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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Aug 24. 2023

앞으로는 더 잘살기

미음의 평화를 느끼게 해 주었던 여덟 가지

인생의 전반전을 지내온 동안 이렇게 마음이 편한 적이 있었던가. 지금의 마음의 상태에 너무 감사하다.

나의 생활에 정해진 루틴이 있고 생활할 곳이 있음에 만족한다. 아주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다지며 올라가는 느낌이며 아직 땅을 고르고 있는 낮은 단계이지만 평화롭고 희망적이게 느껴진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있기에 마음에 쌓이는 독들도 없다.

예전엔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했는데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소소해지고 아무것도 없는 지금의 상태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이제 시작된 내 길을 잘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렇게 소통하고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천천히 알아가고 나에게 맞는 방식들을 경험해 보고 있지만 욕심을 버리고 이전과는 다르게 살아보고자 하는 내 의지가 중요했다. 이런 나를 잡아주고 변화시킨 무엇이 어떤 것이었을까를 생각해 봤다.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지만 나는 이렇게 하고 있고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적어보고 싶었다.


첫 번째는 아이들의 존재 자체와 제대로 된 소통이었다.

늘 혼자서 결정하며 씩씩하게 살아온 사람인지라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는 게 서툴렀다. 결혼해서 좋았던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거였다. 내 옆에 누군가 있고 함께 할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외롭지 않을 거라 착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지 않던가. 결혼해도 외롭고 함께여서 괴롭기까지 한 경험은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었다.


내게 아이들은 삶의 존재 그 자체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었고 함께 공유하고 있는 시간들이 너무 즐거웠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애들 아빠와 나는 외출할 때도 서로 애들을 데리고 가려했다.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좋았다.


두 아이가 고등학생일 때 이혼이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서류상 부부로 두고 따로 살아볼까도 고민했었지만 아이들이 말렸다. 제발 마무리하고 깔끔하게 살자고 말이다. 주변에서 이혼한 가정상태가 너희를 힘들게 하지 않겠냐며 물어도 우리는 상관없다고 괜찮다고 말해줬다. 이혼은 혼자 결정한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여 진행했다.


평범한 가정의 울타리로 보이지만 집안은 어지러웠던 상태가 아이들도 힘들었나 보다. 아이들의 마음에 힘든 것을 없애고 좋은 상황을 만들어 주어야 자기 길을 찾고 성장을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어렸다면 나눌 수도 없는 대화였겠지만 이런 상황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엄마가 왜 미안해요. 엄마가 제일 힘든데 괜찮아요’라며 나를 달래주었다.


그런 따뜻한 말들이 나에게 힘이 되었다. 아직 어린 줄 알았는데 아이들과 어른다운 소통이 가능한 것에 감사했다. 그래 우리 셋이서 잘 살아보자.

그때부터 나는 아이들을 의지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소통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는 책이다.

책을 많이 읽으며 내 생각의 깊이도 깊어지고 나를 정확히 알아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혼 후 얼마동안은 상황을 정리하는 데만 집중했지만 조금씩 읽고는 있었다. 생각의 힘을 키워야 애들을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조금씩 읽는 것도 좋지만 매일 30분 이상 1시간씩은 꼭 읽어나가야 깊이가 있어지는 것 같았다. 한 권을 한 달에 읽어도 좋지만 내 마음이 힘들다면 매일 한 시간 이상은 읽어내야 책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은 채 살아왔기에 쉽게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지되는 두 아들이 있고 이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런 내게 책은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그렇게 협력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내가 누군지 아는 것이 먼저다. 나를 알기에 나와 맞는 남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협력했을 때 좋은 에너지가 나오지 않겠는가.

맞지 않는 옷은 너무나도 힘들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내게 잘 맞는 옷은 나를 돋보이게 하며 편하기까지 하다.

그런 마음의 옷을 찾는데 책이 필요했다.

나는 그런 힘을 책에서 배우고 있고 알아가고 있다.      


세 번째 글쓰기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생각을 정리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쓴 글을 읽어 보면서 나를 더 알아가고 나를 더 챙기게 되었다.


‘그동안 이렇게 힘들었구나'

아직도 소화시키지 못한 감정이 있구나'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

라고 쓰면서 나에게 말해 준다.


진정한 위로가 된다. 내가 나를 챙기면 된다.

누군가 나를 챙겨주면 감사하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는다.

그 사람도 힘들기 때문에 이런저런 정보들을 나눌 수만 있어도 괜찮다.

더 좋은 정보들을 주고 싶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런 글들을 말로 해도 되지만 너무 힘들 때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써 놓고 읽어가며 나를 달래준다.

그래서 글이 좋다. 나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위로해 주니까. 글을 쓰면서 나와 소통하고 있다. 나에게 글 쓰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한 나의 마음 정리이기도 한 것이다.     


네 번째 산책이다.

자연 속 산책로를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은 생각거리들을 머릿속 거대한 서랍 속으로 넣어 주는 느낌이다.

별생각 없이 걷는데 갑자기 정리가 되면서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그래 이건 이래저래 해서 그렇게 생각하면 돼’

 ‘이건 내가 상관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 부분은 침묵이 답이다’

 ‘이거는 내가 조금 잘못한 부분도 있구나. 인정하고 사과해야겠구나’

 이런 식의 정리 말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일을 하면서도 사람의 감정에 힘들어하지 않게 된다.

내 안에서 소화된 부분이기에 누군가가 두들겨도 타격감이 없다.


너는 두드려라 나는 더 단단해질 테니’라는 배짱이 생긴다.


산책은 생각의 힘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근육을 자극시켜 주는 것 같다.

요즘엔 운동으로 산책을 선택하곤 한다. 평일에 일하면서 운동을 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주말에 쉬는 날 산책으로 대신한다. 살려고 산책한다.


그리고 자연 속의 데크길을 걸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마음이 맑아지면서 작은 것에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감사하는 마음도 생겨난다.


‘내가 이렇게 행복하다니'


 이런 감성으로 걷다 보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단어들도 생각난다.


’ 하늘에서 던져주시나 ‘


하면서 받아먹으면 내 갤럭시 노트에 2~3개의 글감들이 적히곤 했다.


걷다가 생각나서 적고, 또 적고.

나중에 적어야지 하면 순간에 떠오르는 단어를 놓치기 때문에 그 순간의 단어를 붙잡으려 메모하게 된다.

산책의 힘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자연으로 갈수록 좋았던 것 같다.

일단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에 평온하다.     


다섯 번째는 영화 보기다.

작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로맨스 영화를 보는 것이다. 내 안에는 너무나 씩씩한 장군 같은 녀석이 있기에 감성적인 글을 쓸 때는 낭만적인 부분을 숲에서 바늘 찾듯이 찾아야 했다.

분명 내게 야리야리한 감성적인 면이 있는데도 표현하지 않았고 경험하지 않았기에 노력해서 찾아야 했다.


그래야 대중적인 가사를 붙일 수 있지 않겠는가.

산책하고, 책을 읽었다면 영화 보는 것은 얼마든지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2편을 연달아 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여전한 나의 취향은 꿈과 희망이 가득하며 지구를 지키는 애니메이션영화였다.

이 씩씩함이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가 보다.

아직 노력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여섯 번째, 공연보기. 음악 듣기다.

아들이 싱어송라이터로 진로의사를 표시하기 전부터 나는 공연을 보며 살아가고 싶었다.

문화예술회관의 공연들을 검색해 보았고 가 보려 했지만 움직여지질 않았다.

보는 건 좋은 데 가는 게 귀찮았다. 그런데 아들 공연은 꼭 가야 하는 곳 아닌가.


내가 매니저가 되어 아들공연에 가야 하니 전날부터 설레었다. 공연에 가면 다른 공연들도 보고 즐길 수 있으니 색다른 삶을 사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이것은 내게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삶의 점선일 것이다.


일곱 번째, 혼자 운전하고 여행 가서 기도하기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는 편이었다. 알게 모르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고생한 경험이 있었기에


 '집 밖은 위험해'란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운전을 하면서 느끼는 그 자유로움은 새로웠다. 노래를 크게 불러도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이 없었고 차 안에서의 안정감과 속도감은 놀이공원의 기구보다 더 짜릿했다.

장시간 운전은 힘들었지만 목적지에서 산책하며 기도한 경험은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어 주었다. 혼자 여행하면서 좋았던 점은 아침에 갔다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거였다. 가고 싶으면 갔다가 금방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여럿이 여행을 했다면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런 소소한 것에서 자유를 느꼈다.

여행지에서 기도를 하는 이유는 새로운 곳에서의 좋은 기운을 받고자 함이었다. 성당을 다녔지만 어느 순간 1시간의 기도시간이 버거워졌다. 자연으로 떠나고 싶었고 우리 가족을 위한 기도는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된 나만의 기도여행은 여행의 목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일이다.

일은 생계에 필요한 돈을 벌게 해 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해 주어 안정된 삶을 살게 해주는 최고의 선택지이다. 이혼도 안정된 일이 없었으면 선택할 수 없었고 다른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 또한  없었을 것이다.


기본 중의 기본은 매일 출근하는 직장과 매달 들어오는 안정된 수입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어야 이혼을 해서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고 아이들의 꿈도 지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혼할 때 내 통장에 100만 원이 있었다.

너무 암담했지만 서류정리를 하고 나니 여기저기서 돈이 조금씩 모이는 것이었다. 집 대신 받은 천만 원과 퇴직금의 일부정산으로 아이들과 전세로 집을 구할 수 있었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생활할 정도는 되고 갚아야 할 빚이 없었기에 마음 편할 수 있었다.


돈에 대한 욕심도 버렸다. 그렇다고 돈이 없어도 괜찮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돈이 좋고 있어야 하지만 마음의 여유와 삶의 기쁨이 먼저이고 싶었다.

내가 기쁘다면 그다음에 따르는 것이 돈이니 우선순위를 정했을 뿐이다.


일정한 수입이 없고, 직장이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아이들과 더운 여름에 팥빙수가 비싸서 참아야 하는 삶은 괴롭지 않겠는가.      


생각해 보면 나의 기대치는 많이 낮아진 것이다.

지금의 능력치를 끌어올릴 생각보다 너무 멀리 있는 기대치만 붙들고 살았던 것 같다.

팽팽해진 고무줄이 터졌지만 다시 시작하고 있다.

낮아진 기대치라기보다 원래의 내 길의 수준을 알게 된 것이다.

나의 역량을 키우는 노력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살아보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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