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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Aug 24. 2023

일본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파벌 정치의 이해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의 파벌 분석

https://youtu.be/6ZUIwj3FgUY

이번 글도 저번 자민당 파벌 정치 편에 이어 야당인 민주당계 정당들, 즉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의 파벌 정치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총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자민당에 비해 입헌민주당이나 국민민주당은 언뜻 보기에 대표제인 만큼 보다 더 진보된 정당 시스템일 것 같지만 계파 정치와 파벌 정치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없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도 자유선진당 이후로는 원내 정당 중 총재직을 유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새누리당의 친박, 비박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 비노처럼 여전히 계파 정치가 있다.


여담으로 사실 그나마 자민당의 파벌 정치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자료가 워낙 많은지라 참고하기가 쉬웠는데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은 존재감이 확연히 떨어지는 정당이라 그런지 자료가 별로 없는게 아쉬웠다. 그래서 일본어 위키피디아나 야후 재팬 기사 등을 참고하여 작성한 점 감안 부탁드린다.

들어가며: 민주당계의 형성 과정 분석


자유민주당이 1955년 요시다의 자유당과 하토야마의 민주당이라는 보수 양당이 통합하여 결성되었다면 반대로 오늘날의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의 뿌리인 일본 민주당은 훨씬 더 복잡한 구도로 형성되었다. 기본적으로 오자와 이치로, 하토야마 유키오와 같은 자민당 탈당파들이 많긴 했지만 간 나오토 같은 사회시민연합이나 혁신 정당계 쪽인 민사당이나 사회당 우파도 창당에 가담했다. 거의 반(反) 자민당 전선 하에 공산당, 사회민주당, 공명당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세력이 이합집산으로 뭉친 정당인 셈.


그래서 같은 민주당계지만 노선 차이가 꽤 크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일본 민주당계 정치인들 중에서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사람들은 꽤 있다. 오자와 이치로는 아예 일본에서 개헌, 재무장 담론이 나오는데 있어서 선구자 역할을 한 사람이었고 노다 요시히코는 총리 집권 중에 적극적으로 자민당과 협치하고 한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반대로 하토야마 유키오는 상당한 친한, 친중 성향을 보이는 총리였으며 에다노 유키오는 독도 문제는 확실히 일본 정치가스럽지만 우경화는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이합집산으로 뭉쳐진 일본 민주당은 끝내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으로 분당되었으며 2020년에 몇몇 국민민주당 의원들은 다시 입헌민주당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국민민주당이라는 정당은 원내에서 살아있다. 굳이 양당의 정치성향을 분류하자면 입헌민주당이 좀 더 왼쪽이고 국민민주당이 오른쪽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2018년도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정치인들의 차이 정도라 보면 된다. 일례로 국민민주당은 자민당이나 유신회에 합을 맞추며 보수적 성향을 보이고 입헌민주당은 2021년도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 공산당과 연대하는 등 서로가 엇갈리고 있다.

입헌민주당의 대표 선거 구조와 입후보 조건


입헌민주당 당 대표 선거는 총 국회의원표, 지방의원표,  당원 및 지지자 표로 나눠지는 구조다. 먼저 국회의원표는 중참 국회의원표는 각 2pt와 가중 배분되고 있는 한편 국정선거에 입후보를 예정하고 있는 공인 후보 예정자표는 1pt가 되고 있다 . 다만 2021년 입헌민주당 당 대표 선거 직전에 중의원 선거가 치러졌었는지라 중의원 의원 선거의 공인 후보 예정자는 없고 공인 후보 예정자표는 대부분 참의원 선거에 해당된다. 지방의원표 의 경우에는 전국의 지방의원에서 입헌민주당적을 가진 자의 표다. 전국에 1,265명의 지방 의원이 있어 이러한 표를 득표 후보자별로 143pt에 돈트 방식으로 배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당원 및 지지자의 표다. 입헌 민주당에는 조직 참가의 제도로서 당원 및 협력당원이라는 서포터즈 파트너스의 제도가 있는데 이 중 대표 선거에의 투표 자격을 가지는 것은 당원·협력당원(서포터스)으로, 합쳐서 10 만 267명이 있다. 이러한 득표도 득표 후보자별로 143pt에 돈트 방식으로 배분하게 된다. 선거 과정에서 지방의원표·당원·서포터표에 대해서는 국회의원표 투표일 전날까지 마감해 다음 30일의 국회의원표 투개표전에 개표된다. 즉 국회의원이나 공인 후보 예정자는 지방의원이나 당원·서포터의 동향을 알고 나서 투표를 하게 된다.


덧붙여 대표 선거 입후보의 조건인데 「국회의원의 20명 이상 25명 이하의 추천」(입헌 민주당 대표 선거 규칙 제6조의 2항)라는 원칙을 따른다. 이 국회의원 20명 이상의 추천이라고 하는 것은 자민당 총재선의 조건과 같지만 당 소속 국회의원의 수가 자민당에 비해 적은 입헌민주당의 특성상 실질적으로는 자민당보다 훨씬 엄격하고 빡빡한 조건이다.

입헌민주당의 파벌 분석


아래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왜 이렇게 한 당에 많은 의견들이 나오냐고 생각할텐데 일본 민주당계 자체가 애초부터 다양한 세력들의 이합집산으로 생겨났음을 감안하면 이해가 쉽다. 자민당에 있던 사람부터 사회당, 민사당, 사회시민연합 등 여기저기서 반 자민당 단일 야당을 목적으로 뭉쳤으니 말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실 한국의 민주당계 정당인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김진표, 김부겸, 정세균, 이낙연 같은 사람들부터 이재명, 정청래, 박주민, 민평련계까지 누가봐도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사람들끼리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경우에도 친윤, 친홍, 친유, 친안, 친오 등 빅텐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의견 차가 있는데다가 심지어 친윤 내부에서는 민주당 출신부터 바른정당계, 친이 및 친출신 등이 다 섞여있는 형국이다.


일본 정당 파벌 정치가 이해가 어려울 때는 한국 정치를 생각하면 뭐 100% 대입하여 볼 수는 없겠지만 대강 계파 정치라는 흐름을 납득하는데 10%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1. 생추어리 (호헌파, 곤도 쇼이치)


1996년 아카마쓰 히로타카를 중심으로 만든 정책 그룹이다. 2021년 이후 회장은 곤도 쇼이치이며 23명의 의원이 소속된 의외로 꽤 커다란 파벌이다. 과거 구 사회당 등 혁신계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형성한 그룹이었으며 그렇기에 일본 사회당 시절의 영향도 꽤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원전 제로, TTP 가입 신중론, 집단적 자위권 반대 등이 그러한 성향의 예시. 2012년 대표선거에서는 현직 총리 노다 요시히코에게 아카마쓰가 패배했지만 민진당 시기 희망의당과의 합당 논란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며 영향력을 드러냈다. 현재 입헌민주당에서는 국민민주당을 가장 크게 견제하는 파벌이며 당내 대표 사회민주주의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이다.


2. 일청회 (호헌파, 오자와 이치로)


'일본의 이인제' 오자와 이치로가 만든 파벌이다. 일본 민주당에 합류하기 이전인 무려 오자와 본인이 자유당이라는 정당을 이끌었던 시절부터 있었던 파벌이다. 2009년 총선거 이후에는 당내 최대 계파가 되어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선출에 크게 관여할 정도였다. 민주당 이전 오자와는 신자유주의적인 정치가였지만 이후엔 다소 성향이 왼쪽으로 이동했고 그의 특유의 다나카 가쿠에이식 정치에 실망해 반 오자와 성향으로 돌아선 이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오자와 본인이 정치자금 스캔 문제와 당내 투쟁에서 밀려나는 바람에 의원 49명을 이끌고 탈당해 생활당을 창당했지만 일본인의 81.8%가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속에서 2012년 총선거 결과, 대부분의 의석이 증발하며 오자와 그룹 자체가 와해 직전으로 몰렸다. 거기에 더해 수장인 오자와까지도 2021년도 중의원 선거에서 낙선해버렸다...


3. 사회민주주의 포럼 (호헌파, 요시다 타다토모)


요시다 타다토모 등이 주도하는 그룹으로 당내 좌파 그룹 중 하나로 가장 강성 진보 성향이다. 일본 사회당의 후신인 사회민주당에서 당수였던 요시다가 합류한 후에 형성된 그룹인데 일본 공산당, 사회민주당, 레이와 신센구미 등 혁신계, 좌파 정당들과의 적극적인 야권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호헌파 성향이고 시민단체 운동에도 적극적이다.


4. 나라의 모습 연구회 (호헌파, 간 나오토 및 에다노 유키오)


우리에겐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간 담화로 유명한 간 나오토 전 총리가 이끄는 파벌이다. 사회당 우파 에다 사부로가 창당했던 사회시민연합이라는 정당을 뿌리로 하는 그들은 간 이후로도 당권파였으며 특히 이곳이 전직 대표 에다노 유키오를 배출해낸 파벌이기도 하다. 당장 에다노 유키오는 간 내각 시기에 총리의 최측근이었다고 할 수 있는 관방장관이었다. 다만 2021년 중의원 선거에서 에다노 유키오가 물러나며 침체에 빠졌었으나....2022년 참의원 선거에서 이후 대표가 된 이즈미 겐타가 훨씬 무능한 짓거리를 하는 바람에 다시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간 나오토 본인 성향처럼 친한, 호헌, 리버럴 성향을 보이고 있다.


5. 소승회 (호헌파, 오카다 가쓰야)


오카다 가쓰야 전 민주당 간사장이 중심이 되어 형성된 파벌이다. 2017년 당시 입헌민주당과 희망의당 양쪽 모두를 선택하지 않았었던 오카다는 무소속 민주당계 의원들을 모아 그룹을 형성했는데 이게 기반이었다. 그러다가 2021년도에 민주당계 무소속 그룹이 입헌민주당에 합류하였고 다시 요직을 맡으며 부활한다. 오카다 본인은 당내에서 국민민주당과의 연대에 나름 적극적인 입장이지만 전반적인 정치성향 자체는 중도좌파 사회자유주의 쪽에 속한다.


6. 직간회 (호헌파, 시게토쿠 가즈히코)


약간 소장파 같은 냄새(?)가 나는 파벌이라 보면 된다.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젊은 파벌이기도 하고 원래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무소속의 초당파 모임에서 시작한 그룹이었다. 보통 당 대표 선거 같은 당내 이벤트에서는 자서회와 연대하는 경우가 많다.


7. 화제회 (중립파, 노다 요시히코)


전직 총리인 노다 요시히코와 이중국적 논란으로 유명한 전직 대표 사이토 렌호가 이끄는 파벌이다. 입헌민주당 내 대표적인 보수 파벌이며 때로는 자민당과 상당히 유사한 정책도 제안하기도 한다.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들의 비중이 상당한 편이며 덕분에 파벌 정치가 점차 느슨해지고 있는 입헌민주당 내에서도 결속력은 강한 편이다. 다만 민진당 분당 이래 멤버들이 각각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무소속 등으로 갈리는 행보를 보였으며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 입헌민주당으로 뭉쳤다. 무엇보다 렌호가 공산당 후보 야마조에 타쿠에 순위로 밀려 4위로 겨우겨우 당선되고 세대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가장 전망이 어두운 파벌의 길을 걷고 있다.


8. 신정권연구회 (개헌파, 이즈미 겐타)


현 입헌민주당 대표인 이즈미 겐타가 이끄는 파벌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국민민주당에서 온 정치인들이며 2021년 입헌민주당 당 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구 국민민주당 출신들에 의한 그룹인 "신정권연구회"가 본격적으로 인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요새는 평화헌법을 바꿔야 한다고 하면서도 집단적 자위권은 반대하는 등 개헌 호헌 사이 입장이 왔다갔다 하긴 하는데 일단 당내에서 자민당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파벌이기도 하고 위안부 소녀상 문제에 대해 한국에 항의하기도 하는 등 보수적인 편이다. 그래도 재일 한국인 권리나 외국인 참정권에는 긍정적.


9. 자서회 (중립파, 시나 다케시)


한마디로 짬뽕 파벌이다. 생활당, 미래당 같은 비주류 정당 출신들도 있고 무엇보다 당내에서 소수라서 딱히 쓸 것도 별로 없어 이만 여기서 줄인다.


10. 그 외 파벌


우선 브릿지 모임은 에다 겐지 등이 이끄는 파벌로 겐지의 성향 자체가 자민당 출신인지라 은근 보수적이다. 기시다도 반대하는 핵무장도 장기적으로 보고 검토해야 한다나? 이외에도 입헌민주당 주류와 대치되는 개헌 성향의 보수파들이 나름대로 세가 있긴 한데 핵무장, 개헌, 집단적 자위권 등을 찬성하는 마부치 스미오가 이끄는 일심회가 그 예시 중 하나이고 아예 무계파에 속하는 정치인들도 많지는 않지만 엄연히 있는 편.

국민민주당의 파벌 분석


여기는 아마 비교적으로 입헌민주당의 파벌 만큼 복잡하진 않을 것이다. 알다시피 오늘날 국민민주당은 2020년 입헌-국민 합당 당시 반발한 다마키 유이치로 같은 통합 반대파들이 재창당하여 지금까지 오고 있는 정당이다. 그래서 국민민주당에 있던 대부분의 파벌들은 통합 과정에서 입헌민주당 소속이 되어 다 빠져나갔기에 조금 단조로워졌다. 현재 국민민주당은 입헌민주당과 점점 차별화되는 색채를 드러내며 자민당이나 유신회 같은 우익 정당들과 연대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1. 다마키파 (구 마에하라 그룹 후신, 다마키 유이치로)


"료운카이"라는 사키가케, 일본신당 출신자들이 형성한 과거 마에하라 그룹을 뿌리로 하고 있는 다마키파는 그들의 성향을 이어받아 민주당계 파벌 중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노다 요시히코보다도 더. 마에하라 세이지는 강경한 반중론자로써 미일 안보체제 하의 적극적인 대중 강경책 및 친대만 외교를 주장하던 자였다. 현재 료운카이는 파벌로써는 기능이 해체된 상태지만 입헌민주당에서는 새롭게 신정권연구회를 발족한 이즈미 겐타가 대표가 되고 국민민주당에서는 다마키 유이치로를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다마키 유이치로는 헌법 개정에도 찬성하며 핵무장에도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며 일본 유신회와도 접점을 찾고 있다. 다만 정작 료운카이의 시조인 마에하라 세이지는 최근에 다마키 유이치로와 틀어졌다.


2. 민사협회 (구 민사당계, 사회당 우파)


이름 보면 알겠지만 민사당 출신, 즉 구 사회당 우파 세력들이 주축이 된 그룹이다. 민사당은 1994년 신진당 창당에 참여하며 소멸되었는데 여기 출신자들이 민주당계에서도 민사당의 정신을 이어가자며 결성한게 바로 민사협회였다. 과거 일본의 양대 노조이자 사회당, 민사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구 총평과 구 동맹이 오늘날에 각각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의 협력자가 된 것은 덤이고. 민사협회 출신자들은 본인들과 성향이 비교적으로 비슷한 노다 요시히코 정권 당시에 꽤 힘을 쓰기도 했고 2016년 렌호 대표가 2030년 원전 제로를 슬로건으로 내걸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예전 민사당이 55년 체제 동안 보였었던 반공 사민주의 기질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여담: 얘네는 민주당이라 볼 수 있을려나...?


이 문단에서 말하고자 하는 세력은 하나는 희망의당이고 하나는 공화당(?)이다. 희망의당은 다들 잘 아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창당해서 화제가 된 정당이었고 공화당은 얘네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만든 당이다. 근데 모를 만한게 그 NHK당 같은 막장 정당까지 가지고 있는 시부정촌의회 단계의 지방 의원 하나도 얘네는 전무한 상태다. 전직 총리가 창당한 정당이 국회는 커녕 지방 정계에조차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것도 모자라 넷우익들에게조차 대놓고 혐오거리 깜냥도 못되는 개그거리 취급받고 있는 처지라서 그런지 솔직히 말해 비웃어야 할지 동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공화당이라는 당명부터 사실 일본에서 큰 논란거리인데 왜냐면 일본은 천황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본인의 입장은 공화(共和)라는 의미가 공화국이 아니라 "함께 화합한다"는 의미로 천황제와 립 가능한 이념이며 천황제를 반대하기 위한 정당은 아니라 주장한다. 이게 개소리인 건 현대식 공화주의라는 이념을 대놓고 멋대로 해석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인그렇기에 하토야마가 하는 이 소리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전직 총리, 그것도 자민당 창당의 주축이자 55년 체제의 시작을 알린 정치가 하토야마 이치로의 아들이고 또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308석을 얻어 민주당의 대승리를 거둬서 정권 창출을 한 인간이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으로 스스로 추해지는 길만 걷는지 참 모시깽이하다.


결과적으로 하토야마가 저렇게 혼자 개그 꽁트 찍고 있는 것에 대해 예전 그가 소속된 정당의 후신인 입헌민주당의 반응은 굉장히 부정적이다. 오죽하면 어느 입헌민주당 간부는 취미로 정치하는 사람으로 평가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총리로 있으면서 제대로 뭐 하나 한 것도 없이 오히려 당만 말아먹어서 결국 자민당에 정권 빼앗기게 만든 일등공신인 사람이 저렇게 뻔뻔하게 대놓고 창당하고 있으니 한심하게 보이면서도 환장할 노릇일 것이다. 국민민주당이야 더더욱 공화당에 무관심 혹은 냉대를 하고 있고 심지어는 일본 공산당이나 야권의 대표 X맨 오자와 이치로마저 하토야마에게 크게 관심을 안준다. 즉 민주당계 그 누구에게도 인정을 못받는 처지.


희망의당을 살펴보자면 고이케 유리코는 보수 인사인데 왜 민주당계이냐고 할텐데 일단 고이케의 정치적 스승 중에는 55년 체제를 종식시킨 자유주의 정치가 호소카와 모리히로가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민주당계 인사였던 김영삼이 3당 합당으로 보수정당에 이동하는 등 의외로 어느 나라 정치든 진영에 구애하지 않는 정치인들은 꽤 있는 편이다. 실제로 고이케 유리코가 안보관이나 외교관에 있어서 아베보다 더한 극우 혐한 성향이라 그렇지, 내치에 있어서는 탈원전이라던가 여성 정책 확대라던가 지방분권이라던가 이런 아젠다를 내세우기에 의외로 야권 지지층 사이로 확장이 가능한 유연성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희망의당을 창당할 때 고이케 유리코가 손잡았던 세력은 민진당 출신 의원들이었다. 그 중 하나가 오늘날 국민민주당의 대표 다미키 유이치로와 입헌민주당 대표 이즈미 겐타인 것이며 이는 지역 정당인 도민퍼스트회를 넘어 전국 정당으로 나아가 아베의 아성을 넘보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희망의당 창당에는 의외로 민주당계 보수파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했는데 이들을 통해 중의원 선거에서 도박을 노리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희망의당은 완벽한 민주당계 정당이라고는 볼 수는 없지만 고이케가 호소카와 전 총리의 제자라는 점이나 그녀가 추진하는 "내정" 정책들이 자민당의 기조보단 야권 기조에 조금 더 가깝다는 부분으로 볼 때 정확히 보면 보수주의와 리버럴이 짬뽕된 빅텐트 정당으로 보는게 맞다.


애초에 희망의당은 민주당계 정당은 아닌 것이 야권 통합 문제에서 입헌민주당을 배제했던 것 때문이다. 본래 반(反) 자민-비 공산 노선으로 야권 통합을 하려고 했었으나 문제는 고이케가 사실상 호헌파를 제외한 나머지 민진당 의원들만 받겠다고 조건을 거는 바람에 에다노 유키오를 비롯한 통합 반대파는 입헌민주당을 결성하여 버렸고 선거 결과 그들에게 아슬아슬하게 밀리는 의석 수를 받았다. 이후 희망의당은 국민민주당이 되었고 고이케 유리코는 여기에는 가담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도민퍼스트회로 있는 상태다. 따라서 국민민주당은 몰라도 그 전신인 희망의당은 민주당계라고 볼 수 없는 그저 빅텐트 정당이라 보는게 맞을 거라 생각한다.

맺음말: 그래서 일본 민주당계 야당의 운명은?


직설적으로 말해 앞으로 전망이 굉장히 심각할 정도로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입헌민주당은 더더욱. 국민민주당은 그래도 SNS 활동을 통한 2030세대의 지지 기반이라던가 유신회나 자민당, 고이케 지사의 도민 퍼스트회와의 연대 추진을 통해 조금이나마 활로가 있는 편이지만 입헌민주당은 그 정도도 없다. 공산당과의 연대, 국민민주당과의 연대, 일본 유신회와의 연대 3가지 선택지 모두 어느 쪽이든 당내에서 의견이 심히 갈려 사실상 어떤 것도 선택하기 힘든 딜레마가 있다. 게다가 입헌민주당의 지지층 자체의 상당수가 일본 공산당이 그러하듯이 고령층이라 장기적인 존속 가능성이 갈 수록 떨어지고 있다.


오늘날 입헌민주당의 처지가 더 안습인 것은 자민당에 맞서는 제1야당으로서의 위엄은 커녕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일본 유신회한테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리까지 잠식당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아베 피살 사건 이후 통일교 게이트가 터졌는데다가 기시다 내각의 각종 실책들로 자민당에 대한 불신이 조장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정국에서 입헌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이득본 것은 하나도 없었다. 2023년 통일지방선거, 보궐선거 모두 입헌민주당은 처참한 결과를 받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존재감이 그나마 있는 것은 유신회의 성장세가 잠시 정체되었기 때문이지, 입헌민주당이 야권을 대표하며 뭔가 의제를 주도해 이뤄낸 것은 하나도 없다.


일본 사회당이 오죽하면 재평가될 지경인 상황인게 일본 민주당계 야당의 오늘날 현 주소이며 더 이상 그들에게는 신선한 담론도, 새롭게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블루오션 공략 노선도 없으며 오로지 자민당과 개헌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위해 유지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마치 과거 민주당이 이명박, 박근혜 시절 동안 비전을 보여준 것도 없이 정권에 대한 반대만을 지지 호소의 근거로 사용하다가 새정치민주연합 때까지 암흑기를 걸었던 것이나 문재인 정부 시기에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이 문재인 정부를 반대한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어필하지 못한 결과 선거에서 3연속으로 참패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507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514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510


참고 문헌:


https://ja.m.wikipedia.org/wiki/%E7%AB%8B%E6%86%B2%E6%B0%91%E4%B8%BB%E5%85%9A_(%E6%97%A5%E6%9C%AC_2020)#%E6%B4%BE%E9%96%A5%E3%83%BB%E6%94%BF%E7%AD%96%E3%82%B0%E3%83%AB%E3%83%BC%E3%83%97

https://ja.m.wikipedia.org/wiki/%E5%9B%BD%E6%B0%91%E6%B0%91%E4%B8%BB%E5%85%9A_(%E6%97%A5%E6%9C%AC_2020)#%E6%B4%BE%E9%96%A5%E3%83%BB%E6%94%BF%E7%AD%96%E3%82%B0%E3%83%AB%E3%83%BC%E3%83%97

https://news.yahoo.co.jp/expert/articles/b7f08d35df355775b6c634138131dc26326131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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