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슨 Sep 01. 2023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후보 분석

대만 총통 후보들은 누구인가?

https://youtu.be/TXzfQ0cP1P0?si=46F95k6j3MO0-t_j

대만 총통 선거가 이제 곧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번 선거는 대만에게 있어서 이전 장징궈나 천수이볜이 취임할 때 이상으로 중대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바로 대만의 노선 확립에 대한 것인데 중국에게 보다 친화적으로 대하면서 안정을 하느냐, 아니면 조금 위험할지라도 지금의 "하나의 중국" 문제에 제대로 직면하여 도전하느냐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지난 차이잉원 정권 시기의 행보에 대한 대만 사회의 평가 또한 정립될 것이다.


그런 만큼 양안관계의 변수라는 점을 감안해서라도 동북아의 정세가 갈 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도 대만의 이번 총통 선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외국 이슈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뭐 이런게 아니라 현재의 동북아시아의 상황이 대만이라는 나라가 가진 지정학적 특수성이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는 상태인데다가 그럴 가능성은 없기를 바래야 하지만 만약 양안전쟁이 발발했을 경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상으로 파급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당 후보: 허우여유이(侯友宜)


일단 민진-국민-민중 삼파전 구도로 전개되는 가운데 국민당 측 후보로 나온 이는 허우여우이 신베이 시장이다.그는 경찰 출신으로  2018년부터 신베이시 시장으로 재직해왔다. 국민당 후보 자리를 놓고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와 경쟁을 벌여 승리하였으며 최근에는 의료정책을 대대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의료 지출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화, 재임 기간 동안 매년 GDP의 8%로 조정, 여성 및 어린이 지원 확대, 국가 정신 건강 프로그램 홍보, 고위험 암 예방정책, 백신 및 의약품 조달 변화의 투명성 제고 등이 방향성의 골자이다.


그런데 최근에 궈타이밍 후보가 국민당을 나와 무소속으로 독자 출마를 택하며 점점 불길한 조짐이 들던 찰나에 순위가 3위로 떨어졌다. TVBS 보도에 따르면 1위인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는 36.0%,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19.1%로 뒤를 이었지만 반대로 허우여우이 후보는 18.3%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물론 궈타이밍도 이전까지는 상당히 유망주로써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이러저러한 문제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며 최근에는 10%대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허우여우이 후보가 의료 공약을 발표하면서 민진당을 중심으로 그의 시장 시절 행적에 대한 정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민진당 측은 신베이시의 '의료 및 건강' 등급이 6개 도시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전국 17위임에도 불구하고 신베이시의 전체적인 의료 및 간호자원 배분은 미흡한 상태라 의사와 간호직원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허우여우이 시장은 재임 기간 동안 시민의 건강 문제를 제대로 신경쓴 적이 없으며 국정은 커녕 지방 문제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게 비판의 논점이다.


다만 정치인으로서의 행적과 별개로 허우여우이의 경찰청장 재직 시절은 대만 내 경찰 내부의 부정부패를 완전히 뿌리뽑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커다란 업적으로 평가 받는다. 오늘날 대만 경찰이 아시아 경찰 중에서도 매우 청렴한 조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과 예전과는 달리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것도 허우여우이가 경찰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투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대만의 독재 정권 시기에는 반정부 인사들을 향한 탄압에 동참한 적이 있는지라 이 점은 여전히 정치 입문 이래 크게 비판받고 있는 부분이다.


허우여우이는 2021년 국민투표 안건에 미온적으로 행동했다가 부결되는 바람에 국민당 내에서도 욕을 먹었으며 이후에는 본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2022년 신베이 시장 재선에 성공하였다. 의외인 점은 허우여우이 시장은 국민당 인사치고는 상당히 친중 색채가 옅다는 점인데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에서는 라이칭더가 단순히 표를 받기 위해서 대만 독립 문제를 이용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거부하지 않고 명확하게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라이칭더는 대만 국민들에게 대만은 이미 중화민국이라는 주권 독립 국가이며 중국에 속하지 않으며 별도로 대만의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1992년 합의로 대표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존중하는 편에 가깝고 본인이 중국 국민당 내부의 친중파들을 껴안으려고 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친중 성향이긴 하다. 실제로 마잉주 전 총통이 중국 본토를 방문한 상황에서도 허우여우이는 온건 친중으로서 딱히 비판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지지율이 급속도로 빠지기도 하였었다. 무엇보다 허우여우이 후보의 가장 큰 문제는 비슷한 성향의 궈타이밍이 경선에 불복해 독자 출마를 강행했다는 것으로 주리룬 대표와의 반목도 허우여우이 후보의 성장을 방해하는데 한 몫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이번 총통 선거가 미중 간의 대리전으로 흘러갈 경우 라이칭더보다 허우여우이가 더 불리할 수 밖에 없고 타이베이 시장 장완안이 중국 본토를 가버렸으니...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민진당의 공식 후보이다. 차이잉원 정권 밑에서 부총통을 역임했던 자이기도 하고 타이난 시장을 지내기도 했었다. 2014년 타이난 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그는 계엄령 해제 이후 역대 대만 선거의 가장 최고 득표율인 72.9%를 얻었으며 시장 재임 기간 동안 "타이난 뉴딜"을 앞세워 직할시로 승격하고 일본 지자체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문화 교류에서 큰 성과를 내었다. 타이난 시장으로 있으면서 라이칭더는 효율적인 통치를 내세웠었던 명분처럼 의외로 청렴한 행보를 보여왔으며 이 때문에 지방의회와 갈등을 빚기도 하였다.


라이칭더는 부총통으로 있는 동안 강경 반중 행보를 보여왔었다. 그 차이잉원조차도 순한 양으로 만들 정도로 강한 반중파인 라이칭더는 마이크 펜스부터 해리스까지 미국의 정계 거물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며 대만에 대한 서방 세계의 관심을 유도했다. 이때 만난 사람 중에서는 낸시 펠로시와 같은 미국 정계의 대거물이자 강경 반중 인사도 있었으며 아베 신조와도 가깝게 지내며 일본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대만-일본 협력의 필요성도 역설했었다. 이러한 라이칭더의 부총통 시절 행보는 2019년 홍콩 시위와 맞물려 더더욱 지지를 받았었고 미국과 단교 41주년 만에 최고위급 인사의 독대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자리매김해 2023년 대만 민진당의 주석이 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물론 요새는 총통 선거 앞둔지라 대만 독립 문제에 대한 스탠스가 조금 유해져서 대만 국민들에게 대만은 이미 중화민국이라는 주권 독립 국가이며 중국에 속하지 않으며 별도로 대만의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다소 현상유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미 라이칭더는 대만 내에서도 차이잉원 이상으로 과격한 독립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는데다가 중국에서 가장 경계하는 대권주자로써 만약 진짜 독립을 추진한다면 양안전쟁이 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반영된 듯하다.


대만 독립파 답게 친일 성향도 상당히 강한 편이다. 코로나 전인 2019년 라이칭더는 5일간 일본을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 모리 요시로, 가이후 도시키 등 역대 전 총리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는 일본 정계와의 관계를 강화하여 미일동맹을 대만 문제로 끌여들이겠다는 전략과도 연관되어 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패배한 상황에서 라이칭더가 들고 나오는 차이잉원 외교의 지속은 의외로 불가능하진 않은게 대만 내부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양안관계에서의 중국의 태도에 대한 반감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라이칭더의 국가관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로는 2017년 10월 한 의원이 라이칭더에게 국기를 들고 국가를 부를 수 있는지 물었던 사건이 있다. 여기서 라이칭더 이렇게 말했다. 국기를 들고 국가를 부르는 것은 아무런 문제 없다고. 따라서 라이칭더는 2019년과 2020년에 대만은 중화민국이라는 주권독립국가라고 칭한 적이 있었으며 따로 대만의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이 대만이라는 나라는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는 걸 널리 알리는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는 2017년 행정원장 시절 대만 독립을 옹호하는 입장은 변함 없다고 얘기한게 시간이 지나 다소 누그러진 면모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며 중국 견제의 동참을 요구하는 등 반중적이면서 비 독립적인 행보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라이칭더는 현재 대만 총통 선거 흐름 속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2위인 커원저 후보를 상당한 격차로 누르며 선두주자 위치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고 대만 독립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 행보는 중국의 패권적 행보에 반발하면서도 대만 독립으로 인한 양안전쟁 발발을 우려하는 중도층의 표를 흡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또한 궈타이밍이 독자 출마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리룬 주석과 엇박자가 나는 허우여우이와는 달리 라이칭더는 애초부터 상대 파벌인 차이잉원파를 끌여들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라 내부적으로도 그나마 상대적이지만 안정적인 상황이다.

민중당 후보: 커원저(柯文哲)


이번 총통 선거에서 허우여우이 국민당 후보를 제친 정치인임과 동시에 일본의 고이케 유리코처럼 굉장히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내치는 리버럴이면서 외치는 친중 성향인 정치인으로 장완안 이전 타이베이 시장을 지냈던 사람이다. 무소속으로 정치하다가 민중당이라는 정당을 창당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비록 친외성인 성향 언론이지만 TVBS에서 국민당, 민진당 모두를 제치고 무려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특히 커원저는 군소후보긴 하지만 천수이볜 이후 처음으로 국민당이 아닌 정치인으로써 타이베이 시장이 된 사례이기도 하고 온건 보수와 리버럴 사이의 성향 덕분에 국민당 내 중도보수층의 표까지 흡수할 역량까지 가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국민당은 허우여우이의 온건 행보에도 불구하고 마잉주 전 총통이 중국 본토를 방문하는 등 상당히 친중적인 모양새를 띄며 양안관계의 악화 속에서 욕을 먹고 있는 부분이 큰 상황이라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를 늘리면서도 홍콩 시위 진압 등은 비판하는 등 투트랙 행보를 보이는 커원저가 합리적인 보수로 이미지 메이킹하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로썬 만약 커원저 후보가 특정 정치 세력과 연대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건 국민당이다. 일단 외교적 성향이 가장 비슷하니까. 그렇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게 국민당의 지지층이 커원저로 흡수되는 형국에 위기감을 느낀 허우여우이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연대는 힘들 듯하다. 일단 커원저는 국민당을 대체할 범 외성인 진영의 후보로 자리매김하여 민진당에 맞설 만한 세력을 구축하는게 아마 이번 총통 선거의 키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무소속 후보: 궈타이밍(郭台銘)


궈타이밍은 본래 중국 국민당 총통선거 경선에 입후보하였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허우여우이가 경선 없이 내부 회의로 결정되며 기회가 끝났고 본인도 입후보할 당시에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한 만큼 그대로 끝나는 듯 해보였다. 하지만 궈타이밍은 이후로도 계속 민진당, 국민당 양쪽을 상대로 과격하게 비난해대며 양당 모두에 실망한 사람들에게서 높은 지지를 받게 되었다. 궈타이밍은 허우여우이 이상의 강경한 친중파로써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것이 곧 대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무소속으로 독자 출마를 하였다. 한국에서는 "대만의 트럼프"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일단 트럼프처럼 기업가 출신이고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을 바탕으로 성장한 정치인인 것도 사실이긴 하다. 기업가로써 유능함을 보인 면모가 있어서 이게 강점이기도 한데 친중 성향은 중국 국민당보다도 강한데다가 커원저와 허우여우이라는 대체재가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지지를 받을지는 미지수.

맺음말: 대만 국가 노선의 분기점


이 선거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대만이라는 나라의 노선의 분기점이 될 만한 선거라고 볼 수 있다. 요새 양안관계를 둘러싼 정세를 보면 중국이 2027년에 대만을 침공한다, 안한다 등으로 말이 많은데 이런 추측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그만큼 동북아시아 정세가 불안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는 강경 반중vs온건 친중으로 흘러가는 구도인지라 결과에 따라 중국의 행보도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는 노릇이다.


에필로그: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659


매거진의 이전글 미군 철수 2주년,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