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이 생활하던 아들은 대학진학을 계기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2인 1조의 기숙사에 홀로서기란 완벽히 어울리진 않지만 스스로 일어나며 학교를 다녀야 하니 독립의 시작이긴 했다. 처음부터 자취생활을 했으면 중간에 짐을 옮기는 수고는 하지 않았을 테지만 기숙사생활을 했던 경우라 방학이면 집으로 와야 했다.
대학을 보낸 후 처음 맞는 아들의 여름방학. 아들을 데리러 대전으로 가야 했다. 토요일 새벽에 출발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길이었는데 기분이 좋았다. 여행길을 다니는 듯 신나게 운전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차들을 보며 레이싱하는 기분을 느꼈다.
고속도로에서는 여유롭고 안전한 길을 위해2차선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2차선은 너무 느리다.느린 속도에 답답해지면1차선으로 바꾸는데 뒤따라오는 차량의 번뜩임을보아야 한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차가 급해 보여안전상 양보하게 되는데 신경이 쓰인다.2차선과 1차선을 반복하다 양보하기 애매한 상황에선 속도를 높이며 달려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부터 레이싱이 시작되는 것이다.
뒤따라오는 차량을 신경 쓰다 벌이게 된그날의 운전이이상하게즐거웠다. 빠른 속도감에서 오는 긴장감이 불편하지 않았고 신경전을 벌이듯 운전하는 길이 나쁘지 않다. 이 길의 목적지가 아들을 데리러 간다는 것이기에 그럴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아들의 기숙사 앞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니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몇 개월 만에 보는 아들의 얼굴은 반가웠지만 생각보다 많은 짐은놀라웠다. 대전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짐을 실은 동시에 집으로의 여행길이 시작됐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밥을 먹었고 오는 동안 나누었던 대화 덕분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주차를 하고 집에 도착하고 보니 대전에서 1시간 만에 온 것 같다. 3시간이 걸리는 길이 1시간으로 느껴지다니.
"엄마! 집에 1시간 만에 도착한 것 같아요. 피곤했는데 차에서 자지도 않고 신기하네요."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 총 6시간의 운전으로 허리는 아팠지만 아들을 데리러 갔던길. 그 길을 지나왔던 시간은 신나는 여행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