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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Aug 21. 2023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

작사를 하고 싶다.

노래 가사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글들이 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버스를 탔던 혼자의 나는 그런 기억들이 많다.

홀로 세상을 겪어가는 이가 남들 보기엔 괜찮아 보이는 것도 음악으로 위로받고 있어서는 아닐까


삶에서 방황하던 나는 외로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음악을 들었고 위로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음악은 내 친구였다.

지금도 나는 음악과 함께 산책하고 운전하며 혼자 여행한다.


그런 나에게 아들은 싱어송라이터가 목표라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1월!

정하지 못하고 성적은 바닥인 아들에게 하고 싶은 것이 생긴 것이다. 무엇이든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이혼서류를 마친 뒤 2개월 만에 좋은 일이 생긴 것이다.  

음악 입시학원에 등록한 지 5개월 만에 학교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처음으로 듣는 아들의 노래 부르는 모습은 놀라웠고 신기했다. 아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했다. 독학으로 배운 기타와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좋아해 주는 학생들의 환호에 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런 큰 아들은 내게


 "어이구! 우리 엄마 늙었나 보다. 눈물 흘리는 거 보니"  


일부러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의 눈물을 보며 더 잘하기를 바랐다.

나의 눈물이 아이의 동력이 되었으면 했다.


학교 친구가 유명한 유튜브 채널에 제보하면서 뜬 영상으로 그날 저녁 우리 집 분위기는 들썩거렸다. 아들은 학교에서 노래 잘하는 아이가 되었고 나는 매일 출근하면서 아들의 동영상을 보며 힘을 얻는 게 일상이 되었다.

 

아들에게 가능성을 보고 난 뒤 싱어송라이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싱어송라이터는 노래와 작사, 작곡을 모두 하는 거라는데 아들은


"노래와 작곡은 하겠는데 작사하는 게 어려워요" 


'뭐? 작사가 어렵다고? 글 쓰면 되는 거 아냐?'


당시엔 간단하게 생각했다.

글쓰기에 전문은 아니었지만 쓰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가사 같은 느낌의 글들을 생각나는 대로 노트에 적기도 했지만 계속 이어지진 못했다.

   

그러다 지인의 글쓰기 권유로 작사에 대해 다시 생각했고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유명한 작사가들의 예능프로도 찾아보게 되었다.

그들의 작사에 대한 생각과 말들을 참고해 가며 나만의 어설픈 작사에 대한 글감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1학기를 마치고 온 아들에게 보여줬고 난 엄지 척을 받았다.


"엄마는 시인이에요."


아들에게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더 잘하고 싶어서 많은 책들도 읽어보고 생각날 때마다 메모했다.

그때의 상황에서 느낀 나의 감정들을 끄집어내며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다. 그 글들이 모두 가사로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글감으로 만들어 놓고 싶었다. 지금 생각난 글은 지금 적어야 했다.

그런 글들은 지나가면 다시 만날 수 없고 생각하려 해도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당장 적어야 했기에 항상 핸드폰 노트앱을 맨 앞에 배치하고 작은 수첩과 볼펜을 들고 다녔다.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즉시 적어야 했다.


그렇게 아들이 내려온 지 한 달 만에 32편의 가사글감을 적을 수 있었다. 그냥 5분 10분 만에 생각난 글들을 적어가다 보면 가사치고는 길게 써지는 것에 놀라곤 했다. 아들의 입장에서 아들이 부를 노래를 이야기형식으로 풀다 보니 내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리고 나의 깊은 감정들이 뿜어내는 표현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내 안에 이야깃거리가 많구나.'


어릴 적 느꼈던 소화되지 않은 기억은 아직도 머릿속에 저장된 앨범처럼 생각난다.

그때의 나를 외면하며 살아왔지만 글을 쓰기 위해선 찾아봐야 했다. 기억 속의 장면을 찾아가서 나를 기억해야 했다. 그 기억을 잘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많이 서툴다.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아들의 노래에 도움이 되는 가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다.

내가 쓴 글을 바라보다 내 안의 감정들을 풀어내고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내 것을 토해내고 정리하면 좋은 글들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들이 많았던 어느 날 책을 읽다가 브런치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학원을 다닌다거나 모임에 참여하는 활동에는 자신 없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오래 하지 못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가사를 잘 쓰기 위해서는 글 쓰는 작업을 많이 해야 했다. 가사를 쓰려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고서야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은 혼자 쓸 수 있지만 어떠한 피드백은 받을 수 없다. 피드백 없이는 발전도 없는 것이니 혼자 쓰는 글이 돼버리는 것이다. 나만의 일기장이면 괜찮지만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될 아들을 생각하면 난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


글을 쓰려면 나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내가 어떤 수준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부터 털어놔야 했다.

지독한 아들바보라서 아들에게 좋은 엄마로 살아가고 싶다.

글쓰기가 그런 엄마로 보일 수 있다면 큰 영광일 것이다.

서투르고 부끄럽지만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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