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슨 Jan 17. 2024

후티 반군은 쉽게 파멸할 조직은 아니다

번영 수호자 작전이 후티를 제압할 수 있을까?

https://youtu.be/4zC0O17rk1o?si=RClYVXA93ml7mELI

후티 반군에 대해 예전에 썼던 글이 갑자기 조회수가 급상승하고 있다. 아마 번영 수호자 작전과 더불어 2024년 새해와 함께 미영 연합군이 예멘 공습을 시작했기 때문에 의문의 알고리즘을 탄 것 같은데 그래서 한번 그 김에 번영 수호자 작전을 둘러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차피 한번쯤 하려고도 했고 또 후티 얘기가 다들 지금 관심 있을 주제인 것 같아서 이때 아니면 언제 다루겠나? 우선 후티 반군과 예멘 내전에 대해 기초적인 정보부터 얻고 싶으면 아래에 올린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후티 반군은 무엇인가?"라는 글을 한번 정독하고 와서 이 글을 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595

본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후티 반군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전에 올린 저 글에서도 살레-하디로 이어지는 예멘 정부가 심각하게 무능한 것과 별개로 그렇다고 해서 후티 반군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제시할 정도의 수준은 되지 않는 전형적인 시아파 원리주의 군벌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었고 내가 시아파 세력 중에서 약간이라도 쉴드 쳐본 대상은 기껏 해봐야 시리아 내전 당시의 아사드 정권이 끝이다. 이란 혁명수비대,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인민동원군에 대해서 다룰 때도 가치 판단은 최대한 배제하고 작성하였으며 내가 굳이 후티 반군을 옹호해줄 이유는 전혀 없다. 따라서 이 글은 번영 수호자 작전 또는 후티 반군이 옳다, 그르다의 얘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논해보도록 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티 반군은 완전히 파멸 수준으로 몰아넣는 급으로 제압하기가 쉽지 않다. 애초에 후티 반군은 하마스와도 체급 자체가 명백히 차이가 나는 조직이다. 하마스는 좁은 가자지구 안에 봉쇄당한 처지라 끽해야 시가지를 무대로 삼아 게릴라 전을 벌이거나 드론 혹은 까삼 로켓을 급조해서 이스라엘에 보복으로 날려대는 수준인 반면, 후티 반군은 현재 예멘 정부보다도 더 강성한 상태다. 이미 수도인 사나를 포함해 주요 도시는 모두 후티 반군의 손 안에 들어와 있고 예멘 정부는 사실상 허허벌판 사막으로 쫓겨난 상황이다. 즉, 후티 반군은 내전 발발부터 2024년 현재까지 통일 이전 북예멘 전체 영토에 필적하는 영역을 통제하는 지경에 이르었다는 얘기로 이 정도면 사실상 유사 정부, 준국가에 가까운 급이라고 봐야 한다.

전투기, 헬기, UAV, 로켓까지 다 굴리는 후티 반군의 실력

장비 면에서도 무장 반군을 넘어서 거의 준정규군 급이다. 비록 이란이 배후에서 지원해주긴 했다만 보통 반군이라면 꿈을 꿀 수도 없는 순항 미사일, 탄도 미사일로 군함까지 격추하는게 바로 후티 반군이며 그 외에도 구 북예멘 공군이 운용하던 F-5 전투기, 헬기, 보트, UAV, 로켓까지 전부 다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외부에서 반군으로 분류되는 조직이 공군 전력이 미약하게나마 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이쯤되면 까삼 로켓으로 이스라엘군한테 깔짝거리는 수준인 하마스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하며 실제로도 예멘 내전 동안 사우디군이 아무리 삽질을 반복했다지만 중동 지역 최대 맹주인 국가의 군대를 상대로 패퇴시키는 역량을 보여줬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후티 반군은 말이 좋아 반군이지, 거의 유사 정부에 준정규군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하나의 군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만큼 만약 후티 반군을 진짜 제대로 제압하여 하마스 지원한답시고 날뛰는 행동을 다신 못하게 하려면 공습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애초에 예멘 영토가 한반도의 2.5배 수준이라서 토마호크 몇백 발 갈겨도 해결되지 못한다. 후티 반군의 점령 지도 예멘 내 각종 무장단체들 중에서 가장 큰 것도 덤이라 후티를 아예 박살내어 홍해에서 깔짝되지 못하게 하려면 지상 작전 말고는 답이 없다.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지금 미국이 작정하고 후티 하나 잡겠다고 지상 작전 벌일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당장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지 이제야 3년이 다 되가는 시점인데 누가봐도 장기전의 수렁의 빠질 곳에 굳이 개입한다는 것은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하고, 미국 국민 입장에서도 다 반대할 것이다. 특히 후티 반군은 사우디군을 상대로 쌓은 실전 경험 노하우와 각종 미사일을 비롯한 이란의 든든한 지원이 있으며 예멘 지리상의 넓은 영토와 분산된 근거지들을 감안하면 지상전을 함부로 시도 못한다. 사실 다르게 보면 후티 반군도 어차피 미군이 지상으로 못들어올 것까지 계산해서 이번에 홍해에서 그 난리를 친 것이기도 하다.

2024년 미영 연합군의 예멘 공습

그리고 후티 반군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때 과연 동조해줄 중동 국가가 있을까 싶다. 먼저 후티와 오랫동안 싸워온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내전에서 슬슬 발 빼려고 준비 중이며 리야드 엑스포 개최에 총 역량을 집중하느라 개입할 틈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숙적이었던 이란하고의 화해 분위기가 겨우 조성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그걸 또 파탄내고 중동 정세를 더욱 험악하게 만들어 엑스포를 망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서 사우디가 번영 수호자 작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갑자기 후티가 미쳐서 사우디에 미사일을 대량으로 날려 민간인을 죽이지 않는 이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아마 웬만해선 확전되지 않는 선에서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본다. 그 외 타 중동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지역 전반에 번진 반(反) 이스라엘 정서 탓인지 이스라엘을 돕는 미국이 주도하는 작전에 눈치봐서라도 개입하진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는 방법은 미영 연합군이 예멘을 공습하는 동시에 예멘 정부군이나 그들과 일시적인 협력관계인 남예멘 잔당들 모아다가 후티와 싸움을 붙여 공중, 지상에서 동시에 압박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조차도 현실성이 없다. 예멘 내전은 최근에 걸프만 국가들의 중재로 휴전 들어갔기 때문에 갑자기 파토내고 후티에게 싸움을 걸 명분도 없으며 그들의 군사적, 정치적 역량 또한 후티 반군에게 한참 밀리는 처지다. 당연히 걸프만 국가들이 이 상황에서 예멘 정부군이나 남예멘 잔당들이 후티 반군을 먼저 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이고 이는 뻔한 얘기만 이란과 겨우 이뤄낸 중동 화해 분위기만 고려해도 그렇다. 또한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연대하는 무장단체인지라 만약 그들을 공격한다면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을 돕는 조직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100% 프레임, 명분 잡힌다.

후티 반군은 구 북예멘의 지역 거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다.

뭣보다 작정하고 후티 반군을 패려고 들면 이스라엘, 예멘 지역에 이어 이란까지도 불길이 번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얄짤없이 5차 중동전쟁이 될 확률도 높다. 어떻게 보면 이것 때문에 미영 연합군이 일단은 제한적으로 후티 반군의 거점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또 지상전을 하면 한반도의 2.5배 크기 전장에서 오랫동안 싸워야 할 수도 있고 이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누차 얘기하는 것이지만 후티 반군이 지금 저렇게 대담하게 막 나가는 것도 어차피 지상전 못하는 거 아니까 일부러 그걸 노린 것도 큰데 이건 다시 말해 공습으로만 한정된 번영 수호자 작전으로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개입 못하도록 눌러버리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은 후티 반군을 때린 직후에 막상 확전은 피하고 싶었는지 이란과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가 있다.


즉, 한마디로 후티 반군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눌러버리고 번영 수호자 작전에 커다란 진전을 보이려면 지상전을 벌이는 방법 말고는 없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리라는 얘기다. 누가봐도 지상군 투입하면 아프간 꼴에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되는 것에 기름을 붓는 꼴이니 말이다. 이래서 나는 이번 번영 수호자 작전이 후티 반군을 억제하는 것에 유의미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도저히 생각하지 못하겠다. 이번 해프닝의 결과는 흐지부지된 채 대충 적당히 끝나거나 아니면 확전되서 이란하고의 충돌 혹은 중동 전역으로 불길이 번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보는데 어느 쪽이든 후티를 무릎 꿇리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본다. 걔들은 적어도 하마스보다 훨씬 앞서는 역량이 있는 애들이라 단순히 공습으로 못끝나고 거기에 근거지나 거점들이 북예멘 지역 전체에 분산되어 있어서 두더지 잡기식으로 하나씩 다 때려잡는 방법 말고는 없다. 여기에 이란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 아프가니스탄보다 더 답이 없어지는 건 덤이고.


따라서 번영 수호자 작전은 아마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예상으로는 과거 1980년대 리비아 공습처럼 제한적으로 군사 거점에 타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란하고 직접적으로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그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하고 어차피 지상전 말고 제압해둘 방법이 없는 이상 적어도 하마스를 돕지 못하게 방해 및 경고를 동시에 하기에는 공습 퍼붓는게 그나마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보여진다. 물론 후티 반군을 크게 제어하는 효과는 없겠다만 목적이 방해나 경고 정도라면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예멘에 공격이 시작되면 후티 반군도 당분간 자기 코 앞의 일인 이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스라엘에까지 직접적으로 나서는 빈도가 줄을 수는 있다. 또 후티 반군의 미사일이 미 해군에 제대로 피해를 입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후티 반군의 대함 미사일 시스템

그러나 그래도 효과는 매우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24년 1월 12~13일 강도 높은 공습 결과 파괴된 후티 반군의 공격 능력은 고작 3분의 1도 미치지 못했으며 이는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할 수 있는 자산들이 아직 한참 많이 건재하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그저께와 어제도 홍해 통과 선박을 대상으로 미사일들이 날라온 사례가 있었고 바로 16일 로이터 통신이 이란이 후티 반군으로 최신 무기를 보내던 것이 적발되었다는 것을 기사로 보도하였다. 이 말은 이란은 대리전을 목적으로 후티 반군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공습에 대한 예멘 국민들의 여론도 반서방 시위에서 알 수 있듯이 악랄하다는 후티 반군이 아니라 미영 연합군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것도 미영 연합군이 리비아에서 그랬던 방식으로 후티를 무너뜨릴 수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결국 이를 보아 알 수 있는 점은 후티 반군은 일개 반군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며 하마스보다도 역량 면에서 훨씬 우위인 상대라는 얘기다. 물론 나 역시 솔직히 후티 애들이 해적질하고 있는 것보면 딱히 좋게 보이지는 않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냉정히 보았을 때 후티 반군은 IS처럼 공습 위주로 때려잡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그들은 졸전을 치렀다지만 어쨌든 중동 맹주인 사우디군도 꺾었던 역량을 보유한 집단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작전이 크게 성공을 거둘 거라는 기대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