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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Aug 23. 2023

2023년 프랑스 연금개혁 시위와 제5공화국의 몰락

프랑스 내 구조적인 불평등, 차별이 불러온 사태

https://youtu.be/_TPb8aaSu_o?si=hJD_cbX2WeGR_orz

올해 초부터 프랑스에서는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졌었다. 이는 마크롱 집권 이후 노란조끼 이래 가장 컸던 시위이며 비록 지금은 다소 꺾였지만 아마 프랑스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의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건으로 남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에서는 별 다른 관심이 없었거나 대부분 단순한 폭동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시위 문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민주노총이나 반대 진영에서는 박사모 같이 국민 정서상 부정적 여론이 많은 단체들인지라 자연스럽게 시위라는 문화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끼게 되어서 이번 시위도 아마 부정적으로 보는게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이 시위는 단순히 경찰한테 죽은 프랑스 청소년 때문에 그거에 꽂혀서 폭도가 된 것도 아니고 마냥 연금개혁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위해 조직된 것도 아니다. 진짜 연금개혁 반대 시위의 가장 큰 핵심적인 원인은 바로 프랑스 내부의 모순과 이에 기성 정치권이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제3당을 창당하여 신선하다 느껴졌"었"던 마크롱이 반 민생적 정치로 국민을 배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https://youtu.be/5eL9hOwgPYQ

마크롱, 루이 16세를 따라가는 기성 정치인


2017년 프랑스 대선 당시 한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마크롱을 신선하고 개혁적이었던 정치인이라 인식했었던 것 같다. 사회당 정치인이었지만 국민들에게 평이 너무 안좋았던 올랑드 정권에서 뛰쳐나와 제3당을 차려서 대통령에 올랐으니 말이다. 그동안 프랑스 정치는 사회당, 공화당 구도였기에 제3지대라는 것에 환상이 큰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마크롱의 성공이 그저 부러웠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마크롱의 경쟁자인 르펜은 극우 파시스트로 보이는데다가 멜랑숑은 철지난 구좌파 이념 들고 나오는 퇴행적 좌파처럼 인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었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프랑스 대선에서 기득권 및 기성 정치세력의 편에 선 것은 다름 아닌 마크롱이었고 오히려 체제에 반기를 든다는 점에서 극우 후보인 르펜과 극좌 후보인 멜랑숑이 더 개혁적인 정치인이라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2017년 대선 당시 마크롱이 들고 온 정책은 경제는 사르코지, 사회문화는 올랑드 혹은 프랑스 사회당이라 할 정도로 기성 양당의 성향을 짬뽕시킨, 말 그대로 전혀 개혁과는 거리가 먼 신자유주의 성향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크롱의 지지층은 2030 세대나 빈민층보다는 상층부에 속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었다.


따라서 1차 투표에서 18~24세층에서 멜랑숑은 30%, 르펜은 21%를 받았지만 정작 마크롱은 18% 밖에 얻지 못했다. 그러나 60대 이상에서는 르펜이나 멜랑숑은 10%대 초반이나 그 미만으로 떨어졌는데 이때 마크롱은 거의 30%에 준하는 득표율을 얻어 기성 양당인 공화당 피용 후보에 근접하는 수준의 2위를 기록했다. 소득 면에서도 월 1250 미만이나 1250~2000 유로 사이의 빈민층은 르펜과 멜랑숑에게 각각 30%, 20%대의 표를 주었지만 마크롱은 10%대 중반쯤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이를 볼 때 마크롱은 지지층부터가 기성세대 혹은 부유층을 상정하고 출발하기에 프랑스 특유의 개혁적 요구와는 대립이 심했다.


실제로도 마크롱은 집권 이후 반민생적 행보를 펼친다고 말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대표적인게 2018년 노란조끼 시위였다. 마크롱의 친기업 정책이 야기한 빈곤과 불평등으로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마침 유류세를 23%까지 인상하니 프랑스 빈민층이 폭주하여 시위를 일으킨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빨갱이들이 일으킨 폭동 정도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강한데 실제로는 좌파 아나키스트나 공산주의자 뿐만 아니라 사민주의자들도 상당수가 참여했으며 심지어 우익 포퓰리스트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프랑스 국민전선도 이 시위를 지지하는 좌우 합작 운동에 가까운 성격이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들은 노란조끼 시위를 지지했다. 시위에 깊게 개입한 국민전선이나 사회당, 멜랑숑 세력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등은 지지층의 80~90%가 이 시위를 지지했으며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마크롱 정권은 시위의 배후는 르펜과 멜랑숑의 극우-극좌 카르텔(?)이라고 지목했지만 오히려 역으로 비난만 받았다. 결국 2020년 지방선거에서 여당 앙 마르슈는 참패했고 마크롱의 지지율도 20~30%대에서 머무는 수준으로 처참함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2022년 대선은 마크롱이 다시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 역대 최저 득표율과 정치 혐오증 사회 분위기에서 점수를 먹고 들어간 마크롱은 이번에도 르펜과 결선에 맞붙었고 멜랑숑 투표층이 르펜 지지층으로 유입되는 일이 안생기는 덕분에 진짜 운빨로 이겼다. 게다가 바로 직전에 헝가리에서 친러 정치인 빅토르 오르반이 재선에 성공했었던 상황인지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난이 마크롱에 악영향이 되냐 안되냐 말이 많던 시기였기에 어쨌든 마크롱의 승리는 충분히 재기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최소한 적어도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래서 연금개혁을 왜 프랑스인들이 반대하는데?


먼저 프랑스 연금개혁 이전에 지금 상황에서 그게 굳이 필요한가를 따져보자. 물론 미래에는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긴 하나 2022년까지 몇십억 유로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던게 프랑스 연금 지출 지표였으며 장기적으로 적자가 쌓이게 될 수 있다고 한들 아마 최대 예상치가 1,000억 유로일텐데 현재 프랑스 총 GDP가 2조 5,000억 유로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고 마크롱이 운운하는 저출산 고령화 드립도 사실관계와 불일치한 부분이라면 프랑스 출산율은 옆나라 독일보다 훨씬 나은 상황으로 떨어진다 해도 1.80명대를 기록해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꾸 한국의 상황을 가져와서 프랑스도 연금개혁이 불가피했다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한국은 애초에 0.78명인데 동일선상에서 비교가 가능한지?


https://www.aljazeera.com/news/2023/3/7/pension-reforms-protests-in-france-what-you-need-to-know

https://www.aljazeera.com/news/2023/1/19/nationwide-strikes-begin-in-france-over-pension-reform

프랑스 연금개혁은 그렇다면 뭔 내용이길래 이렇게 논란이 되는걸까? 먼저 퇴직 연령은 2년 늘어난 64세로 설정되었고 앞으로 점진적으로 9월부터 2030년까지 매년 3개월씩 늘어날 것이다. 또 2027년부터 근로자가 전액 연금을 받으려면 42년이 아닌 43년에 걸쳐 사회보장 기여금을 납부해야 하게 되었다. 당초 2014년 개혁에서 이미 1년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마크롱은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획을 시행 중이다.


마크롱은 이러한 연금 개혁으로 고용률이 33%에 불과한 60~64세 취업을 유도하고 극빈층 30%의 연금이 2.5~5% 증가시킬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반응은 생각보다 나쁘다. 일단 법을 통과시키는 과정부터가 민주적이지 않았으며 마크롱은 자신의 정책안을 전국민적인 설득도 없이 헌법 속 대통령 권한을 발동해 일방적으로 의회를 무시한 채 통과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반대 여론이 70~80%가 되는 정책을 전시 상황에서나 발동 가능한 헌법 조항의 대통령 권한을 써서 억지로 통과시켰다는 얘기인 셈. 사실 이건 여당 르네상스가 작년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서 마크롱이 저렇게 급박해진 탓도 없진 않다만.


정책 내용도 아주 문제가 많다. 60세 이상 프랑스의 노동 가능 인력 중 42%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는 처지인데 마크롱의 정책이 시행되면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일을 할 수 밖에 없어지게 된다. 이게 생산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모르겒지만 늘어나는 노동 기간은 고작해야 2년에 불과하며 그것도 노인이 될 때 쯤에 2년 늘리는 건데 그래서 실질적인 이득이 될 지는 모르겠다. 즉 노인 일자리 차원에서도 투자 대비 수익이 상당히 저조하다는 뜻. 무엇보다 프랑스의 지방에서는 화이트 칼라가 다수인 파리 지역과는 달리 몸으로 떼우는 블루칼라 직종이 더 우세하고 연금 수급받을 나이인 64세 이전에 세상을 뜰 가능성도 높은지라 직종별 차이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프랑스가 고령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지만 이건 최소한 중산층부터고 하위 5%는 65세 이전에 사망하는 인구 비율이 40%로 육박한다. 과로를 비롯해 건강 문제로 죽는 경우가 많은 프랑스 저소득층을 더욱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행 프랑스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0%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서유럽 최대 빈국 포르투칼보다도 낮은 수치이며 그마저의 수치조차도 프랑스인 전체 평균값이다. 따라서 저소득층은 해당이 안되는 부분이며 그래도 그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생존이 가능한 것은 연금 때문인데 그것조차 빼앗아 버리는게 마크롱의 정책인 것.


그것이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여론이 발생한 시발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그냥 안 그래도 평가가 좋지 않았던 마크롱이라는 인물의 여론이 쓰레기통으로 처박히게 되는 것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수준의 사건이었으며 프랑스인들이 진짜로 들고 일어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현재 프랑스라는 나라의 구조적 요인 탓이다.

구조적인 요인: 프랑스 내 불평등과 차별


일단 첫번째 요인은 연금개혁 시위를 더욱 폭력적으로 변하게 만든 사건인 알제리계 청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죽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이번 시위는 프랑스 내부의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이 기폭제가 되어 국가와 질서에 저항하는 프랑스 특유의 전통이 맞물려 벌어진 사건이라고 보는게 대표적인 성격 중 하나이다. 물론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프랑스의 불평등한 정도의 수준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만 일단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상 혁명의 전통에 따라 프랑스 혁명 및 파리 코뮌의 정신(?)을 계승, 그리하여 사회 질서나 국가 기관에 대한 도전이 수시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연금개혁 시위의 발단이 된 발포 사건이 발생한 낭테르 지역은 프랑스 번화가의 상징 샹젤리제와 한 지하철 노선 차이로 이어져있는 빈민가 지역이다. 부와 빈곤이 지하철 몇 정거장을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곳이 바로 프랑스의 상황이다. 그리고 사회 갈등도 계속 극심해지고 있는 것도 프랑스인들이 자국을 불평등한 사회라고 느끼는 요인 중 하나이다. 특히 사르코지에서 올랑드를 거쳐 마크롱으로 이어지던 시기는 프랑스 정치사에 있어서 최악의 재난이었는데 사르코지는 너무나도 부패한 정치가였으며 올랑드는 파리 테러 대응을 개판치고 경제는 너무 못했었던 무능한 정치가였다. 그리고 사르코지와 올랑드를 합쳐서 나온 프랑스 정치사 중 최악의 귀태가 바로 마크롱이다.


이민자들로 인한 문제는 유럽연합 대부분의 국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지만 국민의 10%가 외국 출신인 프랑스도 극심하다. 프랑스의 이민자들 5명 중 1명은 자신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프랑스 이민자의 28%는 현재 소득 하위 10분의 1에 속해 있는데 이는 비이민자의 경우 8%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게다가 프랑스에 온 이민자들은 알제리 같은 옛 식민지 지역에서 온 주민들이 상당한데 여기서 이민자들의 분노는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 차원도 없진 않은 셈이다. 그 상황에서 공화당 사르코지 때부터 심지어 좌파 정당인 사회당 올랑드 정권, 더 나아가 친난민 기조인 마크롱까지도 경찰의 총기 사용을 확대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고 여기서 위에서 언급했듯이 빈민가 낭테르 지역과 번화가 샹젤리제가 단 한 지하철 역 차이인 상황이 그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부분도 있다.


https://www.lemonde.fr/en/opinion/article/2023/07/08/thomas-piketty-in-france-the-banlieues-that-have-gone-up-in-flames-have-much-in-common-with-rural-villages_6046411_24.html

https://www.france24.com/en/20190603-paris-france-rich-poor-segregate-housing-renting-gentrification-yellow-vest-money-income

그리고 이걸 알아야 하는게 이번 연금개혁 반대 시위는 단순히 수도 파리만을 중심으로 벌어진 운동이 아니다. 의외로 프랑스 시골 지방에서도 강하게 반발하는데 이는 마크롱이 그동안 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라 긴축재정을 하면서 대도시와 지방 사이의 격차가 걷잡을 수 없게 심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 정권까지는 기본적인 사회 보장 시스템이 구축된 정도가 대도시와 지방 사이의 큰 간극은 없었다. 실제로 현재 프랑스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부유한 1%와 가장 가난한 1%의 평균 부동산 자산 비율은 1985년 10에서 2022년 16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게다가 "일드프랑스"라 불리는 프랑스의 중북부 지역에서는 전체 빈곤율이 9년 전 12.3%에서 2015년 15.9%로 증가하고 여기에 빈곤한 지역에 이민자가 급증하여 실업률이나 일용직 고용 비율이 늘고 있다. 고소득 가구는 이미 파리나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으며 이는 1999년부터 2018년 사이에 주택 가격이 3배나 올랐기 때문에 주택 소유자는 일반 가구에 비해 부유해지고 공공 주택 거주자는 더욱 가난해진 결과이다. 결정타로 나온 정책이 바로 마크롱 정권의 긴축재정인데 이 때문에 대도시와 시골 사이의 격차가 더욱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병원 등이 예산 때문에 문을 닫으면서 지방 사람들은 예전처럼 의료나 복지 같은 사회 보장 서비스를 누리기가 쉽지 않아진게 현실이다.


현재 프랑스는 이러한 모순을 크게 내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시위대가 내세우는 구호인 루이 16세=마크롱이라는 슬로건처럼 오늘날 프랑스가 혁명 이전의 부르봉 왕정 시대의 프랑스 사회처럼 상당한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이득을 본 것은 르펜이다


마크롱이 독단적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한 것은 뭐 정치적인 이익도 상당히 고려하고 했다고 보나 난 이게 역효과라고 생각한다. 우선 마크롱은 2022년 대선에서 재신임을 얻는데 성공했지만 마냥 그에 대해 국민 여론이 호의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10% 이상의 차이로 르펜을 이겼긴 했지만 역대 최고치 수준의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벌어진 선거였으며 2017년에 비해 르펜과의 득표율 격차가 눈에 띨 정도로 줄었다. 그리고 그해에 있었던 총선거에서 여당 르네상스 단독 과반에 실패했으며 정적인 르펜의 국민연합과 멜랑숑의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가 하원에서 무시못할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당연히 그러한 여소야대 정국의 상황 속에서 함부로 나섰다가 그대로 폭망 테크 타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당히 눈치라도 보면서 타협할 것은 타협해야 하는데 무작정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웬만한 전시 상황이 아니고서야 쓰지 않는 헌법 조항까지 발동해가며 통과시키는 건 자충수다. 여소야대 정국인 건 넘어간다 쳐도 문제가 하나 있는게 국민 여론의 상당수가 반대 쪽이라는 것. 의회에 의석이라도 부족하면 여론이라도 끌고 와야 하는데 마크롱은 야당, 의회, 그리고 국민 여론 세 개 모두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인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6708566?sid=104

그러면서 르펜을 중심으로 한 국민연합 진영이 온건 우파들까지도 완전히 장악해버릴 발판이 마련되었다. 실제로 최근에 여론조사기관 아이팝이 언론사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 공동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만약 이날 총선거가 있다면 어느 당을 지지할 것인가'하는 질문에 응답자 26%가 르펜과 국민연합을 골랐다. 마크롱과 르네상스 당은 이보다 낮은 22%고. 특히 르펜은 무당층에서조차 우세한 결과를 획득했다. 게다가 르펜은 연금개혁을 국민의 3분의 2가 반대하는 상황을 역이용해서 아예 전통적인 프랑스의 방식인 국민투표로 붙이자고 여론을 조장하며 마크롱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더해 프랑스 원전의 30%에나 우라늄을 공급하던 국가인 니제르에 바그너 그룹의 개입 하에 쿠데타가 발발해 친러 정권이 들어서는 사건이 벌어졌다. 우라늄 문제 외에도 이게 큰 중대한 사안인 이유는 유럽에 안정적으로 알제리와 나이지리아를 잇는 가스 파이프라인 계획이 무산되었기 때문인 것과 더 나아가 이것이 마크롱이 그렇게 중점적으로 펼쳤던 아프리카 진출 정책이 최악의 경우에는 대실패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부분도 있다. 프랑스는 군사적 침공을 불사하면서까지 니제르 군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알제리, 말리, 부르키니파소 등은 니제르 측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다가 가장 명확하게 프랑스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나이지리아마저도 상원에서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나이지리아는 자기네 나라에서도 이라크보다 사람이 파리 목숨처럼 죽어가고 있는 상태인데 제대로 도움이 될 리가 있을려나...?


그런 중대한 상황 속에서 마크롱의 대응에 대해 프랑스 국내의 평가가 그다지 좋지 못한게 현실이다. 우파들에게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도 정작 자국 민생은 안돌보는 것도 모자라 난민으로 인한 사회 갈등만 키운다고 욕먹고 반대로 좌파들에게는 신자유주의 정책해서 빈부격차만 키우고 아프리카에서 제국주의 정책 한다고 욕먹고 있는데 어찌보면 노란조끼 시위 때부터 프랑스의 극좌, 극우가 손잡고 같이 반 마크롱 운동하던게 진짜 마크롱의 실책과 겹쳐서 더 큰 "위 아더 월드"가 되어버린 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당연히 르펜인 거고. 다만 나는 르펜이나 멜랑숑이 승리하여 마크롱이라는 루이 16세가 끝난다 해도 다음 프랑스 집권세력들이 로베스피에르라는 자코뱅 급진주의를 걸었던 길을 갈지, 아니면 나폴레옹이라는 복고로의 길을 걸을지 그리고 둘 중 뭐가 옳은지는 지금으로써는 확언하지 못하겠다.

맺음말: 제5공화국 체제의 몰락


" Aux armes, citoyens! "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이여!

-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 -


사실 연금개혁 시위의 본질적인 원인은 제5공화국 체제에 있다. 제5공화국 체제를 세운 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샤를 드 골인데 공교롭게도 세워진지 10년 후 68혁명이 벌어졌다. 이 시점이 5공화국 체제에 대항하는 프랑스 좌파와 우파의 시각이 갈리는 부분이다. 좌파는 68 당시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드골 이후로도 또 다시 보수 정권이 들어선 탓에 2차세계대전과 연관된 구세대의 담론을 완전히 폐기 처분하지 못했다고 본다.그 결과 드골이 만들어낸 독재적 대통령제라는 프랑스의 정치구조는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사회로 이어졌고 종국에 이르어서는 마크롱이라는 또 다른 루이 16세가 나오게 되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반면 우파층, 정확히 공화당과 같은 기성 정당이나 확실하게 안착한 르펜과는 다른, 에릭 제무르라는 새롭게 떠오르는 우익 인사는 오히려 68이 제5공화국을 지금의 상황으로 이르게 하는 전환점이었다고 주장한다. 그가 쓴 <프랑스의 자살>이라는 저서의 내용에 따르면 드골이라는 영웅이자 국부가 만들어낸 "위대한 프랑스"는 자유와 세계화의 구호 아래 공동체를 와해시킨 좌파와 이에 동조하면서 사리사욕을 챙기는 우파의 무책임으로 지금 스스로 "자살"하여 죽어가기에 이르었다고 한다. 또 동시에 68 이후 프랑스의 엘리트들이 옳다고 생각하여 추구한 것들이 사실은 프랑스를 좀먹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고 평하였는데 흥미로운 점은 좌파하고 다른 방식으로 제5공화국 체제를 비판한다는 것.


이러한 주장들이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 프랑스 사회에서 강하게 힘을 얻는 것은 결과적으로 제5공화국의 체제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효용성을 느끼게 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건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도 적용이 되는 문제다. 넓게 보자면 1987년, 좁게 보자면 2016년 촛불 시위 이래 한국의 정치 구조는 과연 프랑스의 사르코지-올랑드-마크롱으로 이어지는 정권들에 비하면 만족감을 주는 체제였는가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마크롱에 대한 얘기가 돌 때 단순히 그가 "청년" 정치인라는 것에 꽂혀서 이상한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가고 있고 또 마크롱이라는 정치인이 젊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어도 한국 정치판으로 한정한다면 무조건 좋게만 묘사되고 있는데 그 이면을 이제는 좀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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