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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Apr 04. 2024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의 첫 노래(이무진의 누구 없소)

풍선 부는 것처럼


2022년  5월 중순! 고등학교 축제 때 아들은 노래를 불렀다. 어릴 때 혀 짧은 목소리로 불렀던 노래를 제외하곤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던 아들의 노래였다. 대학의 실용음악과를 목표로 1월에 음악 학원을 등록하고 5월에 학교 축제에서 불렀던 이무진의 누구 없소. 기타 연주와 같이 노래하는 아들의 노래 영상을 집에서 쳐다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힘들었던 순간에 희망처럼 던져진 아들의 첫 노래는 나에게 새로운 동력이 되어 주었다.


예전부터 방송을 하고 싶다고 했던 아들의 말을 흘려듣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두세 번 들었던 아들의 말은 진심이라 느껴졌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아들의 목표를 응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학교 축제에서 보여준 아들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10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인 라이징 보이스에 친구의 제보로 아들의 영상이 올라간 후엔 더 기뻤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었다. 덕분에 지역축제나 다른 무대에 오르면서 아들의 공연을 더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들었던 아들의 노래로 나는 아들의 팬이 되었고 아들이 좋아하는 가수인 이무진의 팬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 보게 되는 저 날의 영상에서 기억나는 학생들. 아들의 노래에 호응해  학생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아들이 부른 노래보다 더 많은 감동을 받았다. 열심히 노력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지금 아들은 대학교 2학년. 벌써 2년이 지났다. 대학생이 된 아들은 발성도 바뀌었고 스타일도 달라졌지만 음악에는 더 섬세해졌다. 과에서 보컬로 1등을 달리고 있고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배울게 많은 터라 다듬어야 할 게 많다고 한다. 아직까지 보컬에 집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작사, 작곡 공부도 시작할 예정이다. 긴 호흡으로 몇 년을 다져야 결과를 낼 수 있기에 엄마인 나는 기다릴 뿐이다.


매일 아들의 노래를 듣고 싶지만 아들이 불러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나는 내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들의 목표가 이루어지길 기도해 주며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내고 싶어서다. 그러기 위한 글을 쓰고 보니 나 역시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 책을 읽는 건 기본이고 일과 병행하며 틈틈이 글감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으며 완성된 글들을 쌓아가는데 집중해야 했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첫 풍선을 부는 것 같다.  쪼그라진 풍선에 나의 숨을 불어넣으면 동그랗고 예쁜 풍선이 된다. 하지만 풍선도 시간이 지나면 바람이 빠지기도 하고 터지기도 한다. 또 풍선을 불고 싶을 때가 있고 아닐 때도 있다.  하나의 풍선에 내 숨이 들어가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각각의 풍선에 너무 깊은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 풍선은 많으니 또 불면 된다.


다만 풍선을 불다 터뜨려본 경험이 많은 나는 이제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안다.


무리하지 말고 내 숨만큼만 불어보자고

풍선을 부는 과정에 기뻐하고

쪼그라든 풍선에 슬퍼하지 말고

또 불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자고

아들의 첫 노래를 듣고 바라보며

조용히 다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sFAf5tm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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