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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Oct 11. 2023

아들아 너는 노래하거라. 나는 글을 쓸 테니.

서로 기쁘게 살아보자.

아들은 대학 보컬과목에서 1, 2학년을 통틀어 1등을 했다. 물론 다른 과목에서 최상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하위 성적을 지키던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었다. 본인도 1등을 했다는 문자를 받고 너무 좋아했다. 제대로 가고 있고 이대로 가면 된다는 뜻의 숫자였으니 안심이 되는 것이리라. 아들의 노래는 재능이 아니라 노력으로 가는 중이라 했다. 자신의 노력이 먹히고 있느니 많이 좋았을 것이다.


낮잠을 자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갑자기 나를 부르며 급하게 찾는 꿈을 꾸었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꿈이었는데 별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공연에서 만난 지인께서 급하게 진행되는 대회가 있는데 아들이 자작곡으로 참여할 수 있냐고 물어왔다. 일주일 뒤에 열리는 경연에서 우승하면 미니앨범도 낼 수 있다는 소식에 급하게 아들에게 전화했고 대회를 신청하게 되었다. 필요한 사진과 음악학원선생님의 자작곡으로 대회신청을 하고 나니 갑자기 아들이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일주일의 격리기간 후 바로 대회에 가면 가능했지만 목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아들과 나는 고민했고 아들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급하게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 중간에서 애쓴 시간이 아까웠지만 어중간하게 도전했다가 아들의 목이라도 상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일이 더 문제였다.

"엄마! 고민했는데 안 되겠어요. 저는 생각보다 노력파예요. 미니앨범은 욕심나지만 일주일 만에 준비하는 것은 힘들고 이런 상태로 참가하는 것도 무리예요. 기분 좋게 노래하고 싶어요. 죄송해요."


아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오히려 지인의 말만 듣고 쉽게 생각했던 내가 잘못이었다. 리플릿까지 나온 상황에서 대회참가를 못한다고 연락한 뒤 앞으로는 공연을 신청하기 전에 아들의 연습시간까지 생각하고 결정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당장의 욕심보다 아들의 긴 여정이 더 중요하다. 나는 아들의 컨디션을 생각해야 하고 그에 맞는 제안을 받아들이며 심사숙고하는 자세를 가져야 했다.


대학에 간 아들에게 전화하면 평일저녁엔 연습실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이 성적으로 나오니 더욱 값진 것이다. 음악학원에 데리러 가면 아들의 연습실을 볼 수가 있었다. 아주 작은 방에서 목청껏 소리를 질러야 하는 외로움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 좁은 곳에서 연습하는 아들의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쓰였었다. 대학 연습실도 그런 환경일 텐데 매일 연습실에서 보내며 노력하는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짠해진다. 하지만 무대에서의 시간을 위한 매일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리라. 부디 몸 생각해서 건강하게 연습하길 바란다.


여름방학 때의 버스킹을 마무리하며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은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했다. 작사를 위한 가사글감들을 쓰고 보니 내 안에 많은 글들이 있음을 느꼈고 정리할 필요도 느꼈다. 막연하게 튀어나오는 글들만 적다가 아들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봤다. 그래! 가수가 하고 싶은 거지? 세상에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너무나 많았다. 노래만 잘해서도 되는 게 아니라 작사, 작곡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하고 천천히 가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뭔가 더 특별한 게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아들의 노래는 이혼 후에 시작되었다. 마법처럼 한 순간에 펼쳐진 기적 같은 순간들은 분명 1년 반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에게는 기적이었다. 좋은 시간들이 한순간에 시작되었기에 나는 그것을 마법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이런 신기한 일들이 아들에게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일어난 희망의 시간들을  알려주고 싶었고 아들의 이야기를 위해 뭔가 하고 싶어서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그렇게 글쓰기 관련책을 읽다가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내게 좋은 정보였고 하싶다는 생각과 함께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적기에 앞서 나의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아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다. 홀로 고군분투했던 지난날의 결핍으로 아들들에게 신경쓰고 있다. 내가 받고 싶어 했던 그것처럼.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아들도 유튜브에 소개된 것처럼 나도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고 브런치 인기글에도 올라가 봤으니 말이다. 이런 반응으로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방향이 정해졌으니 걸어가 보면 된다. 걷다 보면 좋은 일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을 테지만 내 중심만 잘 잡고 걸어가다 보면 분명 좋은 일들은 펼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아들이 노력하는 그 길이 외롭지 않게 같이 노력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멘토니까!


"아들아! 너는 노래하거라.

나는 글을 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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