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스가 정권의 레임덕을 겪었던 게 언제인 마냥 야당의 무능을 등에 업고 압승을 거뒀다. 그래서 자민당은 목표인 개헌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뗐지만 문제는 참의원이다. 참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범 여권이여야만 완전한 개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6월 17일 공약을 발표했다. 경단련 기업인 정치 포럼에서 개최한 '자유민주당 참의원 선거 공약에 관한 설명회'에서 발표에 나선 것은 저번 총재 선거 때 고이케 유리코의 아성을 넘보는 여성 정치인으로 주목받던 다카이치 사나에 정무조사회 회장이었다.
여기서 발표한 공약의 슬로건은 "일본을 지킨다"와 "미래를 창출한다"다. 특히 "일본을 지킨다"는 자민당이 방위력 확충을 1순위 공약으로 내건 것과 관련이 깊다. 자민당은 확고한 안전보장, 방위를 내세우며 GDP 대비 국방예산을 끌어올리고 특히 에너지 주권 시대에 맞서 원유가 물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재난재해에 관해서는 사령탑 개혁을 내걸었다.
2부인 "미래를 창출한다"에서는 성장과 분배의 호순환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시장경제를 내걸었는데 성장과 분배의 조화라는 점에서 확실히 아베 때보다 경제적으로는 진보적 색채가 강화되었는데 이는 기시다 개인 성향에 근거한다. 다만 그러면서도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이었던 스타트업 지원에는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고이케 유리코 이후 일본 여성 정치인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디지털 개혁도 일본 자민당이 내건 개혁 과제다. 현재 일본은 관료주의 병폐 때문에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아날로그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도장 관련해서는 자민당은 이번에 정부 시스템을 디지털화 하겠다고 내세웠다. 단순히 도시 행정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넘어 시골까지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자민당이 전통적인 기반인 관료층과 어떻게 조율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헌법 개정 관련해서는 자민당이 찬성하고 있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어떠한 입장을 보일 지가 변수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 온건파인 사람이라 그동안 헌법 개정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해왔고 이 때문에 아베 파벌이나 넷우익들에게 비판받아왔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무장의 목소리가 일본 전반에서 높아진 가운데 기시다가 이러한 흐름을 굳이 역행할 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민당이 극우고 야권이 진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오히려 자민당이 젊은 층한테는 더 잘 먹힌다. 행정 디지털화 역시 입민당과 공산당이 반대한 가운데 자민당이 찬성했고 55년 체제 붕괴 이후 일본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진보적이었던 개혁인 우정민영화를 관료들의 반발을 무릎쓰고 추진했던 것도 자민당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였다.
자민당에게 있어 이번 선거는 입민당과의 대결이 아니라 유신회와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자민당이 방위력 확충 공약에 목숨을 거는 것이고. 과연 자민당은 선거에서 이기고 기시다 정권의 정책이 탄력받게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