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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Aug 07. 2023

보우소나루, 남미 극우 포퓰리즘 열풍의 흥망성쇠

왜 브라질인들은 보우소나루를 선택했고, 지지를 철회했는가?

https://www.vox.com/world-politics/2023/7/1/23780996/brazil-bolsonaro-lula-january-8


https://apnews.com/article/brazil-bolsonaro-ineligible-court-ruling-vote-99dee0fe4b529019ccbb65c9636a9045

최근 브라질 전직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8년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법원으로부터 금지당했다. 지난 3월 말 브라질로 귀국한 보우소나루는 현재 룰라 대통령 취임 직후에 있었던 브라질리아 폭동 사태 선동 혐의도 받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귀국 후 방침에 대해 야당을 다시 이끌 것이라고 하였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되었다. 여성, 흑인, 성소수자, 아마존 원주민 등에 혐오 표현을 쏟아낸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집권에 성공하고 "남미의 트럼프"로써 극우 포퓰리즘을 주도했던 그였지만 실험은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었다.


보우소나루의 등장과 브라질 민주정치의 몰락은 넷플릭스에 제작한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라는 작품에서도 잘 묘사되었다. 분명 보우소나루의 집권은 타락이고 사회의 퇴보에 큰 기여를 한 사건이었음은 틀림 없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보우소나루는 자기가 그토록 제거하고 싶어하던 정적인 룰라에게 대선에 패한 것도 모자라 이젠 정치생명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브라질 정치에 끼쳤던 영향 자체가 없던 것은 아니기에 남미를 이해하려면 보우소나루에 대해서, 그리고 브라질 극우 포퓰리즘의 흥망성쇠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보우소나루의 기반인 브라질 군사 정권에 대한 향수


보우소나루는 군인 출신이고 1985년 군사 정권의 붕괴와 함께 정치에 입문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시의원으로 선출된 그는 하원의원 7선을 하며 매번 극단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다. 고문을 찬성한다거나 빈민층에게 콘돔을 나눠주는 건 돈 낭비라는 식의 말들이 말이다. 그 발언의 기반 정서에는 보우소나루의 군사 정권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네 명의 남자 사진을 걸어놨는데 그 네 사람이 바로 냉전 시기 브라질 군사 정권의 대통령들이었다.


또 그는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군대가 나서야 한다는 신군부에 악몽이 있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경악할 만한 말을 한 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고 범죄자는 거리에서 총으로 쏴죽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한국에서 저런 정치인은 나올 수가 없다. 당장 박정희의 딸 박근혜만 해도 군사정권의 부활을 꿈꾼다는 식의 비판이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되는 그 순간까지 따라다녔으며 실제로 그녀가 아무리 박정희의 향수로 지지를 받았다고 한들 대놓고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군대가 나서서 진압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은 꺼내지도 못했다. 그래서 한국 정치 입장에서는 보우소나루는 이해가 불가한 존재다.


하지만 브라질인들에게는 군사정권의 극단적인 향수가 보우소나루 성장의 큰 기반이었다. 칠레의 피노체트처럼 여타 남미 군사정권이 그러했듯이 브라질도 군부독재가 잔혹했지만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던 젊은 층에게는 말 그대로 "알빠노?"였다. 오히려 브라질의 청년 세대들에게 군사정권 때 제대로 잡혔었던 기강이 민주화 이후 해이해져서 치안이 개판났다고 인식되던게 현실이었다. 브라질 군사정권이 잘했느냐를 떠나 민주화 이후 브라질의 치안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여겨지고 있던 것은 좌우 둘 다 마찬가지였었으니 청년층의 민주정부에 대한 반감이 아예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브라질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https://agenciabrasil.ebc.com.br/en/direitos-humanos/noticia/2016-11/public-security-spending-brazil-insufficient-expert-says

보우소나루가 집권하기 이전, 브라질의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았었다. 2016년 브라질의 살인 범죄율은 GTA 실사판인 미국의 약 6배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코카인을 많이 생산해내는 국가들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브라질의 범죄들은 마약 조직들과 연계되어 있으며 더욱이 공무원들은 매우 부패하여 마약, 폭력 범죄들에 대처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실제로 브라질 법무부는 공공 치안에 2015년에 전년도보다 9.6% 감소한 35억 달러를 지출하기도 했었다.


https://www.nytimes.com/2018/06/11/world/americas/brazil-violence-public-spending.html

브라질에서는 2016년까지 시간당 5명 이상이 강간을 당하였다. 또 13세에서 25세 사이의 살인 피해자 1명당 약 266,000달러의 생산성 손실을 보았다고 결론짓는 보고서도 있으며 살인 사건이 35,000건에서 54,000건으로 증가한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성 손실의 누적 비용은 약 2,180억 달러였다. 이 정도면 진짜 브라질의 치안은 총기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미국 남부 주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걸 해결한 정부가 없었다는 것.


1970년대부터 치안 문제는 있어왔지만 그때 민주화 진영에서는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민주화가 된다면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 안이하게 인식한 채 질서 강화 요구를 묵살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범죄율이 치솟아 커다란 정치적 의제가 되어버렸는데 이때도 브라질 진보 진영에서는 군사정권의 정책을 상쇄하기 위한 진보적인 치안 정책에서의 구체적인 제안은 물론 반성도 없었다. 실제로도 브라질 역대 민주 정권은 확실하게 치안을 잡지 못했고 이건 보우소나루도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였지만 어쨌든 그러한 실패에 대한 감정이 기존 정치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브라질 연방 정부는  90년대 이후로 계획이 완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각 행정부가 다른 영역에 투자를 집중하며 놓쳤다. 게다가 정부가 투자한 예산이 기관 차원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조사하지 않고 있는 와중에도 정책은 끊임없이 변화시켜 왔었다. 거기다가 국가 공안 기금과 국가 교도소 기금을 포함하여 주와 지방 자치 단체에 자금을 제공해야 하는 자금이 줄어들었고 투자가 조정이 원할하지 않은 덕에 정부여당의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빈번했다.


이러한 민주화 이후 브라질의 치안 정책 실패는 보우소나루 같은 정치인이 등장하여 아무리 포퓰리즘적이고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찬양조의 발언들을 쏟아낸지라 할 지라도 최소한 유약한 민주화 정치인들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VOX에서 보우소나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 중 그를 대선에서 지지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게 치안 문제였고 놀랍게도 이들은 보우소나루가 숱하면 비하 발언에서 욕하는 대상들인 여성들이 많았다.

브라질 노동자당 정권과 "라바자투 작전"


보우소나루의 대표 정적 룰라는 현재 브라질 대통령이지만 사실 2000년대 초에도 한번 집권했었다. 그 당시 룰라는 남미의 '핑크 타이드'라 불리는 좌파 포퓰리즘의 바람을 타고 정권을 잡았었다. 그래도 룰라를 비롯해 좌파 정권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처럼 무지성 극단적 행보만을 고집하진 않은 유연함을 보이긴 했었다. 실제로 룰라 당시 지니계수가 조금이지만 개선되긴 했으며 세계 경기 호황이 이어짐에 따라 자원 수요를 활용해 수출, 국내 생산 확대 및 소비 증가 효과까지 이뤄내기도 했다. 이러한 밑바탕이 있었기에 지우메 호세프로 브라질 노동자당은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룰라 당시 브라질의 성장은 어디까지나 자원경제 붐 속에서나 가능했던 거품인 측면도 있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장 탓도 있었고. 실제로 자원경제의 호황이 끝나자마자 만성적인 재정적자 악화가 표면화되었고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됨에 따라 대외무역 성장도 같이 정체되었다. 여기에 룰라 후임 대통령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내놓지 못했다. 원자재 가격은 계속 떨어져갔고 핑크 타이드를 주도했던 남미의 같은 좌파 정권들도 몰락의 길을 걸음에 따라 브라질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다행히 베네수엘라의 행보를 따라가진 않았지만 호세프 정권은 평이 너무 안좋았다.

거기에 더해 '라바자투 작전'을 필두로 권력형 부패 수사가 터지며 브라질 노동자당도 이 타게팅을 피하지 못했다. 이때 전임 대통령 룰라를 향해서도 공세가 들어오고 현직 대통령 호세프 역시 탄핵되어 테메르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여기서 라바자투 작전을 지휘한 법조인은 세르지우 모루라는 판사였는데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엮인 뇌물 스캔들을 전부 언론에 공개하여 2018년 대선판을 마구 흔들었다. 이 부패 스캔들은 보우소나루의 최대 정적이었던 룰라의 정치생명에 매우 큰 타격을 입혔다. 룰라는 구속되었고 대선에 대한 피선거권이 박탈되어 대선에 나가지 못했고 같은 당 후보 아다지에게 지지층이 흡수되지 못했다.


의회 정치에 대한 지지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군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10명 중 8명이 호의적이던 이 타이밍이 기성 정치인에 대한 질려버린 브라질인들의 정서를 자극할 포퓰리스트 정치가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마침내 대선에서 마음껏 활약할 무대가 마련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남미의 트럼프"가 "핑크 타이드"를 종식시키다


경제 불황과 대규모 부패 스캔들은 보우소나루를 대선판의 주요 플레이어 위치까지 격상시켰다. 여성혐오, 인종차별적 언행을 내뱉긴 해도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범죄를 강력한 질서를 통해 잡겠다는 보우소나루에게 브라질인들의 상당수가 끌렸던 것은 사실이었다. 정치적 아웃사이더를 자처한 보우소나루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던진 찬성표를 군사 통치 하에서 수백 명의 고문을 감독한 상파울루 비밀경찰의 고인에게 바친다고 하였고 이는 논란이 되었지만 브라질 군부와의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


보우소나루는 트럼프나 르펜이 그러했듯이 SNS를 잘 활용했다. 브라질 선거제도 특성상 TV 방송으로는 군소정당 후보의 홍보에 한계가 있는지라 브라질인들이 많이 활용하는 페이스북과 왓샵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했었으며 무효표가 많았던 것도 보우소나루에게 큰 호재가 되었다. 특히 보우소나루가 자신은 부정부패 스캔들 수사가 지속되는 룰라와는 다르다고 강하게 어필할 목적에서 대통령 선거와 의원 선거에서 기업의 기부를 금지시켰었다. 물론 보우소나루도 대통령 재임 중에는 긴급지출용 법인카드로 식비만 67억원 가까이 쓰는 등 부패로부터 전혀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보우소나루가 선거를 앞두고 피습당한 사건은 그가 확실하게 이겼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라바자투 작전으로 해임당하는 호세프 대통령 재임기 동안 경제는 침체되었지만 그래도 룰라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있었다. 2018년 대선 초반까지도 룰라는 선두주자였지만 부패 스캔으로 지지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며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노동자당의 후보로 나온 아다지 후보는 경제 개선을 내세우며 보우소나루에게 맞섰으나 정부에 대한 브라질 국민의 불만과 아다지가 룰라의 부역자로써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병폐를 해결할 수 없다는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보우소나루 진영에게 패하였다. 1980년대 브라질 군사 정권이 종식된 이래 최초로 군인 출신 대통령이 집권한 것이었다.

대선 결과를 보면 크게는 서부는 보우소나루를, 동부는 아다지 후보를 선택했다. 북부와 북동부는 브라질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로써 노동자당 정책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지역이었으니 아다지를 뽑은 것이다. 반면 남동부와 남부는 노동자당 정권 시기 소득분배정책으로 이득을 본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보우소나루의 득표율이 높았다. 다만 예외였던 지역이 상파울루였는데 이곳은 산업노동자들의 동네라 전통적으로 좌파 정당의 지지 기반이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지속된 경제난으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이탈하였고 2018년 대선에서는 보우소나루를 비롯해 보수 후보의 지지도가 더 높게 나타나게 되었다.


그동안 남미의 포퓰리즘은 좌파에 맞춰져있었고 유럽과 같은 극우 포퓰리즘은 크게 부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여 집권한 보우소나루는 트럼프를 모델로 삼아 강경한 보수 정치를 펴나갔다. "브라질 우선주의"에 따라 다자주의와 남미공동시장에서 탈피해 개별 국가들과의 양자관계를 구축하고 다른 국가들과도 FTA를 추진하는 방식이 대표 예시인데 트럼프식 보호 무역과는 차이가 있으면서도 다자주의가 얜 양자관계를 선호한다는 부분에서 반(反) 세계화 성향도 다분히 눈에 띄는 부분이다.


호세프 대통령 이래 2015~16년에는 -3.5%의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2018년 3사분기 1% 성장에 그치고 있었다. 보우소나루는 이에 약속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민영화, 연금개혁을 실시하는가 하면 예산을 낭비하지 않게 하기 위해 세르지우 모루 법무장관을 중심으로 부패척결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이다. 또 포르투칼 식민지배의 유산인 코포라티즘 또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겠노라 선언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했으며 막판에 뒤끝까지 작렬하게 선사하고 퇴장했다.

맺음말: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 (Feat. 보우소나루의 공과)


아직도 어디서 유래했는지 말이 많은 어록이긴 하고 또 국개론식 지나친 비하 발언이기도 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 말이 브라질의 정치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보우소나루는 개인의 능력 자체는 난 별로 크게 뛰어나다고 보진 않는다. 차라리 그의 롤모델인 트럼프나 일본의 우익 개헌주의자인 아베 신조, 이슬람 포퓰리스트 에르도안이 정치적 수완이라는 면에서는 더 뛰어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우소나루와 직접 비교가 가능한 것은 트럼프도, 아베도, 에르도안도 아닌 두테르테가 보우소나루의 이미지에 더 적합할 것이다.


보우소나루가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브라질 국민들이 미개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가 난세의 영웅(?)이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저 당시 브라질의 상황이 보우소나루라는 정치가가 아무리 흑인, 여성, 원주민, LGBT를 대상으로 혐오 표현을 쏟아내도 집권이 가능했던 여건이었던 것이다. 좌파 정권 하의 오랜 경기침체와 보수 정권 창출에 대한 열망, 전임자 호세프 대통령의 멍청하고 유약했던 행보, 무엇보다도 대규모 부정부패 스캔이 정권에 직격타를 때린 것도 모자라 강력한 경쟁자 룰라의 피선거권을 빼앗아버렸기에 이러한 환경들이 종합하여 보우소나루라는 정치인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보우소나루가 본격적으로 첫 심사에 오른 것은 2020년 코로나 사태였다. 근데 문제가 그가 코로나와 관련되어 음모론을 주장한다거나 코로나를 단순한 독감 취급하며 별 일 아닌 듯이 넘겨버렸다. 결과적으로 확진자 수 2,100만 명 돌파를 넘기고 사망자 수는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대통령부터가 백신 접종을 거부한 만큼 브라질의 의료체계는 코로나로 마비 직전에 몰렸으며 심지어 2020년 말에 실업률은 13.6%에 달했다. 펜데믹으로 국내의 수요가 줄고 공급망이 타격을 받아 빈곤 문제까지 극에 치달았던게 코로나 당시 브라질의 상태였다.


또 보우소나루는 역대 브라질 대통령 중 가장 적극적으로 아마존을 파괴한 정치인일 것이다. 물론 룰라도 1기 집권기에 환경 문제에서 비판을 받긴 했지만 보우소나루는 매우 과격하게 아마존 개발을 밀어붙였다. 이는 보우소나루 정권이 내각 10개 인사를 군 출신으로 구성하며 군부의 영향력을 키워온 것과도 연관이 있는데 아마존에 군대를 투입한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다. 국립우주연구소(INPE)의 사진 판독에 따르면 2020년에 5개월 만에 산림 훼손도가 34%가 증가했으며 이는 2008년 이래 역대 최악 수준이다. 참고로 2020년 5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총 4,300 평방킬로미터의 산림이 파괴되었다.


https://www.aljazeera.com/opinions/2022/8/23/brazil-under-equipped-police-officers-at-war-with-the-poor

그리고 <알자지라>의 보도에 따르면 보우소나루가 실시힌 치안 정책 중 경찰이 빈민가에서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타깃으로 희생양을 삼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참고로 2021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리우데자네이루에서만 최소 40회의 경찰의 치안 작전으로 182명이 사망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의견과는 달리 브라질 경찰이 죽이는 용의자가 마냥 마약 밀매자나 갱단인 것도 아닌게 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무고하게 희생된 건수도 종종 나오는 편이다. 이는 강력한 치안정책을 하면서 같이 수반되어야 할 경찰관에 대한 교육, 투자 및 지원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더 나아가 브라질 엘리트들이 범죄가 자주 벌어지는 빈민가를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곳이라고 근본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참극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알자지라>는 지적한다.

세계은행(2021) Brazil Overview Development news, research, data|World Bank

그래도 보우소나루가 못하는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임기 말년에는 코로나의 여파가 잠잠해진 덕분에 상품 가격이 회복되고 있으며 해외 수요가 확대되어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게 되었다. 2021년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5%였고 2022년에는 2.9%를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선방(?)은 했다. 실업률도 소폭이지만 13%대로 내려갔고. 사실 코로나 때 대응을 개판치고 아마존을 왁싱하듯이 밀어버려서 그렇지 임기 초인 2019년에는 다른 남미 국가들의 불황 속에서도 경제성장률이 1%를 달성하는 등의 이미지가 워낙 나쁜 탓에 가려진 소기의 성과는 있긴 했다.


그리고 은근 보우소나루가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마냥 미국에 의존적이지만은 않다. 물론 트럼프 시절에는 예루살렘으로의 대사관 이전을 추진하는 친미, 친이스라엘 외교하고 남미국가연합(UNASUR)은 탈퇴하는 등 탈(脫) 다자주의적 행보 및 반 베네수엘라, 쿠바 정책을 취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브릭스 정상회담에서는 시진핑과의 친분 과시를 통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조, 대선 당시 브라질의 에너지와 광물 산업을 중국 자본이 독점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다소 대치되는 행보도 보였다. 심지어 보우소나루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에서 서방 국가들이 주도하여 제출한 러시아를 인권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안에는 기권했으며 대러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이러한 비(非) 서방적 행보는 작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보우소나루를 비토하는 근거가 되었다.


보우소나루를 막말이나 혐오를 일삼는 증오장사꾼이라는 식의 서구 리버럴 관점에서의 비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보우소나루가 하는 말이 과격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나 내가 보우소나루를 진지하게 비판하고 싶은 것은 그래서 부패하고 무능했다는 전임 정권보다 나았는가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 당시에 그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은 그래도 코로나가 지나가서 망정이고 안 그랬으면 브라질 의료 체계 자체가 붕괴되는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컸다. 아무리 K 방역이 통제적이라는 비판이 나와도 최소한 브라질처럼 방기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리고 임기 막판에 대선 불복으로 브라질리아 폭동을 벌인 것은 아예 정치 생명마저 박살내는 길이었다. 트럼프를 따라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트럼프가 2024년 미 대선에 도전하는데 있어서 러시아 게이트마저 끝난 와중에도 꼬리표로 따라다니는 혐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답 나온다. 브라질리아 폭동이 룰라를 그래서 끌어내린 것도 아니고 쿠데타로 보우소나루가 집권한 것도 아닌데 결국 얻은게 뭐가 있나 싶다. 기껏 해봐야 큐아논 같은 지지층을 결집시킨 것 정도?


대통령으로써 보우소나루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하자면 트럼프 만큼의 협상 능력도, 아베 만큼의 판도를 구상하는 정치적 안목도, 하물며 에르도안 만큼의 권력을 유지하는 스킬조차도 없던 그저 차베스와는 진영만 다를 뿐 제3세계의 흔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지 않을까 싶다.


참고문헌:


김영철, <2018년 브라질 대선․총선 결과와 의미>, 한국 포르투칼-브라질 학회, 포르투칼-브라질 연구 16(1), 2019

이미정, <브라질 대선과 변화의 함의: 신정부의 개혁 궤도>, 한국 포르투칼-브라질학회, 포르투칼-브라질 연구 16(1), 2019

임두빈, <신 전환기 브라질 정치지형 변화의 문법에 대한 소고>, 인문사회 21, 13(1), 2022

김효은 외, <브라질 보우소나루 정부의 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8

Laura Tedesco, <보우소나루 집권 이래 브라질이 마주한 도전>,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 2021


https://youtu.be/H1DXtQua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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