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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차분히 올린, 한 접시

냉제육을 아시나요?

by Chloe

고기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

언제 먹어도 반가운 재료지만,

매번 굽고 삶는 것만으로는 아쉬운 날이 있어요.

그럴 때, 찾은 메뉴가 ‘냉제육‘이었습니다.


냉제육은 특별한 조리법이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그저 시간을 들이고, 기다리는 요리죠.

하지만 그 정성이 고기 속에 그대로 배어

입에 넣는 순간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번에 쓴 부위는 앞다리살.

기름은 적지만, 결이 촘촘해서 삶으면 탱탱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끓는 물에 소금 1큰술 넣고 10분간 삶고,

불을 꺼 뚜껑을 닫은 채 1시간 뜸을 들입니다.

뜸 들이는 시간 동안 고기는 조용히 익어갑니다.

급히 끓이지 않고 천천히 열을 머금은 고기는

결이 흐트러지지 않고, 육즙도 그대로 안에 남아있죠.

삶아낸 고기는 랩으로 단단히 감싸

냉장고에 4시간 이상 넣어 둡니다.

시간이 지나 차갑게 굳은 고기를 꺼내

얇게 썰면 단면이 깔끔하고, 식감도 정갈합니다.

고기의 맛을 살리는 건 온도가 아니라, 기다림이었습니다.

서둘지 않고 시간을 맡기니

이전의 수육과는 또 다른 고요한 맛이 남았어요.


차가운 고기에 온기를 더하는 양념장

냉제육은 양념장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양념장 비율

간장 3

매실액 1

고춧가루 1

설탕 1

다진 마늘 1

참기름 1

다진 대파 넉넉히


이 양념장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고기의 고소함을 끌어올립니다.

간장의 짠맛, 매실의 산뜻함, 마늘과 파의 향,

그리고 참기름 한 방울로 마지막 깊이를 더했어요.


한 점 집어 양념장에 찍어 입에 넣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촉촉함과 담백한 고기 맛.

익숙한 고기인데도 새롭고,

수육보다 훨씬 절제된 느낌이 있습니다.

-고기 하나로, 식탁 두 번 채우기-

고기를 삶은 육수는 그냥 두지 않습니다.

남은 고기를 넣고, 대파, 후춧가루를 더해

돼지국밥 한 그릇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묵직하고 깊은 국물,

밥 한 공기 말아내면 그것만으로도 한 끼가 되죠.


냉제육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시간이 있고, 절제된 손맛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기라는 재료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대하는 경험이 되었어요.


특별할 것 없는 날에도,

이 한 접시가 주는 차분한 만족감.

그 맛을 기억하고 싶어, 오늘도 이렇게 접시에 기록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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