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란츠 카프카의 문학을 좋아한다. 이때까지 변신, 시골의사, 유형지에서 총 3권을 읽었는데 조만간 날 잡고 독일 문학 중 가장 어렵다는 성도 읽어볼 계획이다. 카프카의 문학의 특징은 몽환적이고 또 실존주의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것에 있다.
그 중에서도 왜 하필 카프카는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게 설정하였을까? 이를 알기 위해선 우리에게 벌레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야 한다. 벌레같다라는 표현은 인간의 실존이 아닌 본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기에 그레고르를 벌레로 만든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레고르가 가족에게 돈 벌어오는 벌레로 취급받아왔기 때문일 것이며 불안한 꿈을 꾼 뒤 벌레가 되는 그레고르의 모습은 카프카는 이를 통해 벌레가 될까봐 두려운 현대인의 심리를 다룬 것이다.
그러면 이제 궁금해질 것이다. 그레고르는 사람인가? 아니면 벌레인가? 그는 외형상으로는 벌레가 맞다. 이건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등의 모습으로 볼 때 그의 정신과 의식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내 의견을 덧붙이자면 나는 그레고르는 그럼에도 사람으로 남았다고 생각한다. 벌레가 되면 벌레처럼 생존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만 그레고르는 오히려 인간인 가족을 걱정하고 또 금식을 하는데 이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레고르가 벌레임에도 인간적이라 생각한다.
벌레로 변한 것에도 양면성이 있다. 벌레가 됨으로써 그레고르는 출근과 직장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는 그가 사회생활이라는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가족들의 혐오감을 받고 살아야 하며 그의 최후를 보면 마치 집에 기생하는 백수의 최후 같다.
결국 카프카가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해도 오히려 주변으로부터 벌레 같은 취급과 외면을 받아 쓸쓸히 죽어가는 현실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닌가 싶다. 더욱이 여유가 있음에도 노동을 강요하는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을 떠오르게 한다.
벌써 <변신>에 대해 글을 쓴 지 세번째가 되었다. 이대로 라면 <성>에 대해 쓰는 것은 더 많을 수도? 하여튼 <변신>을 보며 인간의 존재, 의미, 가치를 성찰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