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본 영화들을 참 많이 본 것 같다. 먼저 집에서 컴퓨터로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고 해도>를 봤고 그 후에 그 유명한 <스즈메의 문단속>을 시청했다. 스즈메 문단속 리뷰 써놓은 것은 어딘가 저장해놨는데 잃어버려서 찾은 후에 올리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건 덕후인 개인 취향으로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극장판을 시청했다.
확실히 앞에서 언급한 세 작품들은 굉장히 잘 만들었고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인적으로는 <날씨의 아이>보다 더 호평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작품들만큼이나 좋은데 개봉 시기가 안좋아서 우리나라에선 잊힌 작품이 있다. 하라다 게이치 감독의 <거울 속 외딴성>이 그 작품인데 사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의 <더 글로리> 만큼이나 굉장히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라 봤던 것도 있다.
작중 코코로는 이지메의 피해자이며 등교거부생인 중학생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학교를 가든 안 가든 내비두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사나다라는 이지메의 가해자가 학교에서 선생들과 유착해 코코로에 대한 악담을 퍼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코코로는 거울이 빛나는 걸 보고 빨려들어와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외딴성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소원을 이뤄주는 방을 두고 게임이 시작되며 코코로처럼 학교를 거부하는 애들과 함께 성에서의 생활을 하게 된다.
대략적인 시놉시스인데 나도 처음에는 흔한 씹덕물인 줄 알고 '잘 쳐줘도 5등분의 신부나 카구야는 못따라가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이 작품이 학교폭력에 대해 접근하는 태도는 진지하다. 어쩌면 등교거부생으로 낙인찍힐 아이들끼리 서로 의존하며 성장해가는 걸 염두에 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피해자들끼리 모여 상처를 씻으며 서로의 고통을 나눈다.
몇번이고 얘기했지만 나 역시 학교 밖 청소년 출신이다. 교우관계가 원만치 못한 것도 등교를 거부하고 학교를 그만둔 이유 중 하나였다. 1년 간은 집과 PC방을 왔다갔다 하며 살다가 2017년에 다른 학교 밖 청소년들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을 들어주고 내 고통을 나누며 나 역시 성장하고 그들도 성장했었다. 좋은 상담가와 선생도 좋지만 같은 선상에 놓인 아이들 만큼 좋은 게 없었으니 말이다.
일본의 이지메 문화는 상당히 심각하다. 서브컬쳐에서는 코노스바의 카즈마나 리제로의 스바루처럼 단순하게 배경장치로만 쓰는 경향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심각하다. 기본적으로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메이와쿠 문화와 혼네, 다테마에 문화가 있는 국가라 그런지 이러한 분위기에 최적화된 유형이 아니면 도태되고 소외된다. 그리고 '은따'라는 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폭력이 사각지대처럼 존재하는게 오늘날의 일본 사회다.
그런데 과연 남의 일일까? 이번에 방영한 <더 글로리>의 나비효과로 벌어진 학교 폭력 고발 사건들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학폭은 일본의 이지메 문화 만큼이나 잔인하다. 일본의 <거울 속 외딴성> 작품에 사나다와 이다 선생이 이지메 문화를 대표하면 <더 글로리>의 박연진과 최혜정이 한국의 왕따 문화를 대표한다. 누구들은 요즘 애들은 학교 폭력 같은 거 안한다고 헛소리 하시는데 예전 일진 문화처럼 직접적으로 못하는 거지 여전히 많다.
그리고 학교폭력이라는 똑같은 주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목소리의 형태>와 비교하자면 목소리의 형태 만큼의 직접적인 폭력 장면은 자주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중간중간에 트라우마의 기억이 스쳐지나가고 코코로가 괴로워하는 장면은 애절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목소리의 형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두고 둘 다 성장해가는 것을 다뤘지만 거울 속 외딴성은 피해자였던 사람들끼리 모여 상처를 공유하며 회복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작품 평을 하자면 학폭 물 중에서는 상당히 수작이라고 볼 수 있다. <후아유 - 학교 2015>의 막장 드라마식 전개 및 비현실성을 가진 작품들이나 일진 미화물들과는 달리 상당히 깊이 학교폭력을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