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자신을 상남자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상남자라니. 크게 웃지 못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들의 이미지를 말해준다. '모범생'이라고. 장난꾸러기 같은 모범생 이미지.
아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생각보다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방을 봐도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어 양말과 옷들이 바닥에 깔려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인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내가 너무 깔끔한 거라고 우겨댄다.
퇴근하는 금요일 저녁. 다음날 쉬는 토요일이라 기분이 좋았던 나는 아들에게 전화했다. 일주일 만에 한 전화였는데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해댄다. 얼마 전 있었던 학교 경연에서 1등을 해서 2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며 나의 걱정을 자신의 결과로 묻히려 했다. 변덕이 심한 봄날씨에 옷을 얇게 입어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며 아들의 감기 걸린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이참에 아들의 자취방에 가볼 때가 됐다는 생각에 다시 연락했다.
"내일 사전투표하고 출발할게. 혹시 마음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아들의 자취방을 두 번째 방문하는 여행길. 날씨도 좋고 차도 잘 나간다. 출퇴근용으로만 타던 차가 장거리를 달리니 신이 난 모양이다. 도로 위에서 부드럽게 달리는 게 느껴지니 차도 신나고 나도 신이 났다. 3시간 만에 도착한 아들의 자취방에는 아들이 없었다. 출발한다는 문자를 보내지 않아서인지 진짜로 올 줄 몰랐던 것이다. 근처친구집에서 자고 있던 아들에게 건물현관 비번과 자취방 비번을 받은 후 집으로 들어갔다.
헉!
싱크대 위에 놓인 여러 개의 페트병이며
침대 위에 깔린 여러 개의 고양이 인형이며
책상 앞에 쌓인 여러 개의 물건과 책들이 나에게 말하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 안녕하지 못하다.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러 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긴 건 모범생이어도 방만큼은 상남자 스타일이니 아들은 상남자가 맞았다. 아들의 집에 오기 전 가까운 마트에서 먹을거리와 20리터 쓰레기봉투를 구입했었는데 청소하려고 그랬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만 원룸이라도 구석마다 치울 거리가 많으니 쓰레기봉투 20리터는 금방 채워졌다. 점심때까지 계속된 청소로 아들의 방은 깨끗해졌다.
이런 상남자 같으니라고
옷걸이가 부족하면 사고
빨래건조대가 부족하면 큰 걸로 바꾸면 될 것을
엄마가 사준 고대로만 쓰고 있다.
감기로 콜록대지만 않았어도 등짝을 때려줬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인 아들에게 과한 잔소리는 자제해야했기에 미래의 와이프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점심을 먹이고 유익한 대화를 나눈 뒤 오후에 집으로 출발하면서 말했다.
"아들! 1등 먹은 거 축하하고 다음에 청소하러 또 올게."
"네! 꼭 오세요."
"너 내가 청소해 줄 때마다 100만 원씩 받을 거니까 치우고 살아."
"네!"
아들의 상남자 같은 자취방에 다녀오고 뻗어버린 나는 그날밤 10시간을 잤다. 힘든 하루였지만 알찬 하루였고 아들과 먹었던 점심이 맛있었다. 앞으로 나의 여행길은 아들들의 집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기쁘게 다닐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청소도구를 차에 싣고 가는 센스를 발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