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오브듀티 시리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프랜차이즈기도 하다. 모던워페어 3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해왔고 특히 모던워페어 리부트는 감동이었고 블랙옵스 콜드워는 비록 멀티는 개판이었지만 켐페인 만큼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배틀필드 2042 오픈베타가 너무 실망스러웠기에 배필의 경쟁작인 콜옵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래서 산 콜오브듀티 뱅가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싱글은 꽤 할 만했지만 그래도 역대 콜옵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많이 아쉬웠다. 2차세계대전 주요 전장을 넘나드며 무명의 병사가 되어 영웅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헐리우드식 영웅주의처럼 보이면서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또한 미드웨이에서 펼치는 공중전은 짜릿했고 항공모함 정중앙에 폭탄을 투하해 유폭시킬 때 폭발음과 폭발하는 장면은 크게 인상 깊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오브듀티 뱅가드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이다. 영국군 흑인 공수부대원 아서 킹슬리는 영국군 제6사단 아프리카계 장병 시드니 코넬이었다. 그는 생존률이 극악인 공수부대에서도 뛰어난 생존률을 자랑했는데 그 덕분에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만연한 당시 영국군에서도 인정받는 흑인 병사였다. 그 외에도 소련군 여군 폴리바 페트로바는 전설의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류첸코를 모티브로 했다.
흑인 병사와 백인 여군이 등장하는 것을 두고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는 팩트에 기반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실제로 영국군 공수부대에는 엘리트 흑인 병사가 있었으며 소련군은 연합국 중에서도 여군을 다수 운용하기로 유명했다. 또한 호주군 챕터에서 영국군이 호주군을 차별하는 장면을 짚고 넘어감으로써 백인 간의 차별이라는 그동안 정치적 올바름이 묻은 작품에서도 흔치 않은 시도를 보여줬다.
다만 아쉬움도 크다. 먼저 스탈린그라드 전투 챕터는 폴리나 페트로바의 무쌍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보다 보면 그녀가 스탈린그라드의 유일한 영웅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사실 스탈린그라드의 진짜 영웅들은 이름 없는 수많은 병사들이었다. 애초에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다수의 희생으로 치러진 전투이기에 페트로바 혼자서 싸운 것처럼 묘사한 것은 흠이었다.
PC를 강조하는 작품임에도 동양인이나 대전 중에 망함에도 싸우는 나라가 없다는 것도 제작사가 2차세계대전을 철저히 서구의 시각에서만 바라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국민당군은 처절하게 일본의 발목을 붙들고 출혈을 강요했다는 점으로 볼 때 결코 역할이 작지 않았다. 폴란드 망명정부 또한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본토 항공전에도 참여하고 아프리카 전선, 이탈리아 전선에서도 활약한 대단한 군대였다. 그런데 정작 PC를 내세우는 제작사가 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PC가 허울 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악역인 헤르만 프레징거 또한 너무 삼류 악당스럽기 마찬가지다. 흑인 인종가지고 비하해대다가 역공당하니까 열폭하는 모습은 카리스마 있는 나치 악당을 기대한 나에게 너무 실망스러웠다. 거기다가 그가 세운 프로젝트 피닉스 계획은 실제로 나치 전범들이 아르헨티나로 도주한 것을 모티브로 삼았는지 외국으로 도피해서 나치 인사들끼리 망명정부를 재건하는 계획이 끝이다.
전작이었던 블랙옵스 시리즈에선 노바 프로젝트라던가 페르세우스 같이 무시무시하고 실질적으로 세계에 위협이 되는, 그래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할 당위성이 있는 계획들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이번 작의 계획은 너무 치졸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헤르만 프레징거는 모던워페어 시리즈의 로만 바르코프만도 못한 매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올해 게임들은 마치 '아타리 쇼크' 때를 보는 듯하다.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랙션은 아예 발매 자체가 연기되었고 배틀필드 2042는 버그로 떡칠을 해놨다. 디아블로2는 애초에 쌀 먹은 게임이고. 그래서 콜오브듀티 시리즈에 거는 기대가 있었다. 이 기대는 아예 빗나가진 않았지만 어딘가 많이 아쉬운 게임이 되어 나온 것을 봤을 때 그냥 씁쓸하다.
부디 다음에 나올 콜오브듀티 작품은 이번작의 문제점들을 보완해서 모던워페어 리부트 같은 명작으로 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