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코코가 참 많아. (...) 도무지 버릴 줄을 모르는 너를 다시는 혼자 두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름을 붙여주었지.
(...) 늘 궁금해. 너는 나를 뭐라고 부르는지. 네가 골라준 나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지.”
『코코에게』는 ‘코코’라는 서로 다른 강아지를 키웠던 최현우 시인과 이윤희 삽화가의 그림책이다. 원작은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아침달, 2019)에 수록된「코코, 하고 불렀습니다」이며 같은 시집에 「집에 혼자 두지 말랬잖아」, 「그때서야 생각해 볼게」 두 편이 더 실려있다.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는 작년에 선물 받은 시집인데 그림책으로 다시 만나다니 참 즐거운 우연이다.
추운 겨울, 지하주차장 안에서 외로운 두 영혼이 만났다.
박스 속 유기견은 ‘코코’가 되었고 낯선 환경에 소파 밑으로 숨던 녀석은 동네 골목골목, 놀이터, 천변까지 당당하게 누비는 강아지로 자랐다.
시간이 흘러 코코와 같은 이름의 슈퍼가 사라지고, 코코 역시 소년을 떠났다.
코코와 함께했던 정든 집을 떠나는 날 코코의 영혼이 소년에게 달려온다.
처음 만난 날 소년이 저를 감싸주었던 빨간 머플러를 물고서.
최현우 시인의 「그때서야 생각해 볼게」를 보면 그의 강아지 코코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님을 알 수 있다(10년 이상을 함께 살았다고 한다). 우리 집 강아지 이브도 10살이 되어 이제 부정할 수 없는 노견의 범주에 들어섰다. 어르신 강아지와 함께 산다는 건 최현우 시인의 말대로 ‘속수무책이고 많이 무서운 그날’을 늘 염두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림책을 보는 내내 늙어가는 반려견에 대한 최현우 시인의 애틋함과 이미 오래전 코코를 보낸 이윤희 삽화가의 그리움이 느껴졌다.
이윤희 삽화가의 그림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따뜻한 머플러, 연인과 함께 쓰는 우산, 둘이서 함께 타는 그네. 그 외에도 다정하고 정겨운 존재마다 빨간색을 사용한 것이 인상 깊다. 소년이 코코를 발견한 텅 비고 낡은 박스와 대비되게, 마지막 장에 다다라 소중한 것들로 꼭꼭 채운 상자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다.
마지막 장엔 원작인 「코코, 하고 불렀습니다」의 전문이 나와 있다. 시의 내용은 최현우 시인이 반려견 코코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의 연속이지만, 그림책을 읽다 보면 몇몇 말들은 코코가 소년에게 건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코코의 부재에 대해 말하고 싶다. 『코코에게』가 배송 온 날, 이 책을 먼저 읽은 엄마는 코코와 소년이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고 받아들였고 나는 어느 시점부터 코코가 떠났다고 생각했다. 코코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소년 곁에 있지만 중간중간 코코의 부재를 암시하는 그림이 등장한다. 코코의 리드 줄을 잡고 있던 소년의 손이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코코가 발견했던 병뚜껑을 들고 있는 것이 그랬다.
코코는 어떻게 되었을까. 코코의 부재에 대해 독자마다의 해석이 다를 수 있더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세상의 무수한 코코들이 언젠가 우리를 떠날지언정, 그들이 우리에게 알려준 삶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외로울 틈 없이 가득 찬 상자처럼 결코 작지도 가볍지도 않으리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