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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상황을 예언한 작품

애니 <혁명기 발브레이브>

by 제이슨

2019년은 홍콩 민주화 시위로 중화권이 발칵 뒤집혔던 시기였다. 중국 국내에서는 홍콩 소식을 통제하고 대만 독립파는 홍콩 민주화 세력을 후원하는 등 뒤죽박죽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떤 애니메이션은 이 흐름을 타고 가 중화권에서 역주행에 성공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작품 '혁명기 발브레이브'다.


혁명기 발브레이브가 급부상한 것은 바로 작중 흐름이 홍콩의 정치 상황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작중 도르시아 맹약군사연방이 학교에서 농성하는 학생들을 학살하는 장면은 마치 홍콩이공대학에서 농성하던 대학생들과 중국 공안이 대치한 상황과 흡사하다.


동시에 혁명기 발브레이브에서는 학생들이 저항의 주체인데 이 역시 우산혁명의 핵심 학민사조와 조슈아 웡이 학생이었다는 점과 유사하다. 사시나미 쇼코가 죽은 줄 알고 분노한 토기시마 하루토가 발브레이브와 계약하고 도르시아 군방에 맞서 싸우는 모습에서 나는 중국으로부터 가족, 친구를 지키기 위해 싸운 홍콩 학생들과 군부로부터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미얀마 시민들이 겹쳐 보였다.


이렇듯 혁명기 발브레이브는 홍콩 민주화 시위로 인해 갑자기 급부상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혁명기 발브레이브는 홍콩을 모티브로 따온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나오고 한참 뒤에야 우산혁명과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다 보면 홍콩의 상황을 보고 있는 듯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관련된 것은 없다.


그 대신 혁명기 발브레이브가 영향을 받은 것은 전공투와 1960년대 일본 학생운동이었다. 그도 그럴게 일본 애니 업계에는 과거 전공투에 참여했던 학생운동가들이 대거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동안 에반게리온 이후 일본 애니 업계가 사회 비판적 성향과 좌익 성향을 띄었던 것은 바로 전공투 출신들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에반게리온, 코드 기어스, 혁명기 발브레이브, 길티 크라운, 진격의 거인 모두 사회 투쟁적 작품에 속한다.


이와 함께 혁명기 발브레이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토미노 요시유키다. 토미노 요시유키는 알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 애니 업계의 거장으로 건담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당연히 메카물인 혁명기 발브레이브 특성상 건담 시리즈의 영향을 안 받을려고 해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이 토미노 요시유키의 영향을 받은 것은 작품 곳곳에 녹아있다. 예를 들자면 4화의 전함을 썰어버리는 연출은 기동전사 건담 11화, 1기 후반부 잠입한 적군에 털리는 건 이데온 발동편, 발브레이브의 필살기는 Z건담의 하이퍼 빔샤벨 + 이데온 소드 등. 실제로도 이 작품의 개발에는 토미노의 제자들이 주력 제작자로 참가했다.


이렇듯 혁명기 발브레이브는 분명히 사회 비판적, 좌익적 성향을 띄는 작품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작품은 혁명을 마냥 긍정하진 않는다.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라서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 작품은 절반만 성공한 것으로 끝나는데 이는 혁명 측의 한계도 분명히 묘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즉 혁명기 발브레이브는 적당히 치우지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혁명기 발브레이브는 예전 작품이지만 혁명이 성공하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는 없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한번 왓챠로 시청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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