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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Aug 18. 2023

일본의 재무장, 개헌에 대한 논점

일본 개헌 논란, 자위대 근황, 핵 관련 논란에 대해 설명하는 글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358

( 지금 다시 보니 진짜 못쓴 글이네...ㅠ)


예전에 내가 아베가 죽는게 한국에게 큰 도움은 안될 거라고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아무튼 난 이때 아베의 사망이 일본의 우경화를 더욱 촉진할 뿐이라고 얘기했을 뿐이라 얘기하며 아베 사망을 이토 히로부미 암살에 비유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 입장은 변함 없다. 2021년 아소 다로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침공을 오키나와 위협으로 간주해 집단적 자위권에 따른 개입을 천명했을 때보다도 일본은 지금 더더욱 재무장과 보통국가화의 길로 가고 있는 중이다. 아베 없고 기시다라는 온건파가 총리인 일본이지만 그 수면 아래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일본 정치에 대한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다. 마치 비록 제국주의자였지만 어쨌든 간에 온건파이자 문민 정치인이었던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 청년 안중근이 쏜 총에 맞아 죽은 이후 육군성 내 조슈벌 대표 야마가타 아리토모와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전권을 잡고 그때부터 육군 강경파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이미 기시다 총리는 방위비를 1% 이내로 한다는 조항을 포기해 2% 이상으로 올리게 되었으며 헌법 9조와 긴급사태조항을 포함한 4개 항목은 차후에 있을 개헌에 무조건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는 이케다 하야토를 계승한 굉지회라는 보수 본류, 즉 온건파 출신 정치인인데도 이렇게 한다는 건 더 이상 일본 정치에서 개헌을 끝까지 거부하며 버티기란 매우 힘들고 아무런 정치적 이득도 없이 스스로 자멸하는 길이라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현재 개헌 논의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9조로 대표되는 평화헌법 문제로 자민당 측은 자위대를 여기에 명시할 걸 추진 중에 있다.


https://www3.nhk.or.jp/news/special/international_news_navi/articles/feature/2023/08/17/33765.html

방위력 증강도 진행 중이다. 올해 7~8월 호주군의 참관 아래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 제1기동연대가 상륙 훈련을 했으며 이는 2022년에 결졍된 새로운 방위 전략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다. 이 전략에 따르면 상대의 미사일 발사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해 방위력을 발본적으로 강화할 방침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아래에서 자위대는 질적, 양적으로 대변화를 시행해 확연하게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호주와의 훈련은 그걸 위한 발판인 것이다.


12식 지대함 유도탄은 앞으로 자위대의 반격 능력을 담당할 축인 무기다. 현재의 사거리는 백수십킬로이지만 정부는 장래에 상대의 미사일의 사정권 밖으로부터 공격할 수 있는 무기로 장사정화 하여 개발을 결정해 있다. 실현되면 사거리는 약 1000㎞로 늘어난다고 한다. 또 동시에 내년부터 F-35B 인수가 시작되어 총 42대가 배치, 최근에 호위함에서 경항모로 개장된 이즈모함과 카가함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유사시에 미 해군 7함대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이 선봉에 사면 사세보의 아메리카급 LHD 헬기항모와 F-35B 탑재한 이즈모급 2척을 경항모로 묶고 휴가급 2척으로 적의 잠수함 침투를 방어하는 대잠전을 맡기는 식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지스함에 있어서는 기존의 공고, 키리시마, 묘코, 조카이 등 공고급 4척과 아타고, 아시가라급 최신형 2척을 운용해 총 6척을 굴렸는데 2021년까지 아타고급 구축함인 마야와 신형 이지스함 하구로를 진수하면서 이지스함 8척 체제를 완성했다. 이렇게 이지스함 8척과 항공모함형 호위함 4척으로 4개 호위대군(기동전단)을 2023년까지 완성하였다.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항모형 호위함 1척과 이지스함 2척, 구축함 2척으로 구성된 일본 해자대 호위대군에 비해 한국 해군은 세종대왕급 3척이 아직까지 전부라는 것이다.

이제 일본에게 전수방위 원칙은 깨졌다. 공격용 무기인 항공모함을 비록 경항모지만 도입했고 특히 미사일의 장사정화는 헌법조항을 의식해 그동안의 정권들이 자제해왔던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선언을 대놓고 한다는 것에 있다. 중국은 오키나와의 난세이 제도부터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제1도련선 안쪽의 실효지배를 추구하면서 적의 침입을 저지하는 이른바 A2/AD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그들은 대함미사일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맞서 일본은 미사일의 장사정화를 추진한 것으로 방위성이 설명하길 장사정화 정책은 곧 일본판 A2/AD 정책이었다. 일본 방위성이 개발하는 고속활공탄은 1000km이고 올해부터 블록 1 양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고속활공탄을 개발하는 건 어디까지나 일본이 "아직은" 보통국가가 아닌 나라이기 때문이다. 헌법 9조에 묶여있는 자위대는 집단적 방위권으로 범위를 확장했음에도 이 역시 상당히 제한적인 움직임이기에 당장은 대만이나 오키나와 방어 정도로 만족하는 것도 있다.


일본은 비핵화 국가 중에 유일하게 고농축 우라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것도 비핵 3원칙을 발표한 국가가 말이다. 또 동시에 발사 후 대기권 재돌입 기술을 보유하는 등 로켓을 비롯해 우주과학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로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일단은 보통국가가 아니기에 적당히 눈치보면서 우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군사 개발을 제대로 안하고 있긴 하지만 개헌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그들이 적어도 국제정치적 조건이 마련된다는 상황 하에서는 자체 핵보유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일본의 핵무장, 언뜻 보기엔 그냥 개헛소리로만 보인다. 주권국가인 한국조차도 핵 개발을 하려다가 실패하고 시도한 대통령은 의문으로 둘러쌓인 죽음을 맞이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가 투하된 경험이 있는 나라로 핵무기에 대한 굉장한 트라우마가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 1968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비핵 3원칙을 발표해 핵무기를 절대 일본땅에 두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으며 그는 노벨평화상도 수상했다. 평화헌법 9조와 비핵 3원칙은 일본의 핵무장을 방해해온 큰 요소였다.


하지만 일본 정치인들은 비핵 3원칙에 집착하지 않았다. 기시 노부스케 총리는 1957년 5월 국회에서 "자위를 위한 핵무기는 합헌"이라 주장하며 핵무기 보유는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는 비핵 3원칙을 밝힌 사토 총리도 개발 안하는 상황에서도 핵개발 기술은 무조건 필수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는 방위청장 시절인 1970년 5년 이내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제는 야마가미 데쓰야의 살해로 일본 우익의 순교자가 된 아베 신조 총리조차도 관방장관 시절 핵무기 보유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1970년대에 예상한 5년의 핵개발 기간은 이제 3개월이면 된다 할 정도로 이미 일본은 자체 기술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우라늄 농축 시설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이설은 모두 일본 영토 안에 잘 구축되어 있으며 아까 언급한대로 플로토늄도 추출되어 있다. 뭣보다 일본 핵개발 논란에 대한 명분은 점점 쌓여가는 중인데 북한 때문이다. 북핵의 위협에 직면한 것은 남한 뿐 아니라 북한도 마찬가지이며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와 협상이 실패한다면 최후의 카드로 일본의 핵무장 허용을 꺼내들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면 일본이 만약 핵무장을 한다면 핵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져서 한국에게도 핵개발 명분이 제공된다는 것이고 여기에 자극받은 중국이 폭주하면 어떻게 정세가 파탄날지 모른다는 부분이다.

유신회 인사들의 핵공유 주장들

https://www.jcp.or.jp/akahata/aik22/2022-04-14/2022041403_01_0.html

그리고 실제로도 개헌 떡밥은 자민당 뿐만 아니라 원내 제3당이자 또 다른 우익 세력인 일본 유신회도 물었다. 물론 유신회의 개헌 정책이 단순히 헌법 9조만 있는게 아니고 교육 무상화나 헌법재판소 설치, 통치기구 개혁(총리 직선제, 단원제), 오사카 부 수도화, 남계 천황 유지 등 다양한 의제들이 있는 편이지만 여기서 논란이 되는 지점은 그것도 아니고 재무장 주장도 아니다. 애초에 재무장 주장은 국민민주당은 물론이고 입헌민주당에서도 찬성하는 인간들이 몇명 있기 때문에 일본 정치에서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유신회의 개헌 떡밥이 핵공유랑 함께 나왔다는 것이다. 핵공유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말일 것이다. 과거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나 황교안이 주장했었던 정책이기도 하고 이걸 가지고 여야 지식인들 사이에 거대한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핵공유 또한 일종의 핵보유국으로써의 약간의 지위를 누리는 면이 있는 정책인데 본격적으로 대놓고 주장한 정치인은 지금은 고인이 된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였다. 그걸 이어서 했던게 지금 유신회의 정신적 지주인 하시모토 도루 당시 오사카부지사였던 것이고. 뭐 이게 예전부터 나왔던 주장이라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다른 진영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이라면 유신회가 원내에서 제3당이고 입헌민주당보다도 지지율이 높기 때문인 것이다.


일단 기시다 총리의 입장은 핵공유 반대이다. 왜냐면 이건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 자체가 원자폭탄으로 인해 쑥대밭이 되었던 지역인 히로시마이기 때문이며 기시다 본인의 정치성향도 보수 인사치고는 진보적인 면이 강하다는 부분이 크다. 게다가 보수 방류의 아베 신조 역시 핵보유가 헌법 위배는 아니라 하며 여지만 놔뒀을 뿐 실제로 시행에 옮기진 못했으며 핵 논란의 조상인 기시 노부스케도 합헌이지만 정책적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한 발 뺐었다. 마찬가지로 비핵 3원칙을 내세워 노벨 평화상을 받은 사토 에이사쿠도 비밀리에 유사시 미군 기지로 핵무기 반입을 합의했지만 평시 상황에는 해당이 안되는 말이었기에 표면적으로는 1972년까지 오키나와의 핵무기를 전부 철수하는 작업을 했었다.


따라서 일본의 핵무장은 일본 국내에서도 그 자체로 불타오르는 주제인 만큼 쉽게 될 리가 없다. 거기다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이 투하된 나라인 만큼 보수층에서도 격렬한 반발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다만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일본 핵개발의 결정적인 명분이 될 북핵 문제가 더욱 악화되어 미국이 손쓸 수 없게 되는 지경이 되어 아예 미국이 더 이상 핵우산으로도 안된다고 판단, 아예 일본을 핵무장시켜 북중러를 견제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해버리는 시나리오다. 그것은 미국의 확장억지를 가장 확실하게 일본에게 분담하는 전략이 될 수 있는 한편, 핵 보유는 곧 핵확산방지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경 시도인 만큼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자위대 확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모두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지지하고 있는게 현실이고 그들은 일본과 같은 선진국 체급을 가진 국가가 국제사회 문제에서 발을 빼는 걸 원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은 동북아에서 유용한 자산이 한국, 대만, 일본 밖에 없는데 이 중 일본이 가장 압도적으로 체급이 큰 국가이기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 해외 파병을 허용해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이나 대리전에 쓴 용도로는 가장 적합하다. 게다가 중국을 견제하기엔 한국은 너무 체급이 낮은데다가 워낙 대중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에 비록 중국과 교류가 많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맞설 국력이 있는 일본이 인도-태평양 전략 속 대중 포위망의 방패로 가장 적합한 것이다. 게다가 인도-태평양 전략의 최초 구상은 아베 신조였다.


일본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할 수단으로써 자위대와 보통국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2010년 센카쿠 열도 중국 어선 충돌 사건에서 일본은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체포했다가 중국에게 거센 항의를 받는 걸로도 모자라 오키나와 인근에 무력도발을 하고 희토류 수출 제재를 단행. 결국 일본으로부터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이 사건은 2010년 10대 뉴스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다음해 중국의 GDP가 일본을 추월함으로써 오늘날의 일중관계로 이어지는 양국 사이의 대격변을 예고한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2017년 3월,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가 전날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맞서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BMD)를 증강할 것을 천명했다고 보도한 것처럼 일본 재무장의 부차적이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뭣보다 1991년 걸프전쟁이 터지고 미국의 조지 허버트 부시 대통령은 자위대를 파병할 것을 요구했을 때 당시 총리 가이후 도시키는 평화헌법을 근거로 거부했던 사례는 두고두고 후회 사례로 남았다. 당시 정부는 대신 미국에 약 130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했는데 이는 곧 수표 외교라는 비난이 국제사회에서 강하게 나오는 걸로 이어졌으며 결정적으로 전쟁 종료 후 쿠웨이트는 이라크군으로부터 해방시켜준 다국적군에 참여한 나라들에 감사인사를 했지만 일본은 130억 달러를 보냈음에도 감사인사를 받지 못했다. 이 일은 지금까지 진행되는 일본 재무장의 근원이 되는 사건이며 그때 이후부터 1992년 유엔 평화유지활동 협력법을 만들며 자위대의 해외파병 근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일본 국민들이 평화헌법이 자국의 이익에 손해보는 결과만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는 것의 가장 큰 원인이며 일본이 처한 안보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개헌과 재무장이라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 정치권은 미시마 유키오나 전전 황도파를 계승했던 신우익들이 생각했었던, 로마제국의 황제처럼 헌법의 외부에 위치한, 때로는 ‘무질서’를 예외로서 인정해 법 집행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법 초월자적인 주권자인 천황에 의해 통치되어야 하기에 헌법 개정이나 재무장을 추진하는게 아닌 현실적인 안보 문제가 헌법 개정의 주된 논리이다. 당장 아베에게 있어서 천황은 일본 역사의 근간임을 강조하면서도 일본국 속의 천황의 역할을 국가, 국민의 안녕을 기도하는 존재일 뿐이니 개헌, 재무장은 전전 군국주의 체제로 되돌아가는 계기가 되진 않을 것 같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기시다는 온건파고 보수 본류 인사지만 자국의 이익에 맞춰 개헌 흐름을 따른다는 것이기에 보수 본류 쪽이라고 경무장-경제우선 논리를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대적으로 온건한 기시다도 언제까지 갈 지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26%, 자민당은 21%로 상당히 낮은 수치인데 난 그렇다고 입헌민주당 같은 애들이 교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거기는 이미 망할대로 망했고 자민당보다도 엉망이다. 그러나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중의원 해산 문제가 논의되고 마이넘버 문제로 기시다 내각의 붕괴로 이어진다면 그때부터는 아베 사후로도 통제가 가능하던 우경화가 폭주할지도 모른다. 물론 아베파가 아베 사후에 혼란이 빠졌긴 하지만 다른 쪽에서 그럴 수 있다는 거다.


고노 다로는 기시다보다 온건하지만 새로운 변수는 고이즈미 신지로다. 한국에서는 그저 "펀쿨섹" 같은 개그캐로만 소비되고 있는 것 같은데 마냥 무시할 사람이 아니다. 호사카 유지가 말했듯 아베가 직접 후쿠시마 문제 덤탱이 씌우기 좋은 환경상 자리로 꽂아넣어 정치적으로 고사시키기 위한 행위에서 생존했었던게 바로 그였다. 또 고이즈미 신지로는 2021년 자민당 총재선에서 전략적으로 고노 다로를 밀어 여론조사에서의 승리를 이끌어내어 자신의 영향력을 입증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인 만큼 아베 사후 자리가 비어있는 보수 방류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을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잘 알려지진 않은 사실이지만 고이즈미 신지로는 야스쿠니 신사를 공개적으로 참배했으며 이는 총리의 참배를 반대한 고노 다로나 아예 안철수처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식으로 문제를 회피한 기시다 후미오보다도 분명 그가 역사관이 오른쪽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시바 시게루도 상대적 친한파지만 본인 스스로도 방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자위대의 증강이나 방위력을 높이는 것에는 자신과 사이가 안좋은 보수 방류 인사들과도 이견이 없을 거다. 따라서 고이즈미와 이시바 모두 방위력 증강에 찬성하는 인물인데다가 거기에 더해 현재 다음 총선에서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걸 목표로 하는 정당이자 아예 핵공유로 본토 미군기지에 핵무기를 들여와 북중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 유신회가 제3당이다. 그리고 유신회는 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에서 입헌민주당의 자리를 빼앗아 제1야당이 되어 더욱 발언권이 강해질 수도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일본이 개헌으로 가고 재무장을 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다. 이 말하면 친일 매국노니, 토착왜구니 할 것 같은데 적어도 일본인 입장에서 본다면 그걸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미 자위대와 중국군의 격차가 극심하게 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자위대라는 조직만으로는 방위가 힘드니 더 키우려고 하는 것이다. 당장 일본만한 체급이 있는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들이 서방 세계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인지라 독일처럼 군대를 보유하여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외교력을 발휘하는게 중요하다 느끼게 될 수 밖에. 거북하게 들리겠지만 지극히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본다면 일본의 안보 여건상 재무장은 불가피한 과제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솔직히 근데 한국인 입장에서 일본의 재무장이 화가 나는 건 사실이다. 일본이 제대로 독일처럼(?)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나라만 불쌍하다는 연민에 빠져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지점이 뭐 없다고는 못하겠다. 나도 일본의 우익 아젠다가 옳다고 말할 생각도 없고 과거사에 저지른 짓들도 잘못한 건 잘못한거니 그걸 굳이 없던 일로 만들 필요도 없다. 내 생각을 굳이 밝히자면 과거의 증오 때문에 미래를 잡아 먹어버리는 바보 같은 행위나 그렇다고 미래를 위해 과거를 잊는 것도 모자라 그냥 없었던 일로 치부하는 태도보단 "용서하되 잊지 않는다"라는 모토의 베트남의 대미외교나 남아프리카의 과거사 대응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니 우려할 부분은 우려를 해야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재무장의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의 고립주의인데 우리는 그동안 미국에 너무 의존해오지 않았었나? 언제까지 미국이 무한정 도움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상황에서 차악으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가는 일본 뿐이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은 관계가 너무나도 틀어질대로 틀어진대다가 현실적으로 군사적, 정치적으로 위협이 되는 국가이기도 하다. 물론 중국과의 관계는 중요하고 경제적인 교류가 우리를 먹여살리는 부분도 있지만 군사안보 면에서는 중국보다는 일본이 그나마 상대적으로라도 협력 가능성이 높은 국가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과 공조한다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목소리를 어느정도는 낼 수 있다.


그러나 일본도 알아야 할 점이 제국 시절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재무장, 개헌을 한다는 것만 가지고 왜 주변국이 저렇게 난리를 치는 이유를 말이다. 일본 우익들이야 그냥 떼쓰기로 밖에 안보일텐데 재무장의 재 자만 들어도 일본과 안보상 적국이 아닌 한국인들이 그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본인들은 고노 담화를 시작으로 쭉 과거사에 대해 사죄를 해왔다고 주장하는데 일단 기존 담화들을 번복하려 시도하는 등 좋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행동들도 했었으며 총리들이 은근슬쩍 우익 사관을 내비치며 과거사에 대한 정당화 시도를 권투에서 잽 날리듯이 계속 찔러댔다. 즉 일본의 과거사 사죄는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의 그 정신이 지금까지 지속되지 않았기에 반발을 들어먹는 것이다. 만약 주변국들에게 일본이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아갔으면 그들이 재무장하는 것도 한국인들이나 혁신 야당들에게도 용인되었겠지만 잊을 만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 도발하는 행태가 기존의 사죄 담화보다 더욱 각인되어 일본 정부도 이 때문에 한국인들이 재무장에 반발하고 나선 것을 명확하게 반박하거나 해명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일본이 내걸었던 대동아공영권의 원래 의미는 아시아주의, 즉 흥아론이었다. 막신이었던 가쓰 가이슈는 한 때 미국과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을 맺어 개항했었던 메이지 신정부가 청일전쟁을 일으키고 조선 내정에 관여하며 폭주하며 주변국을 탈아입구의 논리에 따라 경멸할 때 "조선은 비록 지금은 약소국이나 과거에는 일본에 문명의 종자를 전파한 스승이었다"고 하며 먼 나라보단 주변 국가와 먼저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을 역설했다. 일본 우익들은 가쓰의 말을 따르지 않고 주변국을 침탈하던 일본 제국이 끝내 어떤 비참한 결말을 맞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고 본인들의 노선이 과거 일본 제국이 갔던 길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한 방편이 무엇인지도 진지하게 성찰이 필요할 때이다.


https://youtu.be/VNzflEGp0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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