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의 이란의 역할
이란은 어떻게 대(對)이스라엘 전략을 실천해나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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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2. 2023
https://youtu.be/NEZUEuk0zOY?si=NvJxkIi97-c51wz8
최근 하마스의 침공으로 이스라엘 전역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따라오고 있다. 하마스는 수니파 무장단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란에게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했는데 이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관계라서 이이제이 심정으로 손잡은 부분이 크다. 이란의 하마스 지원에는 중간 위치에 껴있는 국가이자 친 이란 진영의 대표국 시리아도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하마스와 이란 혁명수비대 사이의 커넥션이 지금까지 있다는 논란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고위 간부들이 말하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장교들이 8월부터 하마스와 협력해 이번 공격에서 발생한 공중, 지상, 해상 침입을 계획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는데 정작 바이든 행정부는 현시점에서 이란이 하마스의 최근 공격에 직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과 하마스는 오랜 관계를 갖고 있다"며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현재로써는 구체적인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일단 이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하마스의 침공을 지지하고 있긴 한 상태이긴 하다.
하마스는 2011년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지원 문제로 이란과 사이가 틀어져 지원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겪는 등 이란과의 관계에서 위기가 있기는 했었다. 그러나 어쨌든 헤즈볼라의 중재와 이런저런 상황이 겹쳐 다시 관계는 복구되었고 이란의 지원을 받은 하마스는 파타의 통제권을 약화시키고 주도권을 잡았다. 그 상황에서 올해 이스라엘군은 이란제 무기를 이스라엘로 들여오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헤즈볼라의 새로운 밀수 경로를 발견했는데 이때 특히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급조폭발장치(IED)를 하마스에게 이전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참고로 이란제 IED는 시아파 민병대에게 넘겨져 이라크에서 미군을 괴롭히는 요소가 되었고 이미 로켓 생산이 가능한 수준에 오게 된 헤즈볼라, 후티 반군, 하마스 등 이란의 우방들의 전력이 더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하마스가 그해 이란으로부터 약 7천만 달러를 받았으며 그 돈을 로켓 제작에 사용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2020년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에 연간 약 1억 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모사드의 첩보망을 피해 조달한 막대한 양의 무기 및 탄약 비축량이 이란의 도움 없이는 모으거나 조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두고 퇴역 미군 장성들도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에서 유도 시스템과 미사일을 구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통합하기 위한 기술 지원은 이란에서 나왔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는 사실이지만 최근까지도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인 이스마일 카니 장군은 팔레스타인-레바논 일대에서 하마스, 헤즈볼라 같은 친이란 무장단체와 조율하며 이스라엘에 대해 효과적인 도발을 해왔었다. 이란은 1990년대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기존의 파타를 대체하고 싶어하는 팔레스타인 내부 강경파들을 포섭하기 시작했고 특히 하마스에게는 가자지구로 밀수된 무기를 제공한 후 이란의 설계와 기술을 기반으로 하마스가 현지에서 자체 로켓을 제조하도록 도왔다.
이때 이란 요원들은 하마스 기술자들에게 설탕과 파이프 같은 일상적인 재료로 단거리 로켓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이것이 2012년 이란제 장거리 미사일인 Fajr-5 로켓 발사 성공으로 이어지고 2023년 현재에 이르어서는 침공의 시작을 알렸던 까삼 로켓의 기반이 된다. 즉 하마스를 실질적으로 키운 건 이란이라는 얘기인데 그러면서 이란은 하마스에게 특정 작전을 지시하기 보단 일종의 재량권을 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다만 공식적으로 이란은 침공 계획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이니는 어차피 전쟁 일어난 김에 이스라엘이 망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자신들은 사전 준비를 돕지는 않았다나? 그렇지만 그동안 중동에서 이란의 대외전략 자체가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피하고 레바논의 헤즈볼라라던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같은 동맹 관계의 군사조직들을 활용해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이른바 "대리전" 방식을 취해왔음을 생각한다면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기사에서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고위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 보안 요원과 혁명수비대 간부들이 공격 훈련과 계획에 관여했다고 밝혔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정보 제공이나 무기 지원 등의 협력은 약속했을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나는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에 대해 군사적으로 개입해 중동전쟁으로 규모를 확전하지는 않는 대신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같은 친 이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이스라엘 내부의 혼란이 오래가게 부추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이란 관료들은 자기 따까리들한테 특정 작전을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흔치 않기도 하고. 이미 샤하브(Shahab)라고 불리는 하마스가 사용하는 드론은 이란의 아바빌-2(Ababil-2)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또 다른 친 이란 민병대인 후티 반군이 예멘에서 사용하는 모델과 구조가 매우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란이 비공식적으로 직접적인 충돌을 자제하면서도 장기전으로 끌고 가 이스라엘의 체제 존속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게 할 목적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