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파스타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돌아오면
문득 집 안이 낯설 만큼 조용해집니다.
쉴 틈 없이 흘러가던 아침 시간도
잠깐 멈춘 듯한 순간.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리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어느새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어요.
20대 때, 친구들과 자주 갔던 맛집이 있었어요.
이름은 미즈컨테이너.
서울 곳곳에 매장이 있었고,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었죠.
입장하면 테이블 번호 대신
건설현장에서 볼 법한 ‘안전모’를 건네주고,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해야만 했던 독특한 시스템.
그런 유쾌함에, 젊음에 취해
음식 맛도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바로 ‘샐러드 파스타’.
냉파스타라는 걸 그곳에서 처음 맛봤는데,
시원하고 상큼한 드레싱에 탱탱한 면이 어우러져
처음 먹는 식감임에도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죠.
오늘따라 그 맛이 유난히 생각났어요.
시간도 여유롭고, 재료도 마침 냉장고에 있어
즉흥적으로 만들어보기로 했죠.
차가운 면을 삶아 식히고, 신선한 채소와 오일, 발사믹 드레싱을 곁들여 기억을 더듬어가며 한 접시를 완성했어요.
조금 긴가민가하면서 한입 먹어봤는데,
어라, 이 맛이에요.
그때의 공기, 친구들의 웃음소리, 젊고 자유롭던 내 모습까지 그 한입에 담겨오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저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워버렸답니다.
시간을 먹는 일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되살리고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도 냉파스타 한 그릇 덕분에 그 시절의 나를 다정하게 만나고,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참 고맙습니다.