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본 영화를 별로 안본다. 일본 영화는 대체적으로 만화 실사 영화들이 상당수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 <바람의 검심>이나 <기생수> 같은 명작도 있는 반면 원작 파괴로 극심하게 욕을 먹은 <진격의 거인>이나 어색한 서양인 코스튬이 웃긴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괴작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일본 영화 시장은 예전에 비해 많이 죽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일본 정부에서도 차세대 산업으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적극적으로 밀어도 영화는 딱히 부각이 안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영화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지만 그럼에도 명작이라고 소개할 수 있는 영화도 있다. 바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주인공 츠네오는 대학생이다. 그는 알바로 일하는 마작 게임방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어느 할머니의 얘기를 듣는다. 소문에 의하면 그 유모차에 큰 돈이나 마약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에 츠네오는 여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귀가길의 츠네오 앞에 그 할머니의 유모차가 굴러 내려왔다. 그 유모차를 열어보니 안에 들어 있던 것은 한 소녀, 조제였다. 그녀는 뇌성마비 때문에 걷지 못해 이른 새벽에 할머니가 데리고 가서 산책을 하고 있던 것이다.
츠네오는 이후로도 조제네 집을 자주 드나들며 밥도 얻어먹고 때로는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주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장애인을 위한 복지 혜택을 신청해 집 안을 깨끗히 수리한다. 그러면서 츠네오와 조제는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츠네오에게 여자친구가 있음을 알게 된 조제는 상처를 받으며 돌아섰고 할머니는 츠네오에게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이후 시간이 흐른 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츠네오는 다시 조제의 집을 찾아갔으나 조제는 냉담하게 가라고 한다.
그래서 츠네오는 가려고 했으나 그때 조제가 츠네오를 붙잡으며 "가버리라고 한다고 갈 사람이라면 가버려"라며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조제의 진심을 확인한 츠네오는 가지 않겠다고 말하며 달래고 그렇게 둘의 특별한 연애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결론을 말하자면 조제와 츠네오가 헤어지는 결말로 끝난다. 그러나 이는 더 여운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그녀가 읽은 책에서 이 미래를 엿보는 대사가 있는데 바로 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며 우리는 고독해지고 남아있는 건 흘러간 1년의 세월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조제는 후반부에 독백으로 너(츠네오)가 떠나가면 나는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겠지만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이는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조제의 생각을 나타내는데 조제는 불편한 두 다리를 가지고 있기에 다른 사람과의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안 것이다.
제목에 나오는 호랑이의 의미는 조제가 무서워 하는 것, 즉 세상을 의미한다. 그녀는 불편한 몸으로 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무서워했지만 츠네오가 있었고 그를 통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세상은 무서웠지만 호랑이를 보는 것을 통해 두려움이란 감정이 무뎌지는 것이다.
물고기, 조개는 조제 자신을 뜻한다. 깊고 깊은 바닷속에 갇혀 살아야 하는 조개 껍데기를 자신에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츠네오와의 만남을 통해 바닷속에서 벗어났고 이는 다시 돌아가지 않고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목 속의 물고기는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에 이별을 한 츠네오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조제를 동정 대상이 아니라 진짜 사랑하는 연인으로써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이를 통해 처음에는 동정의 대상일 뿐이였던 조제가 츠네오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 즉 자신이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츠네오가 이별을 선택한 것은 그녀와 함께 하는 미래가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작중 초반부에 조제의 할머니가 츠네오가 조제와 너는 다르기에 양립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만약 츠네오가 조제를 동정했다면 그녀와 계속 함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사랑했기에 이별을 선택한 것이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사람과 장애인의 사랑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실상은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