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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Aug 30. 2023

미군 철수 2주년,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왜 국민저항전선은 이길 수 없는가?

https://youtu.be/i8H1dLpd2nQ?si=uadXtAcoTXhZ-Bju

서론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2022년 이후 러우전이 진행되고 대만 주변에서 미중 갈등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2021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다. 미군 철수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빅뉴스라며 얘기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 전 일이 되었고 우리는 지금 그때보다 악화된 국제정세 속에서 살고 있다. 어쩌면 그렇기에 아프가니스탄을 빨리 잊어버릴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이슬람 근본주의 경쟁 세력의 등장


2021년 미군 철수가 완료된 가운데 또 하나의 세력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냈다. 8월 27일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 13명과 아프가니스탄인 최소 17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 밝힌 ISIS-K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테러는 미군의 완전 철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카불 공항 주변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고 있던 탈레반의 신뢰를 내려앉게 하고 골치 아픈 처지로 만들었다. 탈레반은 카불과 공항을 보호하고 포위된 도시에 절실히 필요한 안정을 제공할 것이라고 미국에 장담했던 이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ISIS-K도 제어 못하면서 판지시르 저항군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 나돌 정도였다.


ISIS-K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 레반트 국가가 몰락한 시점에서 가장 활발한 IS의 후신이다. 탈레반은 그래도 군벌로써의 성격도 강한 편에다가 어느정도 서방 세계와도 타협을 하는 편이지만 이들은 IS의 후신답게 훨씬 더 극단적인 테러리스트 조직이다. 실제로 ISIS-K는 아프가니스탄을 넘어 중국의 신장 위구르로 진출하려고도 하고 있으며 파키스탄, 인도, 타지키스탄 등 치안이 불안정한 주변국에도 개입하는 중이다. 거기에 더해 시아파 집단들을 향해서도 폭탄 테러 등을 벌이기에 이란에서도 굉장히 혐오하고 있고.


특히 미군 철수와 함께 벌였던 카불 공항 테러는 테러리스트 집단에서 탈피하려는 탈레반에게 경고를 가하고 그들이 국가 전역의 치안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퍼트려 당혹스럽게 만들려던 목적에서 벌어졌을 확률이 높다.  즉 ISIS-K의 이러한 공항 테러는 전략적이고 계산된 행동이며 탈레반이 미군 철수를 협의하며 아프가니스탄이 다시는 오사마 빈 라덴 때와는 달리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안전한 피난처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늬앙스로 협상을 시도했던 것이 무색하게 만드는 행위였다.


실제로 ISIS-K는 탈레반을 변절자로 지칭하며 미국과 회담에 돌입한 시점에서 정권 장악 이전의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친미 정부를 동시에 맞서 전쟁을 시작해 협상을 파토내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 싸우는 한편으로도 미국과 협상하는 동안 ISIS-K는 탈레반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자신들의 세를 키우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을 대상으로 여러차례의 잔인한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 탈레반은 가식인 부분이 큼에도 어쨌든 적어도 미군과의 협상을 위해서 과거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던 시절에 비해 좀 더 온건하고 실용적인 어조의 발언들을 하려고 하며 테러 단체에서 본격적인 정치 세력으로 인정받으려고 하지만 이때 마침 ISIS-K가 근본주의적인 면모를 씨게 보이며 탈레반 내부의 균열을 내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이건 과거 IS가 이라크, 시리아에서 활동하던 시절 알카에다를 밀어내고 그 지역의 테러단체로 제대로 군림했을 때 쓰던 수법이었다. 탈레반은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이긴 하지만 ISIS-K의 초국적 야망과 글로벌 지하드에 반대하며 아프가니스탄에만 초점을 맞춰 그 안에서 이슬람 토후국을 세우는 걸로 만족하는 입장이고 무엇보다 탈레반 애들은 과거 본인들이 정권 잡던 시기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도피 장소를 제공했다가 미군한테 침공당해 싹 다 털렸음을 생각하면 국제 지하드의 현실성에 대해 당연히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국민저항전선(NRF)의 지속되는 저항


결론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탈레반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내전은 끝나지 않고 있으며 탈레반이 전국토를 장악하고 영향력을 모든 지역에 행사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래 국민저항전선은 끊임 없이 저항하는 중이다. 기존의 아프가니스탄 북부 및 중부를 넘어 낭가르하르(Nangarhar), 라그만(Laghman), 누리스탄(Nuristan)과 같은 동부 지방에서도 게릴라 활동을 펴는 중이며 이들의 지도자는 아흐마드 마수드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전설적인 아프간 무자헤딘 지도자이자 탈레반에게 암살당했던 마수드의 아들이기도 하고.


국민저항전선의 공격은 2022년에 비해 2023년 상반기에 감소했지만 이후 2022년 상반기에는 주당 약 1회 이하의 공격에서 현재까지 2023년 하반기(7~8월)에는 주당 여러 번의 공격으로 증가한 상태라고 말이 나오고 있으며 2022년에는 판지시르 인근에 공격을 집중하기도 했었다. 올해부터는 탈레반의 지방 통제력을 약화시킬 목적에서 농촌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며 전체적인 공격 건수는 다소 감소하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또 탈레반에 대한 저항을 목적으로 정치 활동도 하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탈레반은 이에 대해 진압 작전에서 펼치고 있는 전술은 굉장히 잔혹하다. 이들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하고 있는 행동만 해도 초법적 처형, 고문, 인질극, 불법 구금, 민간인 가옥 불태우기 등이 있으며 이게 국제적으로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먹혀드는 작전이다. 탈레반은 이를 통해 저항에 대한 보복을 대대적으로 감행함으로써 주민들의 복종을 이끌어내고 판지시르 내 국민저항전선의 지지세를 차단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편. 작년 12월 마지막 주에 탈레반과 국민저항전선 세력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여기서 안다라브에 집중된 국민저항전선은 탈레반의 지상 및 공중 공격을 모두 격퇴했으며 양측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또한 탈레반 정권이 여성의 대학 진학을 금지한 이래 남녀할 것이 없이 많은 학생들과 교육자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이에 탈레반은 군대를 동원해 강하게 진압했다. 탈레반의 어느 장관은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매춘을 하고 있다며 여자들이 교육을 받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경제는 미군 철수 이후로 심각하게 파탄난 상태에 가깝다. 원래 아프가니스탄은 농사짓기엔 척박한 땅이 너무 많고 이조차도 곡물보다 아편이 더 돈이 되기에 식량 자체 수급이 높지 않은 편이었는데다가 아예 외부로부터의 수급마저 끊기면서 사실상 자급자족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마저도 몇년 전부터 계속 흉작인 매우 악조건인 상태고.

그런데 과연 저항군이 이길 수는 있을까?


결론부터 말해 냉정하게 보자면 힘들다. 물론 미리 밝히자면 나는 탈레반을 지지하지 않으며 그들이 벌이고 있는 패악질은 쓰레기 같다고 본다.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은 것은 민중의 지지를 받는 혁명 세력이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미군의 삽질과 아프간 친미 정부의 한심한 행태가 낳은 결과일 뿐이며 탈레반이 무슨 독립투사라도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부분이라면 진짜 걔네가 독립투사였으면 자신들보다 정통성 충만한 마수드는 왜 죽이는데? 그리고 아무리 친미 정부도 같은 짓했다지만 마약 밀매해서 자국을 뽕쟁이들 본진으로 만들어낸 세력이 진짜 민중의 지지를 받는 독립투사라고??


그러나 탈레반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지와는 별개로 국민저항전선은 이기기가 매우 힘들다. 국민저항전선의공식적인 병력 규모는 알려진 바는 없지만 100,000명의 탈레반군에 비해 수가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판지시르에서도 국민저항전선은 패했으며 군대 증강도 너무 때가 늦었다. 게다가 외부에서는 저항군을 지원할 수가 없다. 물론 대다수의 서방 언론들은 국민저항전선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편이지만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상 북동부가 근거지인 그들을 지원할 만한 방식이 마땅치도 않은 상황이다.


국민저항전선은 실질적으로 더 많은 외부 지원 없이 저항이 전황을 뒤집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비록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처지라고는 하나 그래도 무력 만큼은 가지고 있지만 국민저항전선은 그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약 20년 만에 미군을 철수하고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으며 따라서 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개입해 특정 무장단체를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나갔는데 다시 들어온 명분이 없을 뿐더러 여론도 더 이상 아프가니스탄에 돈 쏟아붓기 바라지 않기 때문.


게다가 국제사회의 요즘 관심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랑 미중 갈등이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화젯거리는 떠난지 오래이다. 여기서 만약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개입한다면 분쟁을 재개한다는 것이기에 이미 국제 전쟁에 환멸감을 느낄대로 느낀 미국인들이 당연히 반발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나 대만으로 가야 할 무기들이 사실상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지역인 아프가니스탄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국익 차원에서 손실이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통치에 대해 커다란 도전은 아직까지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국민저항전선 외에 ISIS-K를 살펴보자면 그들이 제대로 장악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영토는 별로 없으며 하물며 얘네보다 상대적으로 더 온건한 편인 탈레반조차도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인정을 못받고 있는 상태인데 ISIS-K는 더더욱 인정을 못받을게 자명하다. 비록 북부 지방과 서부 지방을 중심으로 테러 공격을 일삼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고 있지만 그 국민저항전선보다 탈레반에게 있어서 짜증나는 존재일지언정 더 큰 위협으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할 것이다.

맺음말: 아프가니스탄의 미래


아프가니스탄의 근미래의 모습은 아마 1990년대 소련군을 몰아내고 난 후의 무자헤딘 군벌들이 걸었던 길을 가지 않을까 싶다. 탈레반이 처음 집권한 것도 이때였으며 어느 세력이 권력을 잡더라도 전국토에 안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앙정부로서의 기능을 갖추는데에는 실패했다. 탈레반조차도 미군에게 쫓겨나기 전까지 지방 군벌들이나 북부동맹과 지속적으로 내전을 벌여오던 상태였었고 미군이 들어와 친미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도 아프간은 여러 부족들을 중심으로 지방 군벌들이 통제하는 형국이었다.


따라서 탈레반이 재집권했다고 한들 이것이 바뀔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특히 탈레반이라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집권은 지방 군벌들이 아프간 중앙정부에 더더욱 복종을 거부할 사유가 되고 있으며 국민저항전선의 명분도 그것이다. 그리하여 아프가니스탄은 또 한번 더 리버스 1990년대로 빠져들 것이고 국민저항전선의 마수드는 아버지 마수드처럼 될 것인지, 아버지의 한계를 딛고 성공할 것인지 참 중대한 시기에 빠져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 문헌:


https://www.foxnews.com/world/2-years-us-withdrawal-afghanistan-resistance-group-yearns-western-help-take-on-taliban

https://www.foxnews.com/world/taliban-two-front-war-pending

https://jamestown.org/program/brief-national-resistance-front-nrf-fails-to-foment-unrest-against-the-taliban/

https://theowp.org/the-war-isnt-over-the-panjshir-uprising-against-the-tali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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