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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청년의 비극 스토리

만화 <도쿄구울>

by 제이슨

예전에는 미소녀가 나오는 소위 '씹덕물'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러브라이브나 아이돌마스터 같은 것에 환장을 했었고 특히 아이마스에는 돈까지 질렀었다. 이렇듯 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오타쿠의 취향을 가졌었다. 그랬기에 심오한 작품보다는 상업성이 짙고 생각할 필요 없이 볼 수 있는 가벼운 작품을 좋아했다.


그러나 커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때부터는 심오한게 끌리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본 심오한 작품이 에반게리온이었고 이어서 진격의 거인, 기생수도 재밌게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만족이 되지 않아 더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알게 된 작품이 바로 오늘 소개할 도쿄구울이다.


도쿄구울의 시작은 평범한 대학생 카네키 켄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독서하기를 즐겼는데 여기서 카미시로 리제라는 여성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고 그녀가 읽는 작품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카네키는 그녀를 흠모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로 데이트도 하고 연인처럼 지내던 어느날 밤 귀가길에 카네키는 사랑고백을 했다. 그때 리제는 정체를 드러내며 카네키를 습격하는데 바로 그녀의 정체는 구울이었다. 도망가던 카네키는 곧바로 중상을 입었고 리제는 그를 먹으려고 했으나 하늘에서 철골 덩어리가 쏟아지면서 그대로 즉사한다.


병원에서 깨어난 카네키. 그는 몸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체감한다. 바로 구울인 리제의 장기가 의사의 판단으로 카네키에게 이식된 것이었다. 카네키는 그렇게 되서 더 이상 인간이 먹는 음식은 못먹게 되었으며 인육에 끌리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런 좌절한 카네키에게 평화적인 구울 모임 안테이크가 손을 내밀었고 카네키는 소중한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나간다.


도쿄구울 속 카네키는 계속 변한다. 처음에는 순수한 소년으로써 살생을 꺼려했지만 야모리에게 잡혀 고문당한 뒤로는 카구자를 얻기 위해 그를 뜯어먹기도 하며 아리마 키쇼와 싸우다 기억을 잃은 뒤 구울 수사관 사사키 하이세가 된 이후로는 새로운 동료들과 친해진다. 그런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지만 카네키는 인간만은 해치지 않는다는 신념을 유지했다.


실제로 구울 수사관 아몬 쿠레오가 카네키와 처음 맞딱 뜨릴 때 그는 세계를 왜곡시키는 건 구울이며 세계는 잘못되었다며 분노했는데 카네키는 이를 반박하며 그렇지 않은 구울도 있으며 우리는 서로 이해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카네키는 카구네가 폭주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마도 쿠레오를 살려보내줬다.


도쿄구울은 선악으로 진영을 구분하지 않는다. 분명 구울의 식인 행위가 좋게 보여지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인간 측이라고 해서 결코 선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카노우 박사는 카네키를 포함해 반구울들을 시술로 만들어냈으며 구울 수사관 마도 쿠레오는 잔혹하게도 히나미로부터 부모님을 빼앗아갔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구울과 인간 모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묘사된다. 마도에게 부모님을 빼앗긴 히나미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구울로 태어났고 식인을 해서 목숨을 연명할 수 밖에 없는 몸으로써 마치 인간이 고기를 주식으로 먹는 것과 같은데 인간은 고기를 잘도 먹으면서 정작 구울이 그러는 것은 용납못하는게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마도 쿠레오의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구울은 인간을 잡아먹기에 인간은 구울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말이다. 거기에다가 마도 쿠레오는 자신의 아내를 구울에게 잃었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이처럼 도쿄구울은 구울과 인간의 시점 모두 보여줌으로써 누가 올바르고 틀린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후에 re 편에서 마도 쿠레오의 딸 마도 아키라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키리시마 토우카와 자신의 아버지나 부모님을 죽인 후에구치 히나미를 만난다. 마도 아키라는 처음에 토우카를 봤을 때 언짢아 했지만 히나미의 마음을 듣고 생각이 바뀐다. 히나미는 단 한번도 마도 쿠레오를 원망한 적 없으며 그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이 순간이 카네키가 그토록 바라던 구울과 인간이 화해하는 지점이다. 이렇게 서로 이해해갈 때 비로소 살육의 연쇄가 끊긴다는게 아마 작가가 하고싶은 말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작가가 도쿄구울 전반에 잘 깔아둠으로써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도록 잘 장치해뒀다고 나는 생각한다.


구울과 인간 뿐만 아니다. 우리는 서로가 자기 입장을 위해 싸우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한번 도쿄구울을 보며 어떻게 해야 이것의 연쇄가 끊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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