이들의 응원과 함께 올랐다.


내 발목을 잡던 것도 버리면서

드디어 어둠을 탈출해서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성공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족쇄가 더 있었다.

그것도 양쪽 발목에 단단히 채워진 족쇄였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그것이!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그 마지막 족쇄들을 버렸고

나는 자유로워졌다.

나비처럼 자유로웠다.


나비가 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비는 높이 날지도 못하고 빨리 날지도 못한다. 답답다.

내가 가진 에너지가 약했다.

이런! 욕심이 또 생기나 보다.

인정하기로 했다.

나비가 된 나의 장점과 단점을 인정하기로. 


나비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멀리 가지는 못해도 오래도록 나의 색을 펼치는 그런 삶을 말이다.

내가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것을 하며 살랑살랑 살아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아 너는 노래하거라. 나는 글을 쓸 테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