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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Jul 21. 2023

알렉산드르 두긴이 보는 새로운 유라시아 제국의 구상

신유라시아주의가 꿈꾸는 이상적인 제국

러시아가 지정학적 개념의 중심인 이유


1. 러시아는 의심할 바 없이 유라시아 북동지역을 통제할 책임이 있음. 이러한 러시아의 "동북방을 향한 노도(Drang nach Osten und Norden)는 지난 수세기 간의 러시아 역사를 통하여 어떠한 정치적 격변 하에서도 중단된 적 없는 자연스러운 지정학적 과정임. 맥킨더는 러시아를 가르켜 "역사의 지정학적 축"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옳은 말. 그 이유는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유라시아 대륙 한가운데에 위치하면서 대륙의 모든 지역들을 문명적으로 동화(同化)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음. 즉, 러시아인들의 전략적 이익은 유라시아 북동지역과 불가분 관계에 있으며 러시아의 지정학의 실질적 전망을 정의하기 위한 기본 원칙이 여기에 있음


2. 러시아는 서방의 가톨릭이나 개신교, 또른 그리스도 이후에 서방에서 발달된 문명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별한 형태의 종교와 문화를 부여받았음. 문화와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지역은 서방의 어느 한 나라가 아니라 서방 전체임. 현대의 서방문명은 보편 지향적이다. 즉 모든 서방 문명에는 고유의 문화적 공통성이 존재하는데 이는 철학 및 세계관과 관련한 주요 문제들에 대한 특별한 해법에 기초하고 있음. 러시아 문명의 기반인 러시아 보편주의는 모든 근본적인 특징에 있어 서방과 극단적으로 구별됨. 어떤 의미에서 이들은 서로 경쟁적이고 배타적인 두 개의 모델이며 대립하는 양극임. 따라서 (러시아 문명적 주체성을 보존할 필요성에 기인하는)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은 반() 서방적인 것이어야 하며 장차 문명적 팽창도 가능함.


3. 러시아는 단일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음. 러시아인들의 사명은 보편적인 성격을 지님.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러시아는 역사 속에서 제국 건설을 계획적으로 지향해 왔으며 제국의 경제는 보다 큰 민족과 문화, 종교, 영토 및 지역연합을 끌어들이면서 늘 확장되어 옴. 러시아인들의 계획적이고 분명한 "팽창주의"를 역사적 우연으로 생각할 수 없는게 이러한 "팽창주의"는 러시아의 역사적 실존의 불가분의 한 부분이며 러시아의 문명적 사명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 이 사명에는 러시아인들로 하여금 다양한 문화적 실체들을 자신의 제국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떤 "공통의 분모"가 있음. 그러나 이 "공통 분모"는 나름대로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일정한 역사적 특성과 문화적 내용을 지닌 민족들에게만 적용됨. 그러나 나머지 민족들, 특히 일부 서방 민족들은 러시아의 보편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4. 러시아의 존재는 보다 세계적이고 "그리스도 구원론" 적인 전망에 기인함. 러시아인들이 자신의 "생활 공간"을 무한정 확장하려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지구의 역사에서 마지막까지 생존하기를 바라고 종말론적으로 강조되는 러시아 고유의 세계관을 정착시키려 한다는 것임. 이것이 "신을 믿는 국가"의 최고의 사명일 수 밖에 없음.


두긴이 보는 소련의 지정학적 붕괴 요인


1.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볼 때 사회주의가 존재했던 기간 동안 민족적이고 전통적이며 정신적인 요소들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일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 이중적 기준과 이념적 모순이 벌어지고 사회. 지정학적 계획을 실행함에 있어서 명확한 자각적 의식을 갉아먹었음. 무신론, 유물론, 진보주의, 교육자적 윤리는 러시아 볼셰비즘과 러시아인 모두에게 전부 낯선 것들임. 마르크시즘에서 차용된 이러한 조항들을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은 사실상 서민적이고 비(非) 정교회적 종말론적 기대 속에서 인식했는데 이는 서유럽의 합리주의 결과는 아니었음. 결과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모순된 체제의 제한성과 부적합성은 부정적 형태로 나타나 소련 후기에 이르어 무의미한 독단론과 공산주의적 선동론이 사회의 모든 이념적 생활을 억눌렀음. 통치 이데올로기의 이러한 "마비" 현상과 유기적이고 민족적인 타당한 요소들을 통치 이데올로기에 포함시키는 걸 거부한 결과 소비에트 체제는 붕괴됨.


2. 소련은 지정학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먼 장래에까지 서방의 대서양블록에 대항할 경쟁력을 못갖춤.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도서기지였고 사방이 대양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게다가 유럽의 남부와 서부 모든 해안은 그들이 장악함. 결국 소련의 공격은 사정거리 밖이었고 유럽의 양반으로 육상국경선의 길이가 늘었음. 전략적인 가상의 적 유럽 민족과 인접함에 따라 지정학적 입장이 복잡해졌고 아시아도 서방통제 하에 있는 국가들이 많았음.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나온게 중립적인 정치블록을 유럽과 아시아에 형성하여 상대적 거점을 획득한다는 것인데 소련의 군사적, 산업적, 전략적 잠재력이 쇠약해졌기에 동방블록은 무너질 수 밖에 없었음.


3. 소련의 행정조직은 세속적 기능에 기초하였고 중앙 집권적 행정체제는 국내 여러 지역의 지역적, 민족적, 종교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음. 사회의 획일화와 지나친 경제적 구조화 원칙은 여러 민족들의 생활형태를 억압했고 기껏해야 이를 "보존"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함. 민족자치권에 대한 이야기가 명목상으로 거론될 때만 해도 지역주의 원칙은 유효했지만 소련 정치체제는 마지막 단계에 점차 제국이 아닌 소비에트 국민국가의 형태로 기울어 퇴색되어 가며 종국에는 생명력을 잃고 중앙에 의한 독재를 휘두르는 정치적 괴물로 변해감. 결과적으로 각개 민족이나 문화, 종교를 고려하지 않고 추상적인 "국민"과 "영토"를 추구한 소비에트 모델은 실패함.


4. 소비에트 경제 체제는 장기적인 사회주의 사이클에 기초한 만큼 아주 작은 부분에 이르기까지 전 경제과정에 대한 국가의 세밀한 통제가 이뤄지고 중앙집권화된 고위계층만을 위한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여 많은 이들을 사회적으로 소외와 냉담을 느끼게 함. 거대한 관료주의적 구조를 가진 국가라는 존재 앞에 사회주의와 그의 우선권은 희미해져갔고 의식되지 않아지다가 뒷전으로 밀려남. 독재적인 사회주의 경제는 융통성을 앗아갔고 개인들로부터는 인식 과정에서의 열정과 일체감을 앗아감.


두긴이 비판한 제정 러시아


1. 그래도 두긴은 러시아가 광대한 영토를 지닌 제국으로서 국경을 넘어 밖으로 진출한 로미노프 왕조의 긍정적인 부분을 인정함. 그가 뽑은 제정 러시아의 긍정적인 이데올로기적 기반은 첫번째 민족정신, 두번째 종교적 진리, 세번째 전통적 정치구조.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는 압축된 이 공식은 제정 러시아 말기의 정치적 삶과 사회적 구조의 실질적 내용이라기 보단 이데올로기적 구호였자고 지적함. 특히 전제 체제는 정치적 과제 해결에 얽매어 높은 사명과 종교적 숙명을 망각한 채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스러운 의미를 점차 상실해감. 표트르 대제의 세속적 개혁에 의해 충격 받은 당시 러시아 정교회는 "거룩한 루시"라는 이상과는 상당한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사실상 정부의 통제하에 있으면서 자신의 성스러운 권위와 교회 내의 조화를 상실함. 정신적 독립성을 상실한 러시아 종교회는 그저 차르의 종무원으로 변질되어 세속적 권력과 협상, 천상의 진리를 거짓으로 고백하는 "자유"로 구속받게 됨.


2. 제정 러시아의 가장 큰 실책은 슬라브주의자들의 지정학이라는 것임. 로마노프 왕조 마지막 반세기 동안 대외정잭은 알렉산드르 1세의 유라시아적 전통이나 대륙연합이 아닌 친영 친불 프로젝트였음. 이를 위해 러시아는 지정학적 동맹국들에게 등을 돌렀고 중부유럽 열강들과 갈등관계를 지속하면서 기반을 약화, 마침내 지정학적 자살에 이르게 함. 이게 튀르크, 일본과의 전쟁인  것이고. 러시아는 자신의 고유한 유라시아적 사명을 완수하거나 보수적 제국 열강들과 동맹을 모색하는 대신 진보주의적 프랑스와 식민자본주의자 영국 등 대서양세력의 이익만 지향했음.


4. 그리고 제정 모델을 부활할 시 자본주의를 부활한다는 것인데 러시아 부르주아는 민족적 가치체계의 근본이 되는 문화적, 사회적, 도덕적 기준에 반대함. 영국식 경제적 자유를 악용하여 재정 및 거래상의 투기를 맛보고 법에 얽매인 러시아 귀족계층의 양심이 지닌 비효율성을 이용해 모든 생명력과 신성함을 상실한 저속한 군국주의적 사이비 원시성에 합류함. 이들은 영국과 프랑스의 영향을 전하는 자들로 대서양적 교역모델의 중계자가 되어 최종적으로 로마노프 왕조 후기의 정부조직은 세속적 왕정모델과 자기 파괴적인 슬라브주의적 지정학 및 대서양 지향의 시장자본주의가 혼합됨.


5. 러시아 제국은 속해있던 여러 민족들의 자유로운 발저해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민족문화와 종교적 자율성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때로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전 국가를 획일화하려 했던 중앙집권주의로 여러 민족을 대륙제국의 건설에 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유도하기엔 좋은 방법이 되지 못함. 소련 말기의 수십년 간 그러했듯이 로마노프 왕조 말기에도 "민족국가" 요소가 나타났으며 그 효과도 유사함. 다수민족들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트르부르크의 러시아인들을 멀리 하여 분리주의와 "소수민족주의" 등이 나타났으며 이에 맞서 러시아인들도 민족적 배타주의로 전락함.


제정 러시아의 긍정적 측면은 문화, 종교적인 것과 성스러운 전통에 대한 믿음, 성 루시, 거룩한 제국의 이상과 제3의 로마인 모스크바에 대한 기억이 그것이다. 절대적인 진리의 보루로서의 러시아 정교회와 전제정치체제, 신을 믿는 러시아 민족의 역사적 사명에 대한 인식은 제국의 진정한 정신적 상징으로서 영원한 고유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형식주의나 선동주의, 바리사이적 위선을 멀리해야 한다. 그러나 반(反) 자연적 지정학, 자본주의에 대한 순종, 제국 내 소수민족들의 민족적이고 종교적인 요소에 대한 간과, 로마노프 후기의 친 서방적 성향은 러시아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다.


새로운 유라시아 제국을 향하여


1. 다가올 제국은 지역 열강이나 민족 국가가 되어서는 안됨.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제국이 결코 지역열강이나 민족국가의 연속체나 진보된 형태가 될 수는 없음. 그 이유는 중간단계는 국가적으로 깊이 있게 추진되는 제국화의 상향에 씻을 수 없는 손실을 입히게 되며 러시아 민족을 지정학적, 사회적 모순들로 뒤엉킨 해결할 수 없는 미로에 빠뜨리기 때문.

2. 신제국은 즉시 건설되어야 하며 이러한 계획을 바탕으로 완전하고도 발전된 제국의 원칙들이 이미 설정되어야 있어야 함. 만일 이를 추진하고자 하는 민중과 정치세력들이 지금 당장 국가와 지정해에 대한 자신의 기본적인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위대한 러시아 제국 건설을 위한 보다 나은 상황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

3. 신제국의 지정학적 윤곽과 이데올로기적 틀은 역사상 이전에 존재했던 여러 제국들이 파멸한 원인들을 극복하려는 방향에서 결정되어야 함. 결론적으로 신 제국은

- 물질적이거나 무신론적이거나 경제 중심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 해안국경선을 보유하거나 인접한 대륙지역 내에 우호적 관계의 블록을 형성해야 하며
- 국내의 정치, 행정적 단위가 유기적이고 차별화된 민속적, 종교적 전통을 보존할 수 있도록 지역, 인종, 종교, 문화, 윤리와 같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이러한 요소들에 법적 위상을 부여해야 함.
- 또한 정부가 경제의 운영에 융통성 있게 참여하고 사회적 사이클을 급격히 줄이거나 분배문제에 민중이 유기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측면에만 관여토록 해야 하며

- 로마노프 왕조에 대한 서방의 세속적 영향으로 인하여 상실되었던 성스러운 것들을 종교적 군주제의 틀에 다시금 가득 채워야 하며 진정한 크리스찬적 세계관으로 회귀하기 위해 러시아 정교회 차원의 보수적 혁명을 완수해야 함.
- 민족성이라는 용어를 현재의 약화된 의미로부터 사회, 정치적 대상의 중심개념으로 탈바꿈하고 민족을 주요한 정치적, 법률적 범주로 만들며 자유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인 법률학의 양적 기준에 민족의 유기적 개념을 대치시키며 민족의 법 이론을 만들어야 함.

- 슬라브주의적 지정학 대신에 서방에서의 반독일정책과 동방에서의 반일본정책을 거부하는 유라시아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러시아 민족주의로 위장한 대서양 노선을 단절해야 함.
- 제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사유화와 자본주의화 과정, 주식 및 경제적 투기 활동을 막아야 하고 민중의 경제활동을 상호 협조적이고 집단적이며 국가적 차원의 통제 하에 두어야 하며 국가자본주의라는 문제의 키멘다를 떨쳐버려야 함.
- 주 단위의 행정구분 대신 인종, 종교적 행정단위를 구성함으로써 최대한 문화적, 언어적, 경제적, 법적 자치권을 부여하며 이러한 자치권이 단일한 정치적, 전략적, 지정학적, 이념적 주체 내에서만 행사될 수 있도록 강력히 제한해야 함.

신제국의 건설자들은 러시아 민족주의에 내포된 소러시아적 성향에 대항해야 한다. 소러시아적 성향은 러시아의 위상을 민족국가로 축소시키려하며 제국 멸망의 원인이 된 요소들을 지정학적 프로젝트에 다시 반영코자 하는 정치세력들을 배후로 하고 있다.

역사적 유기체로서의 러시아 민족의 존재는 대륙제국의 건설 없이는 무의미하다. 러시아인들은 신제국의 틀 안에서만 하나의 민족으로 남게 될 것이다. 신제국은 유라시아적이고 대륙적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제국이 되어야 한다.

세계지배를 위한 러시아인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 출처: 알렉산드르 두긴 저, 이원복 편역,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원서명 '지정학의 기초')>,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 2000


알렉산드르 두긴의 신 유라시아주의를 심화적으로 공부하기 좋은 사이트들:


https://www.geopolitika.ru/en

https://eurasianist-archive.com/

https://eurasianist-archive.com/2019/10/19/alexander-dugin-the-foundations-of-geopolitics/

(맨 아래의 링크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지정학의 기초' 원서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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