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트랄로지는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불린다. 배트맨 비긴즈는 새로운 리부트 시리즈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확실하게 끝마무리를 했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마블에 비해 DC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는데 다크나이트 트랄로지와 조커 만큼은 예외다.
그 중에서도 제일 돋보이는 작품이 있다. 바로 다크나이트인데 사실 이 작품은 배우 히스 레저의 명연기로도 유명하다. 그와 동시에 안타까운 건 이 작품이 히스 레저의 유작이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신들린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죽었다는 말도 있었는데 실제로는 약물 오용이라고 한다.
작품으로 돌아와서 보자면 다크나이트의 초반부는 매우 인상 깊다. 강도들이 들어와 은행을 털고 서로 배신을 하며 죽고 죽이다가 결국 남은 건 한 강도와 조커다. 그런데 이때 조커에게 그 강도가 총을 겨눈다. 그 후 들어온 버스에 치여 그 강도는 죽지만 만약 여기서 총알을 당겼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조커는 죽었을 것이다.
배트맨이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스케우크로우와 마피아가 거래하는 장면을 습격하는 배트맨 민병대와 그들을 제압하면서 나온다. 이때 배트맨에게 구속당한 배트맨 민병대 중 한명은 당신은 뭐가 우리랑 다르냐며 일갈한다. 그리고 귀가한 배트맨은 마피아 측 사냥개에게 물린 곳을 치료한다.
조커한테 총구가 겨눠지는 장면, 그리고 배트맨이 일갈을 듣고 상처를 치료하는 장면, 이 두 장면은 무엇을 뜻할까? 나는 감독이 이 장면들을 통해 배트맨과 조커도 결국 인간임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작품 내내 배트맨은 배트맨으로서 부각되기 보단 브루스 웨인으로서 더 많이 부각되는 듯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이야기가 성경의 욥기와 비슷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커를 사탄으로 보고 배트맨은 욥으로 보면 대강 잘 맞는데 그렇게 배트맨은 욥의 입장에서 도덕과 비도덕을 시험받기 때문이다. 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지만 나는 추상적 가치로서의 도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배트맨 외에도 또 하나의 욥이 있다. 바로 하비 덴트이다. 잘 알다시피 하비 덴트는 정의로운 검사였다. 하지만 선택인지 운인지 모르는 것에 의해 연인 레이첼을 잃고 얼굴 한 쪽이 타버린다. 이때 사탄이라고 볼 수 있는 조커가 그에게 나타나서 선택을 강요하고 결국 하비는 완전히 악으로 타락한다.
이런 점에서 하비 덴트의 모습은 만약 욥이 신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고 타락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보며 실제로 욥도 하비도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갈린 것이다. 이는 하비의 동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사고 전 하비의 동전은 양면 다 앞으로서 정의로운 이상이었으나 타버리면서 생긴 뒷면은 도덕이 무너지는 것을 상징한다.
시민이 탄 배와 죄수들이 탄 배에 폭탄 스위치를 주고서는 먼저 죽기 싫으면 다른 쪽의 배를 폭파시켜 죽이라는 실험을 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결국 양쪽 다 폭탄을 터트리지 않고 스위치를 버리는데 나는 이 장면 또한 사람들이 욥처럼 생존 욕구보다는 선에 대한 신앙심(양심)을 선택한 것을 뜻하며 이 장면이 핵심적인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배트맨이 하비를 죽게 만들고 그 죄로 쫓기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그가 진정한 '다크나이트'임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념을 결국 깨트린 것인데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자면 다크나이트는 인간은 절대로 무결한 영웅이 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진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은 자신 안에 있는 선을 믿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다크나이트는 인간의 불완정성과 그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21세기 이후 나온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명작이니 시간 나면 한번 봐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