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엄 Feb 06. 2024

고민거리는 말거리요 글거리다.

욕도 글로 쓴다.

몸이 아파도 혼자 고민했던 미련한 과거의 나를 반성하며 고민거리에 대해 생각해 봤다. 고민거리의 사전적 의미는 '속을 태우며 괴로워하게 되는 일'이라 적혀있다. 일어난 일에 대한 행동적 대처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할 수 있지만 마음의 대한 상처는 남아 있기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소시켜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은 어떤을까? 


사십 중반이 넘은 지금에야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고 일상적인 고민은 당연히 혼자 생각해야 하는 것이었으니. 혼자 해결했다는 씩씩함 뒤로 남아 있던 감정들을 신체에너지 부족으로 해소시키지 못하고 숨겨두었다. 지나고 보니 쓰레기를 안고 살았구나 싶다.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앞으로의 고민거리들은 그때마다 풀어내자 다짐했다. 오랫동안 기쁘게 살기 위해 고민거리들을 잘게 분해해서 버려야 됨을 느꼈다. 평생 고민거리가 없을 수 없으니 나만의 방법을 적용해 보아야 했다.


그중에 글쓰기는 나한테 특효약이었다.

매장에서 일을 하다가 결이 맞지 않는 손님으로 기분이 상했던 적이 있었다. 설명하고 확인해 줘도 본인이 못 들었다고 우기면 그뿐이니 남아있는 부정적 감정의 해소는 내 몫이었다. 마음속으로 긍정의 말을 외치고 천천히 호흡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속으로 욕을 해도 해소될 수 없으니 간접적인 욕이라도 써대자 싶어 핸드폰 메모장에 손가락질을 해대며 글자를 써 내려갔다.




'시베리아 속 시바견'


시베리아 속 시바견

시원하게 쏟아내


지잘못은 없다네

이해부족을 남 탓으로 돌리네

시베리아 속 시바견


모든 상황을 지만의 방식으로

이해시켜 줘야 물러서지

시베리아 속 시바견


당장 손해보는 게 배아픈지

멀리 보지 못하지

아닌 것도 우기지

고상한척 유치하지


긍정의 주문걸고

배에 힘주고

호흡 가다듬어

글로 욕을 풀어내

평온함을 유지해


오늘도 시원한

시베리아 속 시바견




순식간에 짧은 글이 완성됐다. 직접적인 욕은 아니지만 비슷한 어감의 단어에 속이 시원하다 못해 후련해졌다. 자리 잡았던 부정적 감정은 수증기처럼 사라지고 나에 대한 대견함과 뿌듯함만이 남아 기분이 좋아졌다. 글을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가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는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생각들은 핸드폰 메모장에 손가락으로 두들겨가며 남긴다. 글자가 생각을 따라가면서 빠르게 써 내려가는 속도감에 신이 난다.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맛이 있고 완성된 글에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니 나에게 맞는 고민거리 해소법을 찾은 것이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노트에 쓰는 펜맛이 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쫓아가며 써대는 손가락 맛도 있고,


하루종일 주어진 자유시간에 노트북과 연결된 레트로 감성 키보드의 거친 소리맛도 있다.


평생 써대려면 일상의 모든 것들이 주제가 되니 나는 관찰자.


이제부터 고민거리는 말할 거리도 되지만 글감도 되는 것.


그러니 문제없는 것.




혼자 고민했다는 사실 치유일기를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감정을 받아들이고 배출하는 방법에  서툴렀던 내가 씩씩한 척 세상을 살아가느라 힘들었구나 싶다. 자아존중감 없이 자존심만 강했다.

그런 과거의 나에게 말해해주고 싶다.

 "이제는 혼자 고민하지 않을게. 그동안 몰라줘서 미안했어. 고맙고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몸도 성질낼 줄 아니까 좀 챙겨 먹으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