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에서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공명 연합의 과반선 확보는 현실이 되었다. 거기에 더해 개헌파인 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의 의석까지 합치면 참의원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매우 크게 부진한 성적이 발표되었는데 다만 이 부분은 일본 출구조사 자체가 야권에 조금 불리하게 나오는 부분이 있는 것도 감안하고 봐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자민당은 단독으로도 60석도 가능할 듯하고 공명하고 합치면 최대 70석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전체 의석 248석 중 153석을 확보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선거 전 자유민주당은 109석이었고 연립여당인 공명당까지 합치면 139석인 수준이었다. 야권은 입민당이 부진한 가운데 유신회가 크게 성장했다. 유신회는 개선 의원에서 10석 이상이 확인되었고 이는 입민당과 비슷한 수치다.
비례대표에서는 40석 중 자민이 17석을 가져갔으며 입민은 6석, 공명은 5석, 유신은 6석, 국민은 2석, 공산도 2석, 레이와는 1석, 기타 1석이다. 더 정확하게 들어가자면 여권은 선거구에서 45석, 비례에서 22석을 건졌고 야권은 선거구에서 15석, 비례에서 18석을 건졌다. 참고로 일본은 참의원 임기가 6년이며 3년에 한번씩 선거가 치러지기에 이번에 당선되는 사람들을 개선 의원, 3년 후인 2025년 선거에 도전하는 의원들은 비개선 의원으로 현재로썬 분류되어 있다. 저번 선거에서는 124명을 뽑았고 이번에는 남은 124명을 뽑는 것이다.
쨌든 결과 분석은 이쯤하고 관전평을 해보자면 누가 봐도 자민당이 이긴 선거다.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했고 개헌파인 유신회, 공명당, 국민민주당까지 다 합치면 개헌안 발의는 시간 문제인 상황이 되었다. NHK, TV 도쿄, NNN, TBS 모든 방송사의 출구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자민당은 가장 낮게 나와도 55석이고 가장 높게 나온다면 70석까지 가능할 정도이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건 탓도 있지만 그냥 야권이 멍청해서 자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이라는 분석이 더 신빙성 있다. 아베 총격 사건은 막판에 보수층의 표심 결집에만 영향을 줬지 실질적으로 이미 사건 이전부터 자민당이 압승할 거라는 예측을 누구나 다 하고 있었다. 이제 자민당에게 남은 것은 평생의 숙원인 개헌 뿐이다.
하지만 당장은 아베가 죽음으로써 표를 얻은 게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아베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자민당은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아베는 고이즈미 이후 가장 관료를 잘 통제하던 정치가였고 8년 동안 집권한 것을 넘어 스가와 기시다에마저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람이었다. 한국 정치로 비유하자면 노회찬이 죽고 난 뒤 정의당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빠를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포스트 아베로 주목받지만 국민 여론상의 높은 지지에 비해 당 내 기반이 부족한 정치인이다. 실제로 저번 자민당 총재선에서 국민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는 고노 다로가 당원에서 기시다 후미오에 밀려 패한 사례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특히 차기 총재선이 치러진다면 아베로 인해 입 다물고 있던 비 아베 세력, 그러니까 이시바 시게루라던가 고이즈미 신지로라던가 아소 다로라던가 이런 실력자들이 전면에 나서게 될 확률이 높고 당 내 경쟁력에서 다카이치는 밀리고 이들은 비 아베 연합 내각을 결성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비 아베파들이 세운 정권이 평화롭게 잘 굴러갈 것 같지는 않다. 왜냐면 아까 말했듯 아베는 관료를 통제할 능력이 있던 몇 안되는 정치가였는데 그런 아베의 역할을 대신할 만한 정치인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내 생각이 아니라 기시다 후미오가 아베 때와는 반대로 철저히 관료에게 휘둘리는 인상만 심어주니 말이다. 뭣보다 너무 오랫동안 아베 정권이 지속되고 너무 갑작스럽게 물러나고 죽으면서 아베의 뒤를 이을 능력이 있는 후계자가 양성되지 못했다.
그래서 아마 자민당은 최악의 경우엔 고이즈미 이후 시절인 아베(1차)-후쿠다-아소 총리 시절처럼 내분을 겪다가 야권에게 정권을 교체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야권이 자민당을 대체할 수 있는지 의문인게 지금 얘네 상황은 자민당보다도 더 개판이다. 오랫동안 대주주였던 에다노 유키오가 물러나고 이즈미 겐타가 대표가 되면서 혼란이 생기고 수습되기를 반복하던 와중에 그렇게 대표가 된 이즈미 마저 또 흔들리게 생겼으니 그냥 말 그대로 문 닫기 직전이다.
대신 입민당을 대체할 야권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은 유신회다. 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에서는 거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이고 청년층 사이에서도 호감도가 높다.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입민당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의석을 얻어낸지라 앞으로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은 민주당이 주도하던 시대가 끝나고 유신회가 주도하는, 즉 여권도 야권도 보수가 해먹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최대 패자는 입민당이 아니다. 바로 NHK당과 사회민주당이다. NHK당은 대부분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0석을 기록했으며 사민당도 NHK와 TBS에서는 1석 가능성이 있다고 떴지만 여전히 0석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NHK당이야 잠깐 떴다고 사라지는 당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사민당은 전후 체제에서 가타야마 데쓰라는 총리를 배출해내고 보수 우위인 55년 체제에서도 제1야당으로서 굳건한 자리를 지켰었는데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자민당은 어쨌든 이겼지만 여러 문제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고 입민당은 향후 진로 문제로, NHK당과 사민당은 존폐 위기가 생기게 되었다. 과연 기시다는 선거 승리와 아베의 죽음을 딛고 더 나아가 관료와 반대파들을 통제하여 성공한 총리가 될 지, 아니면 이대로 춘추 전국 시대가 열려 얼마 못가 퇴임하고 스가와 함께 못했었던 총리로 기록될 지 지켜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