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레시피
어릴 적 우리 집 부엌엔 종종 바다 내음이 가득했다.
엄마가 시장에서 사 오신 큼직한 꽃게는, 된장과 들깨를 만나 진하고 구수한 국물이 되는 꽃게탕으로 다시 태어났다.
"게가 살이 오를 땐 지금이야. 국물 맛이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무를 큼직하게 썰어 먼저 볶으셨다.
무가 투명 해질 때쯤, 참치액을 살짝 두르고 들깨가루를 넣어 다시 한번 볶아냈다.
그때 퍼지는 고소한 향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나서야 꽃게, 된장, 파, 고추, 마늘, 그리고 물을 한껏 부어 보글보글 끓이기 시작하셨다.
된장의 구수함과 꽃게의 시원함, 들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그 국물 한 모금이면 입안 가득 바다가 펼쳐졌었다.
그땐 그저 맛있기만 했던 그 꽃게탕이,
이제는 문득문득 그리움이 되어 찾아온다.
그래서 오늘, 나도 그때처럼 무를 볶기 시작했다.
엄마가 하셨던 그 순서 그대로.
무를 볶아 고소한 냄새가 퍼지면 참치액 한 숟갈, 들깨가루를 더해 볶고 그 위에 큼직한 꽃게들을 올렸다. 그리고 나머지 재료들을 넣어 보글보글 끓이기 시작하자, 어느새 주방은 어린 시절 우리 집 부엌처럼 따뜻해졌다.
오늘은 내가 끓인 꽃게탕이다.
엄마 손맛엔 아직 한참 못 미치지만,
마음만큼은 닮고 싶었다.
그리운 날, 그리운 맛.
그리고 한 그릇의 따뜻함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그 맛을, 오늘 내 손으로 다시 꺼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