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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추천

마고사키 우케루의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by 제이슨

전후 일본 외교사에 대해 다룬 책으로 원서명은 <전후사의 정체>입니다. 저자가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 당시에 민주당 쪽과 연계되어 있던 인사라 그런지 2009년 후텐마 기지 이전 사건이 많이 언급되면서 일본 정치가들이 좌우할 것 없이 미국에게 너무 굴종적 태도로 나간다고 비판하고 있고요, 특히 일본인들에게 고평가받는 총리인 요시다 시게루와 이케다 하야토는 미국의 대리인과 다를 바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상당히 새로운 관점이고 기시다 내각이 센카쿠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와중에도 미국의 뜻에 따라 대러제재에 동참해 다시 러시아가 북방영토 문제를 들고 나오게 하는 등 오늘날 일본이 친미 일변도로 가고 있기에 이 책은 더욱 일본에서 많이 읽혀야 할 것이라 봅니다. 또 저자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면서도 일본 개헌파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기시 노부스케나 하토야마 이치로, 시게미쓰 마모루에 대해선 그래도 자주국으로써의 위신을 지키려 했다며 나름 점수를 높게 줍니다.


의외인 것은 다나카 가쿠에이가 정치적으로 몰락한 록히드 사건이 다나카 총리가 데탕트 분위기에 독자적으로 일중 수교로 키신저 엿먹이고 중동에 자원 외교 펼치면서 대미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다가 하필 그 시점에 록히드 사건이 터져나왔는데 미국발로 의심하더라고요. 동시에 사토 에이사쿠에 대해서도 오키나와를 반환받고 베트남 전에 대해 지원을 거부하는 등 다른 친미 우익과는 결이 달랐다고 저자는 평하고요.


반미 서적처럼 보이겠고 실제로 미국에 우호적인 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냥 단순히 미국 나쁜놈!에서 그치는 다른 반미 서적과는 달리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결국은 자주권을 회복해서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고 또 앞서 언급했듯이 기시를 옹호한 것 때문에 극우 서적처럼도 보이겠지만 저자가 쓴 다른 책인 <일본의 영토분쟁>에서 명백히 독도가 한국 땅임을 짚고 넘어감과 동시에 철강생산공동체에서 유럽 연합으로 이어진 독-프 관계처럼 한일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애초에 구 일본 민주당 쪽 인사고요 ㅇㅇ.


다만 아쉬웠던 것은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게 일개 외교관이었던 사람이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무리가 있고 미국의 대외공작 중에서는 비밀스럽게 추진된 게 많기에 근거가 부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안보투쟁에서 전학련을 지원해 미국이 기시를 끌어내렸다는 부분은 좀 너무 음모론스럽기도 한 게 이반 이바노비치 코발렌코가 <대일공작 회상>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소련 정부가 안보투쟁 당시 일본 사회당과 공산당을 배후에서 지원해줬다고 하고 거기에 더해 기시 정권의 안보조약 개정 논란에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마냥 부정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교차 검증이 필요할 것 같네요.


무튼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건 일본 전후 정치사를 넘어 과연 우리나라도 미국에 종속된 정치를 하지 않았는지 시사점을 던져주긴 합니다. 여담이지만 진보 쪽에선 문정인이, 보수 쪽에선 김정민이 이 책을 추천하면서도 결국 둘다 결론을 내리는 방식은 다른 것도 신기합니다. 저자 역시 일본이 전전 쇼와 시대 만주국을 통치했던 방식처럼 미국도 일본,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도 거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하는데 저는 그 부분에 시선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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