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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Sep 02. 2023

일에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나는 문구점에서 일한다.

문구점은 내가 공방을 그만두고 일을 하고 싶어 근무하게 되었다. 길을 가다가 매장유리 앞에 부착된 직원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당시에 난 비누 만들기 강사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가지 일을 하게 되었는데 누군가 일도 하고 수업도 하고 집안일도 하는 것이니 쓰리잡러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 흐뭇했다.


나름 부지런했던 나는 매장의 정리정돈과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으로 매장 일을 빨리 배울 수 있었다. 잘 챙겼던 습관과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내게 이 일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다 2년 뒤에 번아웃이 왔다. 취득해야 할 자격증도 있었기에 쉼을 선택했다. 쉬는 동안엔 사회복지사 실습도 마무리하고 장애인활동보조사의 교육도 이수받아 활동했다.


장애인활동보조사로 일하고 있던 중에 전에 일했던 점장님께 연락을 받게 되었다.


"새로 이전한 매장에서 인재가 필요합니다. 다시 와서 일할 생각 없어요?"

"지금 저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생각해 볼게요."


장애인활동보조사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케어해 주는 일이었기에 종일 앉아서 같이 TV 보고 요청하는 것들을 도와주는 일이 전부였다. 6개월이 넘어가니 너무 지루했다. 나와는 맞지 않았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그분이 요양원을 가게 되었다.


그래서 실장님께 전화했고 없는 자리도 만들어 주셔서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과장으로 관리자역할을 하며 매장 전반의 모든 업무를 보고 있지만 문구점은 내게 고마운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으며 변화도 생겼지만 홀로서기를 가능하게 해 준 곳이다. 우리 아이들과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직장은 중요한 곳이기에 나의 인생템이라 말할 수 있다.


문구점에서 일한 지 7년 차가 됐지만 고객응대와  관리자로서의 업무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내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이 갈수록 늘어나는 느낌이다. 우리 매장은 업체납품이나 학교납품이 많은 곳으로  일이 많을 때는 정신이 없다가도 없을 때는 탐정처럼 밀린 일들을 찾아서 해내야 한다.


문구점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품들만 있는 줄 알지만 여러 가지 생활용품이나 다양한 운동용품들도 판매한다. 예전의 학교 앞 문구점과는 다른 느낌이다.

대형 문구점이다 보니  종류가 많다.


"와! 이 많은 걸 다 외워요?"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상품이 많다 보니 물어보시는 손님들이 많은데 한 번에 대답을 해주면 신기해하신다.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알아진답니다.'

 

물품을 알아야 판매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문구점의 특성상 소소한 물품들도 많고 새로 입고되는 제품이 유행템이면 나도 신기해서 살펴보게 된다.

많이 판매되는 상품은 알겠지만 새로 들어온 상품이라면 미리 알아두어야 설명하기에도 쉽다. 모든 제품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판매를 위한 노력은 해야 하기에 상품을 잘 살피는 편이다.


문구점에 일하려면 머리도 좋아야 하고 몸도 튼튼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맞는 말이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신경도 많이 쓰고 물건도 많이 오기 때문에 무거운 것들도 많이 들어야 한다.

학교에 납품할 학습준비물 리스트가 나오면 눈으로 한번 훑어보아야 한다. 전체적인 리스트를 보고 매장에 있는 물건하나씩 챙긴다. 없는 물건은 재고를 파악하고 발주를 해야 한다. 그 리스트를 보고 물건을 챙기다 보면 학교 다닐 때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거라 말한다. 그만큼 종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글자를 보아야 하고 발품 팔아 필요한 물건을 챙겨 넣어야 한다.


매장에 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1인 다역을 해내야 한다. 예전에는 가뿐하게 했던 것들이 갈수록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서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서 다리도 아프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서비스업의 특성상 고객도 응대해야 하기에 나의 체력이나 멘탈부분을 신경 쓰지 않으면 번아웃은 쉽게 올 수 있다.


번아웃 예방을 위해 매일 밤 10시 30분 전에 침대에 누워야 하며 평일 저녁에는 외출을 삼가고 집에만 있어야 한다. 다른 일로 밖에 나갔다 다가는 다음날 일에 지장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만 하려고 사는 것 같은 느낌 정도다.


이런 노력을 하게 된 것도 일을 오랫동안 기분 좋게 하기 위한 나의 관리 중 하나다.

앞뒤 생각 없이 일만 하며 살았을 때는 집에 가면 지쳐서 잠드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하루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내어 일하고 나면 나름 보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건 일중독자의 병적인 집착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나를 아끼지 않고 일하면 빨리 지쳐 나가떨어진다.


"길게 보고 적당히 조절하면서 일하세요"

"어떻게 하루종일 일만 할 수 있어요?"  

"이럴 때는 좀 쉬면서 해도 돼요"

"좀 가만히 계세요."


일에 미쳐 있을 때 내가 자주 들었던 말이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익숙한 일이었고 매장의 이전으로 상품진열을 다시 해야 했기에 쉴 수가 없었다. 내 눈에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당연히 나와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나의 속도를 버거워했다. 나는 나처럼 일하는 게 일반적이라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주변에서 쓴소리를 한다면 생각해봐야 한다. 오히려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어 주어서 고마웠다.


'잠깐! 그간 이런 내 행동이 나를 힘들게 했었는데 여기서도 이러고 있었구나. 이건 병이다.

내가 계속 이렇게 일한다면 또 번아웃이 온다.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하자. 천천히 해도 된다. 천천히 가자'


일을 끌고 가는 입장과 끌려가는 입장은 다르겠지만 그 사람의 역량에 맞춰서 진행시켜야겠다는 생각도 그때부터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나를 위해 이야기해 주는 말들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개인마다의 역량이 다르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예 반대의 사람이 된 것은 아니지만 같이 협력하여 일하는 법을 알아갔고 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병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자제하려 노력한다.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하 사람이라서 내가 열심히 일하고 남은 잉여의 복이 있다면 하늘에서 그 복을 다른 쪽으로 돌려주실 거라 믿습니다. 저는 그 복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일을 더 많이 한다고 전혀 억울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복을 쌓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기에 감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억울함이 올라올 때면 이런 말로 나를 위로했다.


그런 감사한 상황들을 만나며 기분 좋게 일하려고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감정노동이라 한순간의 경험으로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멘탈싸움에서 이겨야 되지 않겠는가.

자영업을 하시는 어느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아홉 명의 손님한테는 아주 친절한 사람인데 한 사람 때문에 악덕 사장이 ."


많이 공감한다.

그 한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든 경우가 있으니 되도록 일희일비하지 고 담백하게 대응하며 일하고 있다. 되도록 가면을 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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